1. 서 론
전남 나주 신촌리 금동신발은 영산강유역의 고대사회 모습을 대표하는 유적 중 하나인 나주 신촌리 9호분 을관에서 출토되었으며, 또 다른 대표 부장품으로는 나주 신촌리 금동관(국보295호)이 있다. 이 유적은 일제 강점기인 1917∼1918년에 조선총독부 고적조사단에 의해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곳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은 1980년대에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보존처리하여 전시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복원재의 열화 및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러한 문제에 따라 국립나주박물관 학예연구실에서는 개관 10주년 맞이 상설전시 개편에 발맞추어 재복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최근에는 3D 스캐닝과 프린팅 기술 등 3D 기술을 활용한 보존과학적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강원도 평창 발견 석조보살좌상의 보존처리와 3차원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복원(
Jo et al., 2018), 훼손 도자기 결실부 복원을 위한 3D 세라믹 프린팅 기술의 기초 적용성 연구(
Oh and Wi, 2020), 킨츠기 기법으로 복원된 도자기의 재 보존처리에 관한 연구(
Hwang et al., 2023) 등 다양한 재질의 보존처리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재료의 적용 검증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금동신발은 피장자의 권위를 드러내는 위세품이자 뛰어난 조형적 요소를 갖추는 공예품이다. 신촌리 9호분 을관 출토 금동신발은 좌우 측판을 앞과 뒤에서 결합하는 백제계 금동신발로, 두 줄의 점열무늬를 능형문(菱形紋)으로 타출(打出)하여 장식하고 있다. 능형문으로 장식하고 있는 금동신발은 같은 백제계 금동신발인 전라북도 익산 입점리 1호 출토 금동신발과 가야계 유적인 전라북도 남원 두락리 32호분 출토 금동신발에서만 확인될 정도로 현재까지는 매우 드문 사례이다. 그중에서도 전북 남원 두락리 출토 금동신발은 금동신발 원형을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일부 조각만 잔존하고 있으며, 전북 익산 입점리 출토 금동신발조차도 모두 한 줄로 점열무늬를 타출하여 나주 신촌리 9호분 을관 출토 금동신발과 문양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이 금동신발은 화려한 문양과 정교한 제작기법 등이 반영되는 유물이기 때문에 도자기나 치미 등 조형적 요소를 갖춘 기물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금동신발의 결손부를 디지털 기술로 재현하여 보존처리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금속유물에 3D 프린팅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재복원을 진행하였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금속유물의 재복원에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2. 대상 유물 및 연구 방법
2.1. 대상 유물
1917∼18년에 전남 나주 신촌리 9호분 발굴 과정에서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을 통해 금동신발 위에 천을 여러 겹으로 감싸 부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1). 또한 신촌리 9호분 을관 출토 금동신발은 1942년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을 통해 해포(解包)된 상태로 보관하였음을 알 수 있다(
Figure 2). 그 후에 6.25 전쟁 등을 겪으면서 오랫동안 보관만 하던 것을 1985∼1986년에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보존처리하게 되면서 전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이마저 약 4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게 되면서 기존에 사용한 접착제나 복원재가 심하게 열화되어 결속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 특히 원래 전시대상인 금동신발에 비해 에폭시(Epoxy)계 수지인 복원재가 보다 더 두드러지게 복원되면서 오랫동안 유물 전시를 크게 저해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오고 있었다(
Figure 3).
금동신발의 보존처리 전 제원은 다음 표와 같다(
Table 1).
2.2. 결손부 디지털 복원
2.2.1. 컴퓨터단층촬영 및 3D 스캔
이전 보존처리에서 측판 안쪽 면을 복원재로 덮어 유물과의 경계를 분명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따라서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을 실시하여 복원재와 분리된 유물의 형상을 분석하고, 내부 재질 상태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CT 촬영은 YXLON CT를 사용하여 전압 500 kV, 1.25 mA, 3,060장 촬영하는 조건으로 수행하였다.
3D 스캐닝은 전체적인 표면형상을 획득하고, 정밀하게 표면의 문양을 분석하기 위해 거치식 스캐너(Smarttech3D, Micron3D)를 활용하여 점밀도 0.04 mm로 수행하였다.
2.2.2. 3D 데이터 편집
3D 데이터는 정합, 병합, 편집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정합(Align)은 여러 컷의 스캐닝 데이터를 하나의 위치로 정렬하는 작업이다. 그 후 정렬된 여러 스캔 데이터를 하나의 데이터로 완성하는 병합(Merge) 작업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스캔 과정에서 스캔이 불가했던 위치나 원본의 치수, 미세한 표면 무늬 등 여러 세부적인 부분을 검토한 후 원본에 맞게 바로잡는 편집(Edit) 작업을 하게 된다.
2.2.3. 3D 데이터 출력
편집이 완료된 3D 데이터는 SoonSer社의 Mars Pro를 사용하여 광경화성 수지 조형 방식(Stereo Lithography Apparatus, SLA)으로 출력하였다. SLA 출력방식은 액체 상태의 광경화성 수지에 자외선(Ultraviolet laser, UV)을 조사하여 경화(Curing)작용이 발생하면서 수지가 굳고, 층이 쌓이는 원리를 활용하였다. 이 방식은 정밀도와 정확도가 높고 매끄러운 표면 마감 처리가 가능하므로 금동신발 표면의 문양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액체상태의 비스페놀 A 에폭시 수 (Bisphenol A Epoxy resin)를 사용하였고, 이는 가장 일반적이며 플라스틱에 주로 사용되는 원료이다. 다만 광경화성 수지가 일반적인 수지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고 판단될 수 있으나, 금동판의 두께가 얇으므로 두껍게 출력되거나 강도가 강한 복원재를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이 사항은 유의미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광경화성 수지의 황변이나 광택도에 대한 영향은 UV 차단제 분무 여부에 따라 안정성에 관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Na and Hwang, 2021). 하지만,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는 유리질 같은 투명성이나 광택도의 영향이 크지 않은 금속유물이며, 특히 복원재 위에 아크릴 물감 등으로 표면에 채색할 계획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따라서 표면에 드러나는 황변이나 광택도에 의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 복원재에 별도의 UV 차단제를 분무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존처리를 수행하였다.
3. 금동신발의 보존처리 및 결손부 복원
3.1. 처리 전 상태
현재 나주 신촌리 9호분 을관 출토 금동신발의 상태는 접합 및 복원에 사용한 에폭시계 수지의 열화로 인해 일부 균열과 바스러짐이 관찰되고, 측판의 후면부는 복원재가 덮여있어 유물의 상태를 판단할 수 없었다. 또한 유물이 짙은 녹색과 검은빛을 띠는 것에 반해 붉은 황토색의 에폭시계 복원재(Araldite SV427+HV427
®)를 사용한 후, 색맞춤을 하지 않아 관람에 큰 저해요소로 판단하였다(
Figure 6,
7).
이전 처리 기록에 의하면 접합면이 잘 맞는 편은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계 접착제를 사용하였고, 접합할 때 에폭시계 수지(Araldite SV427+HV427®)와 나일론 망으로 FRP(Fiber Reinforced Plastics)재질의 지지대를 전체적으로 만들어 덧댄 상태에서 접합하였다. FRP재질의 지지대와 유물 사이에 결속성을 갖기 위해 시아노아크릴레이트계 접착제로 일부 고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RP재질의 지지대 표면에는 셀룰로스(Cellulose)계 접착제인 충진재(Microballon)를 혼합하여 질감을 살려 표현하였다. 바닥 판의 경우 결손된 부분만 FRP재질의 지지대를 만들어 보강하였고, 좌, 우측에서 각각 5개씩 결손된 스파이크 부분은 에폭시계 수지(Araldite AW956+HY956®)으로 만들어 복원하였다. 바닥판은 색맞춤한 상태이고, 측판은 모두 색맞춤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CT 촬영 결과 및 현미경 관찰 등의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정밀하게 조사하여 보존처리 방침을 수립하였다. 금동신발의 세부 명칭에 관한 것은 선행 연구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Kang, 2018).
3.2. 처리 과정
3.2.1. 이물질 제거 및 해체
이전의 보존처리 기록을 토대로 하여 알코올(Ethyl Alcohol) 및 아세톤(Acetone) 등을 사용하여 표면의 잔존 강화제를 닦아내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면봉이나 스카펠(Scapel) 등으로 표면 부식물 및 이물질을 제거하였다. FRP재질의 지지대는 정밀가공분사기(Air-brasive)를 사용하여 표면 복원재를 제거하고, 니퍼 등 소도구를 사용하여 유물 표면과 접합된 부분을 분리하고 잘라내어 물리적으로 제거하였다. FRP재질의 지지대가 강하게 붙어 있는 경우에는 소도구(핸드피스)를 저속으로 하여 조심스럽게 제거하였다. 다만, 이전 보존처리 과정에서 사용한 시아노아크릴레이트계 순간접착제가 두껍게 도포된 부분은 물리⋅화학적으로 접착제를 완전히 제거하기에 무리가 있어 과하게 제거하지 않았다(
Figure 8,
9).
전체적으로 유물의 형태를 추정하거나 선행 연구의 문양 형태 기준에서 접합 위치가 잘못된 조각들은 해체 과정에서 아세톤 등으로 접착제를 용해하고, 소도구 등을 사용하여 분리하였다.
3.2.2. 접합 및 복원
접합 이전에 이물질 제거 과정에서 재질적으로 약화한 부분은 아크릴 수지(Paraloid B-72 in Acetone)를 묻힌 유리섬유를 덧대어 강도를 보강하였다. 그리고 3D 모델링 과정에서 복원재를 포괄적으로 설계하였기 때문에 해체 과정에서 분리한 일부 조각들은 3D 복원재에 출력된 표면 문양과 원래 접합되어 있던 위치 등을 고려하여 재배치하여 접합 및 복원하는 방향으로 작업하였다(
Figure 10).
접합 단면은 이전 보존처리할 때 작업한 복원재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3D 스캔하여 정확도가 떨어지고, 금동신발의 두께보다 두꺼운 2∼3 mm로, 금동신발에 바로 접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3D 프린팅 복원재는 다이아몬드 디스크, 연마포(Sand paper) 등을 사용하여 접합 단면에 맞추어 형태를 정비하고, 연마포 및 소도구(핸드피스)를 사용하여 두께를 1 mm 이내로 다듬었다. 그리고 복원재의 3D 프린팅 과정에서 프린팅용 수지가 적층된 모양이 표면에 드러나 아크릴 물감을 얹었을 때, 겉돌고 색이 잘 입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표면을 낮은 입도에서 높은 입도의 연마포로 점차 바꾸어가면서 프린팅용 수지가 적층된 모양을 제거하였다.
접합 및 복원이 보존처리 전, 후에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나는 과정이었는데, 좌측 신발의 해체한 조각들은 다음 위치에 접합하였다(
Figure 11). 좌측 신발에서 7번 조각은 접합 위치 변동이 없었고, 2, 3, 5번 조각은 이전 접합 위치와 비슷한 지점에서 방향을 회전하여 3D 복원재에 타출된 문양과 어우러지게끔 접합하였다. 1번 조각은 원래 2번 조각과 이어지게 접합하였으나, 문양이 어우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 위치에서 접합할 수 있으면서 부식물이나 형태적으로 이질감이 없는 위치를 임의로 선정하여 접합하였다. 4번과 6번 조각의 위치 변동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데, 먼저 4번 조각을 시계방향으로 90° 정도 회전하면 6번 조각과 접합 가능한 면이 발생하면서 유물 고유의 문양과도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두 조각의 접합을 선행하였다. 후에 전면에서 보이는 발등면 상연(上椽)의 원점문 위에 작은 점열문이 타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여 6번 조각의 점열문이 탈락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상연 점열문과 같은 선상에 위치하도록 접합하였다(
Figure 12). 이로써 해체했던 조각들에 대한 접합은 문양에 대한 추론 및 임의 위치 선정 등의 과정을 통해 모두 접합하였으나, 매장 과정에서 발생한 발등 면의 변형으로 인해 좌측 신발의 외면에서 관찰했을 때 발등면 상연과 측판이 이어지는 부분이 ‘ㄴ’ 자로 떨어지듯이 직선적으로 보이게 복원되었지만, 금동신발 발등면의 곡률을 되찾아 복원하기에는 현재 재질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파손의 우려가 있어 무리하여 복원하지 않았다.
우측 신발에서 해체한 조각들은 다음과 같이 접합하였다(
Figure 13). 1, 3번 조각은 접합 위치에 변동이 없었고, 2와 5, 8번 조각은 이전과 비슷한 위치에서 문양 방향대로 조각을 일부 회전시켜 접합하였다. 4번 조각은 해체 과정에서 복원재에 덮여있던 부분이 조금 더 노출되었고, 타출된 문양과 일치하도록 위치를 수정하여 접합하였다. 6번 조각은 점열문과 원점문이 혼재된 조각이었기 때문에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 정도 회전한 후 원래 위치 근처의 상연으로 배치하였다. 우측 신발의 해체 후 재접합 과정에서 가장 차이가 큰 조각은 7번 조각인데, 이는 이전 보존처리에서 문양이 타출된 면을 복원재에 맞닿게 접합되어 있었다. 이 조각은 복원재를 제거 과정에서 해체하면서 부식층이 떨어져 금동판이 선명하게 노출되었고, 이렇게 노출된 표면을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해 본 결과, 문양의 타출방향에 따라 조각의 전면과 후면이 전환된 채 접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Figure 14). 따라서 전면과 후면을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한 다음에 접합 위치를 다시 파악하는 과정에서 문양 타출 방향대로 180° 회전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접합할 수 있었다. 우측 신발의 경우에는 상연의 원점문 위에 점열문을 추정할 만한 단서가 크게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고, 좌측 신발에 비해 발등면의 곡률이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측판과 연결되는 부분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복원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접합할 때는 유물과 직접 닿는 부분들은 저농도의 아크릴 수지(Paraloid B-72 in Acetone)로 단면을 강화하고, 시아노아크릴레이트계 순간접착제를 사용하여 복원재를 고정하였다. 결손부에 대한 복원은 에폭시계 접착제(Devcon® 5min Epoxy)에 무기안료를 섞거나 가벼운 질감의 에폭시 퍼티(동화특수산업㈜ Wood Epos A+B)를 사용하여 복원하였다. 복원 과정에서 에폭시 퍼티 등이 완전히 굳기 전에 소도구를 사용하여 부식물이 덮인 듯한 거친 모양새를 더하여 질감처리를 하였다. 색맞춤을 할 때는 무기안료나 아크릴 물감으로 전체적인 색상을 맞추고, 규조토 등을 섞어 유물과 유사한 질감을 표현하였다.
3.2.3. 재질 강화처리 및 보존처리 후 제원 측정
금속유물을 부식시키는 수분, 산소 등 외부 인자를 차단하고, 표면 보호 피막을 형성하기 위해 저농도의 아크릴 수지(Paraloid B-72 in Acetone)를 도포하여 표면을 강화함으로써 복원처리를 마무리하였다(
Figure 15,
16).
금동신발의 보존처리 후 제원은 다음과 같다(
Table 2). 전체적으로 길이나 너비는 큰 변화가 없고, FRP재질의 복원재를 제거하고, 두께가 얇은 3D 복원재를 사용함으로써 무게와 두께의 변화가 나타났다. 높이는 이전 보존처리 과정에서 어긋난 자리에 있던 조각의 원래 위치와 유사한 곳으로 재접합하는 과정에서 좌측 신발의 측판 높이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 결 론
국립나주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상설전시 개편 사업을 계획하게 되었을 때, 학예연구실에서는 나주박물관의 대표 유적인 전남 나주 신촌리 9호분 을관 출토 금동신발의 재복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보존처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지난 1980년대 보존처리에 사용되었던 복원 재료의 황변 및 열화 등 물성 약화로 인해 유물의 안정성과 전시 효과 저해 등의 요소를 해소할 수 있었고, 금동신발보다 밝은 색상으로 인해 눈에 띄었던 복원재를 제거함으로써 금동신발을 더욱 집중해서 조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
Figure 17). 그리고 이전 보존처리 과정에서 가려져 있던 면을 드러내 금동신발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하였고, 이전 보존처리 과정에서 정확한 위치에 접합되어 있지 않았거나 잘못 접합되어 있던 여러 편을 위치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바닥면의 경우에는 이전 보존처리 과정에서 문양을 잘 표현하여 복원하였기 때문에 추후 보존과학사적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색맞춤만 보완하여 남겨두었다.
두 번째, 일반적으로 결손된 공예품을 복원할 때 문양을 제대로 표현하여 보존처리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금동신발 재복원 과정에서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작업으로 하는 보존처리 과정을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하면서도 더욱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접합, 성형 및 색맞춤 등의 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하였으나, 디지털 기술로 프린팅한 복원재를 사용함에 따라 복원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금속유물에 사용하는 복원재의 범위를 넓혀 적용할 수 있었다. 좀 더 지속적인 관찰을 해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이종 금속 간의 부식(Galvanic corrosion)이나 단기간의 열화 등에 의한 위험이 없는 재료를 사용하여 재복원하였다. 이를 통해 이전 보존처리에서 사용한 에폭시계나 셀룰로스계 복원재에서 벗어나, 이번 보존처리에서는 SLA 방식 등 3D 프린팅된 플라스틱 재질인 신소재까지 범위를 크게 넓혀 복원재를 사용하여 처리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3D 스캔 및 모델링으로 금속공예품의 복잡한 문양을 더 정확하게 복원하고, 3D 프린팅 복원재를 금속유물과 접목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금속유물 보존처리에 3D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추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