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고려시대 금동제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金銅製十一面千手觀音菩薩坐像, 이하 ‘관음보살상’ 이라함)은 11면의 얼굴과 천 개의 손으로 대표되는 변화관음보살이다. 중생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재난을 없애주는 천수관음은 관음보살의 무량한 자비심과 위신력(威神力)을 극대화시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상(圖像)이다. 천수를 대표하여 40수나 42수로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Kim, 2012).
천수관음에 대한 신앙은 중국 당대(唐代)에 한역과 함께 유입되어 8세기 중엽에 신앙된 사실을 삼국유사(三國遺事)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설화에서는 ‘한 여인이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아이를 안고 분황사(芬皇寺) 좌전(左殿) 북벽의 천수관음 벽화 앞에서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하며 빌었더니 마침내 아이가 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Hwang, 2016). 고려 후기에는 국가적인 재난을 물리치기 위해 천수관음을 모신 법석(法席)이 열리기도 했기 때문에 천수관음상과 천수관음도가 상당수 제작되었을 것이나 고려시대 조각상으로는 이 관음보살상과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관음보살상 2점만 전하고 있다.
이 관음보살상은 등 아래와 좌측 부분이 손상되어 있고, 표면 일부의 도금 층이 들떠 있는 상태였다. 이를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918⋅2018 그 찬란한 도전’ 특별전에 안정한 상태로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자 보존처리를 실시하였다.
보존처리는 안전한 보존상태 유지를 위하여 과학적 조사(성분 분석 및 제작 기법), 이물질 제거, 들떠 있는 도금층의 접착, 손상부위 복원 등의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조사와 보존처리를 통해 밝혀진 사항들을 소개하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고려시대 금동제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의 과학적인 측면을 조명하고자 하였다.
2. 상태조사
2.1. 보존처리 전 상태
이 관음보살상은 보관의 하단에 5개의 얼굴, 중단에 4개의 얼굴, 상단에 1개의 얼굴이 배치되어 있고 두 팔로 보관 상단 머리 위로 높이 받친 화불이 있다. 왼손에는 해(日精摩尼), 삼고저(拔折羅), 인장(寶印), 금륜(金輪), 촉루장(髑髏杖), 궁전(宮殿), 경책(寶經), 그릇(寶鉢), 활(寶弓), 소라(寶螺), 포도(葡萄), 보병(寶甁), 견삭(羂索)을 들고 있고, 오른손에는 달(月精摩尼), 금강령(寶鐸), 보석으로 장식된 보협(寶筴), 여의주(如意珠), 거울(寶鏡), 군지(軍遲), 염주(數珠)를 들고 있으며 나머지 부분은 결실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National Museum of Korea, 2018)(
Figure 1a,
1b). 손목이 결실된 부분에는 한지나 나무 등으로 끼워 넣어 마무리 하였고(
Figure 1c,
1d), 인장과 보석으로 장식된 보협을 들고 있는 손은 팔에서 분리된다. 등 아래와 좌측 부분이 결실되어 있고, 안쪽에 정사각형 나무로 관음보살상을 받치고 결실된 부분을 합판으로 수리하였다(
Figure 1e). 표면의 들떠 있는 도금 층은 한지를 사용하여 보강하고 그 위에 옻칠하여 도금한 상태였다(
Figure 1f,
1g). 도금 층이 결실된 부분은 부식되었다(
Figure 1h). 제원은 높이 81.3 cm, 최대 폭 65.5 cm, 중량은 보존처리 전 59.9 kg, 보존처리 후 60.0 kg이다.
2.2. 성분 분석
제작 기술을 규명하고 적합한 보존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관음보살상을 이동형 X선 형광분석기(μXRF Spectrometer ARTAX, Bruker Nano GmbH, DEU)로 분석하였다(
Figure 2). 분석 결과, 바탕 금속 성분은 구리(Cu)-주석(Sn)-납(Pb)의 삼원계 합금으로 확인되었다. 들떠 있는 도금 층을 제외한 표면의 도금 층에서는 금(Au)과 수은(Hg)이 검출된다. 이는 고대에 가장 일반적인 도금 기법이었던 수은 아말감법을 이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Table 1). 표면의 들떠 있는 도금 층은 보통의 금속제 불상 도금 방법과는 다른, 관음보살상 표면의 주조결함(홈)이나 부식 등으로 도금하기 어려운 부분을 한지를 사용하여 보강하고, 그 위에 옻칠하여 도금하였다. 이는 원래의 도금 층이 아닌 후대에 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2.3. 제작기법
컴퓨터 단층촬영기(CT Modular, YXLON, DEU)를 이용하여 취약 부위와 제작기법 등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관음보살상은 몸체와 좌⋅우측 팔, 손목(지물을 든 손 포함)을 별도로 주조하여 붙였다. 특히 각각의 지물을 정교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손목을 별도로 주조하여 끼웠고 철 못으로 고정하였다(
Figure 3a). 관음보살상 내부에서는 5개의 철심[머리(2), 왼쪽 팔꿈치(1), 오른쪽 가슴(1), 오른쪽 허리(1)]이 확인되었다. 머리 내부에서 확인된 철심은 총 2개로 정수리에서 시작하여 가슴 윗부분까지 내려오는 정사각형 철심과 코 중간에서 턱까지 내려오는 직사각형 철심이다(
Figure 3b). 왼쪽 팔꿈치 내부의 철심은 10 cm 정도의 ‘C’형 철심이다(
Figure 3c). 오른쪽 몸체 내부에서 확인된 철심은 총 2개이다. 몸체와 천수의 팔 연결 부분에서 시작하여 팔 내부까지 연결되며 가슴 부분은 단면이 원형이고, 허리 부분은 직사각형 철심이다(
Figure 3d,
3e).
3. 보존처리
3.1. 들떠 있는 도금 층의 접착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할 때, 소지 금속과 들떠 있는 도금 층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먼저 들떠 있는 도금 층을 접착하였다. 천연접착제[우뭇가사리, 아교(20%)]와 알코올을 혼합하여 부드러운 붓으로 들떠 있는 도금층 아래 한지에 바르고, 린트 발생이 적은 와이퍼에 레이온지를 감싸서 접착 부위에 올려놓고 문질러서 접착하였다(
Jo et al., 2004)(
Figure 4).
3.2. 이물질 제거 및 안정화 처리
표면의 이물질은 부드러운 붓 등으로 제거한 다음, 알코올과 증류수를 혼합하여 면봉과 린트 발생이 적은 와이퍼를 사용하여 제거하였다.
금강저, 반배호상착합장(反背互相著合掌) 손목, 오른쪽 발등, 왼쪽 팔 일부분에 형성된 청동 부식물은 치과용 소도구와 부드러운 붓으로 제거한 다음, Benzotriazole 3 wt%용액으로 안정화 처리하였다(
Figure 5).
3.3. 복원
관음보살상의 등 아래와 좌측 손상 부분은 SN-시트를 사용하여 손상 부위를 보강한 다음, 에폭시계 수지(CDK 520)를 사용하여 복원하였다. 복원 부위는 관음보살상과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제작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하였다(
Figure 6). 보존처리가 완료된 관음보살상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특별전에 안정한 상태로 전시하였다(
Figure 7).
4. 결 론
금동제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의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관음보살상은 Cu-Sn-Pb의 삼원계 청동으로 합금하였고, 들떠 있는 도금 층을 제외한 표면은 청동에 아말감도금법으로 금을 도금하였다. 들떠 있는 도금 층은 원래의 도금층이 아닌 후대에 수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몸체와 좌⋅우측 팔, 손목을 별도로 주조하여 붙였다. 손목은 팔에 끼운 다음, 철 못으로 고정하였다. 관음보살상 내부에는 5개의 철심[머리(2), 왼쪽 팔꿈치(1), 오른쪽 가슴(1), 오른쪽 허리(1)]이 확인되었다. 이는 주조할 때 움직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결함(형상 뒤틀림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들떠 있는 도금 층은 천연접착제[우뭇가사리, 아교(20%)]와 알코올을 혼합하여 접착하였다. 손상된 부분은 합성수지(CDK 520+SN-시트)를 사용하여 관음보살상과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복원하고, 채색하였다.
고려시대 금동제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유물로 연구 사례가 전무하다. 이번 조사와 보존처리를 통하여 천수관음보살좌상의 기초 자료를 획득하고, 안전하게 전시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