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마곡사 세조대왕연의 안료분석 및 채색기법 해석
Interpretation of Coloring Technique and Pigment Analysis for King Sejo’s Palanquin in Gongju Magoksa Temp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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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세조대왕연(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14호)은 조선의 7대왕 세조(재위 1455-1468)가 마곡사에 두고 간 것으로 전해지는 가마이다. 세조대왕연의 채색에는 흑색, 백색, 황색, 적색 및 녹색 등 5가지 계열의 색상이 사용되었다. 색도 측정 결과 황색은 자황 채색부와 금칠 채색부에서 명도와 황색도의 차이가 두드러졌으며 적색은 진사로 채색된 지점에서만 적색도가 높게 측정되었다. 광학현미경 관찰, 주사전자현미경 관찰 및 성분 분석을 수행한 결과, 흑색은 먹, 백색은 백토와 연백, 황색은 자황과 합금, 적색은 연단과 주사 및 석간주, 녹색은 녹염동광을 안료로 사용하였다. 박락된 극미량 안료편의 단면을 분석한 결과, 백토와 연백의 순서로 바탕층을 올린 것이 나타났으며 이를 기초로 세조대왕연의 채색기법을 고찰하였다.
Trans Abstract
According to oral tradition, the King Sejo’s palanquin is indeed the palanquin of King Sejo, the 7th monarch of the Joseon dynasty who reigned from 1455 to 1468, which was left behind after visiting the Magoksa temple. The palanquin is painted in five colors, mainly black, white, yellow, red and green. The chromaticity measurement of the yellow pigment showed that orpiment and gold are a noticeable distinction between the lightness and b* values. In the case of the red pigment, a* values of areas painted with cinnabar tend to measure at high values. As a result of the optical microscopy, scanning electron microscopy and energy dispersive spectroscopy analyses, it was determined that Chinese ink was used for the black pigment, lead white and white clay were used for the white, and orpiment and gold for the yellow. The red pigment was found to be the result of minium, cinnabar and red ocher, atacamite was used as green pigment. Though the analysis results of the cross sections on very small exfoliation fragments of pigments, it was confirmed that white clay and lead white were used for the preparation layer. In addition, several coloration techniques were considered based on these analyses.
1. 서 언
조선시대 왕실에서 주로 사용한 이동수단은 말과 가마였다. 세종실록에 수록되어 있는 국왕의 공식 가마는 대련(大輦), 소련(小輦) 및 소여(小轝) 등으로 의례의 규모와 격식 및 상황에 맞게 운용하였다. 국왕이 사용하는 연여는 적색의 바탕에 주홍칠을 하였으며 왕권을 상징하는 용과 봉황, 백택과 기린 등의 신수를 조각하여 위엄과 격식을 부각하였다(Jae, 2015).
세조대왕연은 세조(재위 1455∼1468)가 마곡사에 은거중인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기 위해 타고 온 가마로, 매월당이 세조를 피하여 마곡사를 떠나자 ‘김시습이 나를 버렸으니 가마를 타고 갈 수 없다’하여 마곡사에 두고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Magoksa Temple History Writing Committee, 2012). 오늘날까지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에 있는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에서 소장하고 있다. 특별한 관리 없이 오랜 시간 고방에 있었으나 현재는 마곡사 성보박물관 수장고로 이전하여 보관 중이며, 1986년 11월 19일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었다(Figure 1).
채색안료에 대한 보존과학적 연구는 1989년 고구려 벽화 시편 분석 이후 비파괴 분석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단청, 벽화, 불화, 초상화 등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Winter, 1989;Cho et al., 2001;Chun et al., 2009;Chun and Lee, 2011;Son et al., 2013;Yun and Chang, 2016;Lee et al., 2012; 2017; Kim et al., 2013). 그러나 이 연구대상과 같은 가마에 관한 연구는 문헌사적 검토가 있을 뿐이다(Chung, 1998;Kim, 2008;Jung, 2013;Jae, 2015). 또한 목조공예품에 주칠 또는 옻칠이 아닌 다양한 안료로 채색되어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기물채색에 사용한 안료분석 및 채색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연구를 위해 안료의 색과 계열에 따른 색도 측정, 실체현미경 관찰 및 휴대용 형광 X-선(portable X-ray fluorescence, P-XRF) 분석 등의 비파괴 분석기법을 적용하였으며, 박락된 극미량 시편에 한하여 광학현미경 관찰과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y-energy dispersive spectrometer, SEM-EDS) 분석을 수행하였다. 또한 이 결과를 종합하여 세조대왕연에 사용한 안료와 채색기법을 분석하여 조선 전기 왕실의 목조공예에 적용된 단청기법을 검토하였다.
2. 현황 및 연구방법
2.1. 보존상태
세조대왕연에서 나타나는 손상은 크게 안료의 변색과 퇴색 및 박락, 목재의 뒤틀림과 충해 그리고 부재의 이탈, 파손 및 유실이 있다(Figure 1, 2). 먼저 채색안료의 변색과 퇴색은 정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Figure 2A). 특히 네 면 중에서 색채가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배면과 비교했을 때 변색 및 퇴색의 정도가 매우 심한 것을 알 수 있다(Figure 2B). 이는 수장고에 보관하기 이전에 장기간 자연환경에 노출된 상태로 직사광선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안료의 박락은 세조대왕연 부재의 전반에 걸쳐 나타나지만, 특히 우측면에 구름무늬로 장식한 받침다리의 채색부에서 박락으로 인한 손상이 뚜렷하게 관찰된다(Figure 2C). 난간이나 다리받침 등 단위 부재의 결구부에서 발생한 이격은 각 부재의 뒤틀림(Figure 2D), 이탈(Figure 2E) 과 같은 이차적인 손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파손은 난간의 장식을 위해 제작한 입체형 신수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Figure 2F). 이는 장식물이 돌출되어 있어 외부 충격에 보다 쉽게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기둥과 난간 모서리 및 가마채 끝부분에 위치한 용두 장식이 유실되었다(Figure 2G, 2H).
세조대왕연의 지붕은 완만하게 휘어진 4개의 곡선형 만충연(彎衝椽)과 나무 살대를 놓아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금색으로 채색된 처마에서 긁힘에 의한 박락이 나타난다(Figure 2I). 처마는 각 면마다 네 개의 철판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철판 사이 면에는 청동으로 만든 꽃장식을 4개씩 장식한 흔적이 있으나 현재는 총 8개만이 남아있다(Figure 2I). 일반적으로 연의 지붕 꼭대기에는 도금한 구리로 호로형의 꼭지를 꽂았으나 세조대왕연의 지붕에는 이를 짐작할 수 있는 흔적만 있을 뿐 현재는 유실되어 본래의 형태를 짐작할 수 없는 상태이다(Figure 2J).
2.2. 연구대상
국왕의 가마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용과 봉황 외에 덕치와 인치, 태평성대, 성군 등을 상징하는 백택과 기린 등의 신수를 그려 군왕의 권위를 부각시켰으며, 세조대왕연에서도 이러한 양식이 나타난다. 먼저 두 개의 가마채에는 바닥을 제외한 세 면에 가마채를 휘감고 있는 듯한 용문이 그려져 있다. 가마채의 앞부분에는 용머리장식이 별도로 조각되어 있으며 좌측 용두(龍頭)는 가마채에 부착되어 있으나 다른 하나는 분리되어 있다.
연의 본체를 구성하는 난간에는 동물 형상을 조각하여 채색하였으며 정면과 배면에는 기린과 봉황이(Figure 3A, 3B), 좌측면과 우측면에는 백택(Figure 3C)과 봉황이 조각되어 있다. 난간은 각각의 부재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해태와 미상의 동물상이 한 쌍을 이루어 각 부재를 연결하는 지지대로 사용되었다(Figure 3D, 3E).
정면의 우측 모서리 부분에는 두 손을 들어 가마를 받치고 있는 듯한 동자가 별도로 조각되어 있다(Figure 3F). 현재 각 면의 좌우 모서리 끝에 작은 못 구멍이 남아있어 이러한 동자가 각 면에 두 개씩 총 여덟 개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국왕의 연은 지붕과 기둥 및 벽체를 갖추게 되어 있으나(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2006;Jae, 2015), 현재 세조대왕연에는 기둥과 벽체는 없고 지붕만 남아있다. 다만 상판에 남아있는 둥근 구멍을 통해 네모 기둥(方柱)을 세웠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세조대왕연에서 육안관찰을 통해 분류할 수 있는 채색안료의 색상은 흑색, 백색, 황색, 적색 등 4가지이며 지붕에서는 황색, 적색 등 2가지가 관찰된다. 분석위치는 각 색채의 계열별로 5지점씩 총 20지점을 선정하였다(Figure 4, 5). 먼저 흑색 안료는 구름무늬 받침다리(B1), 난간의 사슬문(B2), 백택의 몸통(B3)과 봉황의 꼬리(B4) 및 가마채 용문(B5) 채색부에서 분석하였다.
백색 안료의 분석지점은 난간 상부(W1), 가마채 용문(W2, W5), 구름무늬 받침다리(W3, W4)로 대부분 상부 채색층 박락으로 드러난 하부 채색층이며, W2는 분석 지점 중 유일한 상부 채색층이다(Figure 4, 5). 황색은 난간의 사슬문(Y1, Y2, Y3), 가마채 앞부분의 용두(龍頭)장식(Y4)과 지붕의 처마부(Y5)에서 분석지점을 선정하였다. 적색 안료의 분석지점은 난간의 봉황 몸통(R1, R2), 가마채 용문(R3)과 지붕의 처마 모서리(R4, R5)이다(Figure 4, 5).
2.3. 연구방법
세조대왕연이 보관되어 있는 마곡사 성보박물관 수장고는 연구를 수행하기에 공간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함께 보관중인 다른 유물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세조대왕연을 당시 사용하지 않는 성보박물관 전시실로 이전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전시실 이동 후에는 세조대왕연과 지붕을 각각 두꺼운 한지 위에 올려놓았다. 연과 지붕을 구성하고 있는 재질은 온습도 변화에 민감한 나무, 청동, 철제, 안료, 종이 및 직물 등이므로 온습도계(608-H1, Testo, DEU)를 설치하여 보존환경의 변화에 주의하였다.
먼저 색도계(CM-2600d, Konica Minolta, JPN)를 사용하여 색상 계열별 안료의 정확한 색도 측정을 실시하였다. 색도계는 표준광원 D65, 시야각 2°, 분석면적은 3 mm로 설정하였으며, 측정 자료는 L*, a*, b*로 표시하였다. 디지털 휴대용현미경(AD7013MZT, Dino, TWN)을 통해 정밀육안관찰을 수행하였으며 채색된 안료의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휴대용 에너지 분산형 X-선 형광분석기(DELTA® Professional Handheld XRF Analyzer, Olympus, USA)를 이용하였다.
채색안료의 미세한 표면상태와 채색 단면의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탈락된 극미량 시편을 수습하여 주사전자현미경(Mira3 LMH, Tescan, CZE)으로 관찰하였으며, 주사전자현미경에 부착된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분석기를 통해 성분을 검출하였다. 박락된 채색안료 중 단면의 층위 관찰이 가능한 일부 시료에 한하여 에폭시 수지에 마운팅하고, 연마지를 사용하여 경면으로 가공한 다음 광학현미경(VHX-700FE, Keyence, JPN)을 이용하여 관찰하였다.
3. 분석결과
3.1. 색도분석
세조대왕연의 채색에는 흑색, 백색, 황색 및 적색의 안료가 고루 사용되었으며 다른 색상으로 회색 및 육색 등이 관찰되어 여러 안료와의 혼색 또는 중복 채색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보존환경의 영향으로 정면은 배면에 비해 변색 및 퇴색 정도가 매우 심한 상태이다. 따라서 채색안료의 객관적인 색상 값을 파악하고 유사 계통의 색 특성도 구분할 수 있도록 색도측정을 실시하였다. 색도를 분석한 안료는 육안관찰로 대별되는 흑색, 백색, 황색 및 적색 등 네 가지 계열이다. 색상이 비교적 선명하고 색도계의 분석면적에 부합하는 지점에 한하여 분석지점을 선정하였다.
흑색 안료의 명도값은 26.79∼29.09(평균 28.08)이며 적색도는 -2.23∼0.08(평균 -0.84), 황색도는 0.39∼4.73(평균 2.37)이다. 명도값의 일정한 분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우측면 신수에 채색되어 있는 두 흑색지점(B3, B4)의 황색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원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흑색 안료는 전체적으로 가장 유사한 색범위를 가진다(Table 1, Figure 6A). 백색 안료의 명도값은 40.47∼74.14(평균 60.64), 적색도는 0.56∼1.64(평균 1.23), 황색도는 7.94∼9.00(평균 8.57)으로 흑색 안료에 비해 명도값의 차이는 크나 적색도와 황색도 모두 그래프상 응집적으로 도시되었다(Table 1, Figure 6B). 명도값이 가장 낮게 나타난 W2는 분석지점 중에서 유일한 상부 채색층으로 오염 및 변색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황색 안료의 명도값은 44.19∼66.10(평균 53.81), 적색도가 2.47∼8.07(평균 6.14), 황색도는 21.26∼34.73(평균 27.99)이다(Table 1, Figure 6C). 이 중 Y1∼Y4는 L* 값이 40∼60 내에서 분포하고 a*는 5이상에 분포하였으나 금으로 추정되는 Y5는 명도와 황색도에서 가장 높은 값을 보이며 적색도는 가장 낮은 값을 보였다. 적색 안료에서 나타난 명도값은 27.55∼43.52(평균 36.31)이며, 적색도는 7.99∼16.13(평균 10.69), 황색도는 7.38∼13.58(평균 10.32)이다(Table 1, Figure 6D).
3.2. 조성분석
세조대왕연의 채색에 사용한 무기안료의 원소분석을 위해 P-XRF를 이용하였다. P-XRF 분석에서 X-선의 투과 깊이는 물질의 종류와 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안료의 경우에는 약 1.17 mm까지 투과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Chun and Lee, 2011). 따라서 안료의 조성분석에서 채색층 뿐만 아니라 바탕층으로 사용한 안료의 성분도 함께 검출 될 수 있어 유의하여 색상에 따른 상대적 원소함량을 비교하였다(Table 2).
P-XRF 분석은 색도분석 위치와 동일한 곳에서 수행하였으며 연구에 사용한 기기는 앞쪽에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후에 분석을 실시할 수 있었다. 다만 지붕 채색에 사용된 황색 안료 Y5는 측정이 용이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흑색 안료에서는 공통적으로 Al, Si, S, Ca, Fe 및 Pb이 검출되었으나, 구름무늬 받침다리 채색부인 B1의 경우는 Al, Si, K의 함량은 높고 Ca과 Pb의 함량은 낮았다(Table 2). 흑색 안료를 지시하는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이들 성분은 대체로 백색 안료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연의 본체와 구름무늬 받침다리의 바탕칠 채색방법이 상이하였음을 판단할 수 있다(Figure 7).
백색 안료 분석 지점 중 유일한 상부 채색층인 W2에서는 K, Si, Al의 함량이 높게 검출되었다. 상부 채색층 박락으로 노출된 바탕칠을 분석한 결과, 연의 좌측면 난간의 W1은 Pb의 함량이 3,189 ppm인 반면, 구름무늬 받침다리에 채색한 W3과 W4는 각각 199 ppm과 403 ppm이었으며, 가마채의 바탕칠인 W5에서는 395 ppm으로 소량만 검출되었다(Table 2, Figure 7).
황색 안료에서는 Al, Si를 비롯하여 S, As 및 Pb이 검출되었다. Y1, Y2, Y3은 각각 정면과 우측면, 배면 난간의 사슬문 등을 채색한 지점으로 S는 50,000∼56,600(평균 53,400) ppm, As는 2,992∼4,928(평균 4,051) ppm이 검출되었다. Y4는 가마채 끝부분의 용머리 장식을 채색한 지점으로 S은 42,228 ppm, As는 3,340 ppm으로 사슬문 채색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Ca의 함량이 4,419 ppm으로 높게 검출되었다(Table 2, Figure 7).
적색 안료의 경우, R1과 R2는 각각 좌측면과 배면에 조각된 신수의 채색부이고 R3은 가마채의 용문, R4와 R5는 지붕의 처마 모서리 채색부이다. 신수의 채색에 사용한 적색 안료에서는 S은 75,700∼83,800(평균 79,750) ppm, As는 2,394∼6,321(평균 4,358) ppm, Hg은 61,300∼93,600(평균 77,450) ppm, Pb은 13,085∼43,500(평균 28,293) ppm으로 모두 높게 나타났으나 Fe은 396∼724(평균 560) ppm의 낮은 범위를 보였다.
가마채에 사용한 적색부 R3에서는 Hg과 Pb은 거의 검출되지 않았고 Ca이 8,670 ppm, Fe이 11,259 ppm으로 높은 함량을 보였다. 지붕의 처마 모서리 채색부에서는 S이 53,800∼55,900(평균 54,850) ppm, Pb이 29,114∼34,529(평균 31,822) ppm으로 높은 함량이 검출된 반면 Hg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Table 2, Figure 7).
3.3. 조직 및 성분분석
흑색 안료의 시편에서는 부분적으로 박락이 발생하여 흑색 표면부와 백색의 바탕층을 함께 분석할 수 있었다(Figure 8A). 흑색의 표면에서는 C, Ca, Pb의 함량이 각각 13.2 wt%, 10.2 wt%, 18.3 wt%으로 나타났다(Table 3, Figure 8B). 백색의 바탕층에서는 Pb의 함량이 72.2 wt%로 매우 높은 조성을 보였으나 Ca은 검출되지 않았다(Table 3, Figure 8C). 그러나 박락된 목부재에 남아있는 백색 안료에서는 Al이 12.9 wt%, Si가 27.9 wt%, K가 7.2 wt%로 검출되어 아주 대조적이다(Table 3, Figure 8D).
황색 시편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하부의 백색층과 두 개의 황색층 등 모두 3개의 층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Figure 8E). 가장 아래의 백색층에서는 Pb이 62.3 wt%로 매우 높게 검출되었으며 표면 채색부에서는 As가 52.1 wt%, S이 27.9 wt%가 검출되었다(Table 3, Figure 8F). 중간의 황색층은 상부층에 비해 색은 짙고 입자상태 보다 구형의 공극이 관찰되며 탄소의 함량이 65.9 wt%로 매우 높았다(Table 3, Figure 8F).
적색 안료의 시편은 하부 백색층과 상부 적색층이 각각 2개층씩 총 4개 층으로 채색되어 있으며, 각 층별 색상과 조직적 특성이 모두 상이하였다(Figure 8G). 최하위층에서는 Si가 18.5 wt%, Al이 12.3 wt%를 비롯하여 K이 8.63 wt%, Fe이 2.18 wt% 그리고 Mg이 1.72 wt%로 검출되었다(Table 3, Figure 8H). 그 위의 백색층에서는 Pb이 69.7 wt%로 매우 높게 검출되었다(Table 3, Figure 8H).
하부의 적색층에서는 Pb이 26.7 wt%로 높게 검출되었으며, 그 외에 Si가 8.7 wt%, K이 8.1 wt%, Al이 7.5 wt%, Fe이 6.0 wt%로 나타났다(Table 3, Figure 8H). 최상위층의 적색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를 분석한 결과, 특히 Hg과 S만이 검출되었으며 그 함량은 각각 84.9 wt%와 15.1 wt%이다(Table 3, Figure 8H).
육안관찰을 통해 흑색 안료로 판단하여 수습한 시편의 단면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얇은 흑색층 아래에 두꺼운 녹색층 및 두 개의 백색층이 확인되었다(Figure 8I). 하부 백색층에서는 Si가 23.4 wt%, Al이 18.8 wt%, K이 6.2 wt%로 분석되었으며, 상부의 백색층에서는 Pb의 함량이 72.86 wt%로 높게 검출되었다(Table 3, Figure 8J).
녹색층에서는 Cu와 Cl이 각각 47.0 wt%와 13.1 wt%로 검출되었다. 흑색으로 관찰되었던 채색층의 최상부는 녹색층 위에 번져 스며든 형태를 보였으며 EDS 분석 결과, C의 함량이 45.0 wt%으로 높게 검출되었다(Table 3, Figure 8J). 특히 연의 몸체와 지붕에서 광택이 있는 황색 안료는 Au이 각각 59.6 wt%와 55.7 wt%였으며, 또한 Ag은 모두 4.3 wt%로 검출되었다(Table 3, Figure 8K, L).
4. 안료 및 채색기법 검토
4.1. 안료의 종류와 채색기법
세조대왕연의 채색에 사용한 안료의 색상은 육안관찰로 나타나는 흑색, 백색, 황색 및 적색과 단면관찰을 통해 확인한 녹색까지 총 5가지이다. 이 연구에서 수행한 색도분석, P-XRF 분석, 현미경 관찰 및 EDS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안료의 종류를 검토하였다. 두 가지 이상의 안료를 혼합하였거나 덧칠한 지점에서는 색상을 지시하는 원소가 다양하게 검출되었으며, 특히 대부분의 분석 지점에서 Al, Si 및 Pb이 나타났다. 시편의 단면분석 결과, 최하위층에서는 Al, Si, K의 함량이 높게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백토[Al2Si2O5(OH)4]가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상부층에서는 Pb의 함량이 매우 높아 연백[2PbCO3⋅Pb(OH)2]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채색에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흑색 안료는 탄소화합물인 먹이다. 먹은 경원소로 구성되어 있어 P-XRF 분석으로는 지시원소를 검출하기 어렵다. 흑색 안료 시편의 표면에 대한 EDS 분석에서는 바탕층에 사용한 백색안료와 동일한 성분들만 주로 검출되었으나, 단면분석을 통해 두 개의 백색 바탕칠 위로 Cu와 Cl의 함량이 높은 녹색층이 나타나 녹염동광[Cu2Cl(OH)3]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녹색 안료의 최상부에서 관찰된 흑색은 매우 얇게 채색되어 있었으나 C의 함량이 매우 높아 먹으로 채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Pb이 15.1 wt%, Ca이 7.5 wt%로 다소 높게 검출되고 있으며 간헐적으로 입자상으로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먹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체질안료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입자상이 명확하지 않아 연분 외에 호분 또는 석회석의 사용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반면 B1은 P-XRF 분석에서 Ca과 Pb의 함량이 낮게 나타나 구름무늬 받침다리에서는 연백의 바탕칠과 녹염동광의 중간 채색과정 없이 백토로 바탕칠한 다음에 먹을 바로 채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색 안료는 P-XRF 분석결과 As가 S과 함께 Pb의 함량이 높게 검출되었다. 그러나 EDS 분석에서 Pb은 연백에서 비롯되었고, 황색 채색층에서는 As와 S이 높게 검출되어 자황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색 시편에는 바탕층 연백과 채색층 자황 사이에 짙은 갈색의 두꺼운 층이 관찰된다. EDS 분석에서 C의 함량이 매우 높아 아교 채색만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자황을 연백 위에 채색하였을 때 발생하는 변색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 고의적인 채색기법으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연의 몸체와 지붕에 채색되어 있는 광택의 황색 안료는 중요한 부위에 대한 황금색 채색을 위해 사용한 금과 은의 합금으로 나타났다.
적색 안료의 단면을 구성하는 두 개의 백색층은 다른 안료와 마찬가지로 백토와 연백이다. 바탕층 바로 위에 채색된 적색에서는 Pb의 함량이 높게 검출되어 연단(Pb3O4)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상위층의 적색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에서는 Hg과 S만이 검출되어 진사(HgS)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난간의 신수 채색부인 R1과 R2의 P-XRF 결과와도 부합한다. 이와 같이 적색 안료로 연단과 주사의 두 가지가 사용된 것은 연단을 초빛으로 사용하여 이빛인 주사의 색을 돋보이게 한다(Moon, 2012). 이는 백색의 바탕층에 의해 주사의 색 농도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한편 가마채에 사용한 적색 안료(R3)에서는 Hg과 S의 함량이 낮은 반면, Fe의 함량이 높게 나타나 석간주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붕 처마의 R4와 R5에는 Pb이 함량에 비해 Hg이 미량으로 검출되어 연단만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적색의 경우, 가마를 구성하는 부재에 따라 채색기법이 모두 상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세조대왕연에는 백토와 연분의 순서로 채색된 바탕층 위에 황색은 자황과 금, 적색은 연단과 주사 및 석간주, 녹색은 녹염동광, 흑색은 먹을 사용하여 채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습한 박락 시편 중 최상층 채색부가 백색인 시료가 없어 단면 관찰 및 EDS 분석은 불가하였다. 바탕층에 해당하는 백색 안료의 P-XRF 분석결과, Pb의 함량은 W1에서 높게 검출된 반면 W3, W4 및 W5에서는 낮게 검출되었다. 이는 이상의 단면 관찰 결과를 고려하였을 때 상부 채색층의 박락 정도에 따른 연백의 잔류량 차이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4.2. 채색순서 및 의미
세조대왕연에서 안료의 채색방식의 특징은 명도가 높은 색을 먼저 채색한 후 낮은 색을 그 위에 덧칠한 것이다. 세조대왕연의 여러 문양은 표현하고자 하는 색상의 면적에 상관없이 먼저 밝은 색을 넓게 칠한 후 그 위에 명도가 낮은 색을 차례로 올리는 방식으로 채색되었다(Figure 9A~C). 따라서 본체 난간의 신수 중에 백택은 짙은 몸통에 적색의 점박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채색은 적색을 먼저 칠한 후 흑색을 칠하였고 그 위에 명도가 더 낮은 흑색을 덧칠함으로 적색의 점박을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Figure 9D).
이를 근거로 연의 배면에 채색된 봉황의 채색 순서를 해석하였다(Figure 10). 다만 봉황은 난간에 입체적으로 조각되어있어 채색순서는 안료의 명도 외에 조각의 높낮이도 고려하였다. 따라서 백색의 바탕층 다음으로 조각에서 가장 높이가 낮은 곳에는 황색의 채색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 후에 봉황의 몸통에 육색을 칠하고 그 위에 같은 계통인 적색을 채색한 후, 명도가 낮은 녹색을 채색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봉황 채색의 특이점은 명도가 가장 밝은 백색이 적색 위에 채색된 것인데 이는 얇은 선으로 세밀하게 칠함으로써 봉황의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사용된 채색기법으로 볼 수 있다. 덧칠된 부분을 통해 얇은 백색 선을 그린 후 마지막으로 주변 나뭇가지의 세부 묘사 및 봉황의 점박을 채색하는 데 흑색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세조대왕연과 지붕은 목재와 안료뿐만 아니라 금속, 지류, 섬유 등 다양한 재질로 구성되어 있다. 유물은 재질에 따라 보존 및 관리방법이 다소 상이하므로 세조대왕연과 같은 복합재질의 경우 보존을 위해 면밀한 주의 및 정기적으로 보존상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 결과는 세조대왕연의 안료에 대한 분석과 채색기법 연구로서 향후 재질별 연구가 축적된다면 보존관리 및 조선 초기 왕실 가마의 학술연구에 대한 귀중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왕실 기물 채색에 사용한 붉은 주칠은 민간에서는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부귀와 입신양명, 장수 등의 염원을 담은 다양한 장식 문양은 사대부가에서도 널리 사용하였으나, 용과 봉황만은 왕실에 국한되어 사용의 제한을 받았다(Kang, 2012;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2013; Lee andLee, 2018). 이러한 점에서 세조대왕연은 왕실 특히 국왕이 사용하는 기물에 적합한 의장이라 할 수 있으나 연의 크기가 사람이 타고 이동하기에는 다소 작아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왕의 가마에는 대련, 소련, 소여 등과 같이 직접 타기 위한 것도 있으나 용정(龍亭)이라 하여 옥책, 금보, 국서, 어필, 의복 등의 중요한 의물이 옮겨질 때 사용하는 가마가 있다(Song, 2011;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2018). 특히 마곡사 영산전(보물 제800호)의 현판이 세조대왕의 어필로 전해지고 있어, 세조대왕연은 세조가 직접 타고 온 것이라기보다는 어필 하사에 사용한 용정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따라서 세조대왕연에 사용된 안료의 종류와 채색 기법을 조선시대 왕실의 기물제작 방식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5. 결 론
1.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14호인 세조대왕연은 화려한 용 및 봉황무늬가 장식된 4인교로 섬세한 신수조각과 화려한 장식 및 문양이 돋보인다. 또한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안료로 채색하여 조선시대 전기의 왕실 목조공예에 사용한 안료와 채색기법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2. 채색안료의 객관적인 색상 값을 파악하기 위해 비교적 선명한 지점을 대상으로 색도 측정을 실시하였다. 흑색은 명도, 적색도, 황색도 모두 유사하게 측정되었으며 백색은 적색도와 황색도에 비해 명도값의 범위가 넓게 나타났다. 황색은 자황 채색부와 금칠 채색부에서 명도와 황색도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적색은 진사가 채색된 지점에서만 적색도가 높게 측정되었다.
3. 채색안료의 P-XRF 분석 결과, 흑색안료에서는 바탕층에 사용된 백토 및 연백의 성분이 주로 검출되었다. 황색의 경우, 사슬문 채색부에서 S과 As의 함량이 특히 높게 검출되었다. 적색안료의 모든 지점에서는 S이 검출되었으나 Hg은 연의 본체에서만 검출되어, 진사는 본체의 채색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가마채에서는 Fe의 함량으로 보아 석간주가 채색된 것으로 해석된다.
4. 극미량의 탈락시편을 수습하여 미세한 표면상태 및 채색층 단면의 구조를 관찰하였으며, 주사전자현미경과 EDS를 통해 조성을 분석하였다. 모든 시료는 공통적으로 백색의 바탕 채색층이 존재하였으며, 육안관찰을 통해 흑색안료로 판단하여 수습하였던 시편의 단면에서 녹염동광의 채색층이 확인되었다.
5. 세조대왕연의 채색에 사용한 안료의 색상은 흑, 백, 황, 적, 녹 등 5가지이다. 흑색은 먹, 백색은 백토와 연백, 황색은 자황과 합금, 적색은 연단과 주사 및 석간주, 녹색은 녹염동광을 안료로 사용하였다. 지붕에서는 황색과 적색 2가지 색상이 나타나며 황색은 금을 적색은 연단을 채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6. 세조대왕연에는 왕실에서나 사용하는 봉황과 용문이 조각되어 있으며 주칠 및 금칠 등을 통해 격식과 위엄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채색은 명도가 높은 백토와 연백의 바탕칠 위에 명도가 낮은 안료로 세밀하게 덧칠하여 세부적 묘사와 화려함을 더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