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류문화재의 보채에 쓰이는 봉채의 채색 및 열화 양상 연구
Study on Coloring and Aging Pattern of Bongchae used for Conservation Treatment of Paper Cultural Proper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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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보채는 지류문화재 보존처리의 마지막 단계로 주로 봉채를 사용한다. 본 연구는 지류문화재 보채에 쓰이는 4종의 봉채(본람, 등황, 연지, 대자)를 한지에 채색한 후 채색 양상을 확인하고 인공열화를 통해 색변화 양상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채색 양상을 관찰한 결과 본람⋅연지⋅대자는 미세한 안료 입자가 도포되는 형태였으며, 등황은 피막을 형성하였다. 봉채의 X선 회절 분석 결과 본람과 연지, 대자에서 석영과 방해석, 납석이 공통적으로 검출되었고, 대자에서 침철석이 추가로 검출되었다. 인공열화 결과 습열열화에서 등황이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변색되었으며, 자외선열화에서는 등황과 연지가 탈색되었다. 결과적으로 봉채로 보채된 지류문화재는 등황이 채색된 경우 알칼리에 의해 주황색으로 변색될 수 있으며, 자외선에 의해 등황과 연지의 탈색이 우선적으로 발생하여 전체적인 색상이 어두워짐을 예측할 수 있다.
Trans Abstract
Bongchae is primarily employed for toning, which is the last step in the conservation treatment of paper’s cultural properties. The objective of this study is to identify the coloring patterns of four types of Bongchae(Bonram, Gamboge, Yeonji, and Daeja) and determine the associated color change patterns through accelerated aging experiments. By examining the coloring patterns, it is observed that Yeonji, Bonram, and Daeja are painted as particles, whereas Gamboge indicates a close state of coating. Results obtained from X-ray diffraction analysis of Bongchae indicate that the presence of quartz, calcite, and pyrophyllite can be equally detected in Bonram, Yeonji, and Daeja. Additionally, the presence of goethite is also detected in Daeja. Gamboge becomes discolored from yellow to orange color during wet thermal aging, and Gamboge and Yeonji become decolorized during UV irradiation aging. Hence, cultural properties of paper colored with Gamboge can be predicted to become discolored to orange color by alkalis and can be darkened by UV rays because the decolorization of Gamboge and Yeonji occurs preferentially.
1. 서 론
보채(補彩)는 지류문화재 보존처리의 마지막 단계로, 유물과 보강부의 이질감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지류문화재 보존처리는 보강 전 천연 재료에서 추출한 염료로 보강지를 염색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천연 염색으로는 원하는 정확한 색상을 얻기 어려우며 동일한 염료로 염색하더라도 한지의 종류와 재원 또는 염료의 상태에 따라 상이한 결과물을 얻게 된다. 때문에 지류문화재의 색맞춤 과정에서 안료를 이용한 보채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보채는 본람(本藍), 연지(燕脂), 대자(代赭) 그리고 등황(藤黃)의 봉채를 사용한다. 봉채란 안료를 막대 형태로 성형시킨 것으로 먹과 동일하게 갈아서 사용하며, 비중이 낮고 혼합성이 좋아 조색이 용이하고 사용하기 간편한 장점이 있다. 또한 발색이 좋으나 채색층을 거의 이루지 않아 안료의 박락 위험성이 적다.
그러나 유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고색화 되어가듯, 보존처리가 완료된 보채부도 필연적으로 노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보존처리 당시 유물에 어울리는 색상으로 보채를 완료하였어도 추후 부적절한 보존 환경 또는 자연적인 노화에 따라서 결국 색상이 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보채에 쓰이는 안료의 노화 양상에 따른 색상 및 상태 변화의 예측이 가능하다면 보채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실제 보존처리 과정과 동일하게 4종의 봉채를 각각 아교포수된 한지에 도포한 후 채색된 상태를 관찰하고 인공열화시켜 추후 변색되는 양상을 예측하고자 하였다.
2. 연구방법
2.1. 연구재료
실험에 쓰인 한지는 보존처리용으로 제작된 신현세 전통 한지를 사용하였다(Table 1).
시중에 시판되는 봉채의 종류는 길상(棒絵具, 吉祥, JPN), 봉황(棒彩, 鳳凰, JPN), 여우표(棒絵具, 上羽絵惣, JPN) 등이 있다(Eom, 2017). 본고에서는 이들 중 봉황사(社)의 본람, 연지, 대자를 사용하였으며, 등황은 시판되는 필관등황(筆管藤黃)을 사용하였다(Figure 1).
2.2. 시료 제작
배접된 한지에 아교포수를 실시하고 본람, 등황, 연지, 대자의 봉채를 채색하였으며, 대조군으로 아교포수된 한지와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한지를 준비하였다. 6종 시료의 가장자리를 5 cm 이상 잘라낸 후 각각 14.5 × 6.5 cm 크기의 시편으로 재단하였다(Figure 2).
2.3. 인공열화
열화는 건열, 습열, 자외선을 적용하였으며, 각각 24시간 간격으로 총 144시간 열화시켜 시료의 색상 변화를 관찰하였다. 건열열화는 항온건조기(OF-22GF, Jeio Tech, KOR), 습열열화는 항온항습조(TH-PE-100, Jeio Tech, KOR), 자외선열화는 노화시험기(UV-2000, Atlas, USA)를 이용하였다(Table 2).
2.4. 채색 양상 및 성분 분석
시료의 채색층을 확인하기 위하여 단면을 관찰하였으며, 실체현미경(DG-3, Scalar, JPN) 및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JSM-IT300, Jeol, JPN)을 사용하여 육안으로 관찰이 어려운 시료의 표면상태를 관찰하였다. 추가로 에너지 분산형 분광 분석(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 EDS)(X-MAXN, Oxford, GBR)을 통해 봉채 안료의 성분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봉채의 정확한 화합물을 확인하기 위해서 다목적 고분해능 X-선회절기(X-ray diffractometer, XRD)(Empyrean, PANanlytical, NLD)를 이용하여 X선 회절(X-ray diffraction, XRD)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일부 안료의 분석을 위하여 라만분광분석기(XperRam F2.8, NanoBase, KOR)로 스펙트럼을 분석하였다.
2.5. 색차 분석
6점의 시료에 대한 색상 변화를 색차계(CM-700d, Konica Minolta, JPN)를 사용하여 CIE Lab 색공간에 따른 L*a*b*값을 5회 측정하여 평균값을 구한 후, 다음의 공식을 이용하여 열화 전 시료와 144시간 열화 후 시료의 ΔE값(KS A 0063)을 계산하였다.
3. 결과 분석
3.1. 채색 양상 및 성분 분석
아교포수는 아교와 명반을 혼합한 용액을 도포하는 과정으로, 한지에 아교의 얇은 피막을 만들어 물감이 한지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 한지 위에 견고한 채색층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Kim and Lee, 2016). 관찰 결과 아교포수된 시료들의 단면은 포수되지 않은 시료에 비하여 좀 더 매끄럽게 정리된 표면 양상을 보였다(Figure 3). 그리고 채색된 시료들이 모두 한지 바탕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뚜렷한 색상(Figure 4)을 보이는 반면 단면에서 채색층이 거의 식별되지 않아(Figure 3) 봉채의 뛰어난 피복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채색 시편의 현미경과 SEM 이미지에서 닥섬유 사이의 공극을 막고 있는 아교포수층이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표면상태 위에 안료가 채색된 형태를 보였다(Figure 4, 5).
본람⋅연지⋅대자는 미세한 분말 형태의 입자가 표면에 고르게 안착된 채색 형태를 보였으며(Figure 5A, 5C, 5D), 안료 입자의 EDS 분석 결과 공통적으로 Ca, Si, Al이 검출되었다(Figure 6, 7, 8). 반면 등황의 경우 입자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고 아교포수와 비슷한 피막의 형태에 가까운 도포 양상을 보였다(Figure 5B). EDS 분석 결과에서도 화합물로 판단할 만한 기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Figure 9).
공시 안료인 봉채에 대한 구체적인 화합물 분석을 위하여 XRD 분석을 실시한 결과 본람과 연지, 대자에서 검출되었던 Ca, Si, Al 성분은 각각 석영(Quartz, SiO2)과 방해석(Calcite, CaCO3), 납석(Pyrophylite, Al2O3⋅4SiO2⋅H2O)임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연지와 본람의 발색 화합물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자의 경우 침철석(Goethite, FeO(OH))이 검출되어 산화철 광물을 발색 화합물로 이용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10). 등황은 XRD 분석 결과 특정한 화합물이 발견되지 않아 추가적으로 라만분광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1593 cm-1의 특징적인 라만 스펙트럼 피크가 관찰되었는데(Figure 11), 이는 기존 연구에서 규명된 등황의 라만 스펙트럼과 일치한다(Lee, 2015). 따라서 시판되는 필관등황은 인공적인 제조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기안료로 추정된다. 반면 대자의 경우 체질 성분과 발색 화합물이 모두 무기물인 무기안료로 확인되었으며 본람과 연지의 체질 성분은 무기물로, 발색 화합물은 유기물로 추정된다.
3.3. 인공열화 결과 분석
3.3.1. 색차 분석
색차의 비교를 위하여 미국국립표준국에서 제시한 색차 단위 수치와 감각적 표현과의 관계를 참고하였으며 그에 따른 용어를 정리하였다(Table 7). 또한 각각의 열화 방법에 따른 시료의 색차 측정 결과와 ΔE값을 정리하였다(Table 8, 9, 10). 일반적으로 ΔE가 2∼3 이상에서는 색상이 다르다고 평가되며(Oh, 2007), 본 고에서는 육안상으로 명확한 색상 차이가 감지되는 3(Appreciable) 이상의 값을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건열열화 결과 대자 시료에서 최대 2.47의 ΔE값 변화를 보였지만 육안상 시료의 색상 변화는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Table 4, 8). 반면 습열열화의 경우 등황 시료에서 Much에 해당하는 6.96의 ΔE값 변화를 보였다(Table 5, 9). 색차값에서 L*값이 1.68 감소, a*값이 4.62 상승, b*값이 23.98 감소하여 적색이 약간 증가하고 황색이 크게 감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육안상으로도 열화 전과 비교하여 습열열화 후 시료가 다소 주황색으로 변색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Figure 12).
자외선열화는 아교포수된 한지와 연지, 등황에서 색상 변화를 보였다(Table 6, 10). 아교포수된 한지의 경우 4.35의 Appreciable에 해당하는 ΔE값이 측정되었다. L*값과 a*값이 각각 3.85, 0.19 증가하였으며 b*값은 2.02 감소하였다. 즉 한지의 본래 색상인 황색이 줄어들고 백색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며, 육안상으로 자외선이 조사되지 않은 부분과의 차이가 명백하게 확인된다(Figure 13).
연지의 자외선열화 결과 Much에 해당하는 9.82의 ΔE값을 보였으며 L*값이 4.25 증가하고 a*값이 8.83 감소하였으며 b*값은 0.68 증가하였다. 이는 명도가 증가하고 적색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며, 육안상으로도 자외선이 조사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적색 농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Figure 14).
등황의 경우 Very much에 해당하는 24.14의 ΔE값이 측정되었다. 세부적으로 L*값과 a*값이 각각 1.23, 2.49 증가하였고 b*값이 23.98 감소하였다. 이는 황색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을 의미하며, 육안상으로도 한지의 재색이 드러날 만큼 등황이 퇴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15).
3.3.2. pH 및 IC 분석
실험에 사용된 신현세 한지와 대조군 한지 시료의 pH측정 결과 문경 한지를 제외한 모든 시료가 평균 8을 초과하는 약알칼리성를 나타냈다. 추출된 용액에 대한 IC분석 결과 신현세 한지의 나트륨 농도가 다른 한지에 비하여 약 8배 가량 많이 검출되었다(Table 11). 일반적으로 등황은 알칼리가 첨가될 경우 주황색으로 색상이 현저하게 변화된다(Elisabeth, 1997). 따라서 습열열화 과정에서 등황 시편이 붉게 변색된 것은 한지가 제조될 당시 증해(蒸解) 과정에서 쓰였던 알칼리 성분이 한지 섬유에 잔류하다가 고습 환경에 의해 용출되어 등황과 반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알칼리 성분은 추출된 나트륨 이온의 농도로 보아 소다회(Na2CO3)로 추정된다.
3.3.3. 자외선 노출량의 계산
자외선열화에서 연지와 등황은 약 24시간부터 약간의 퇴색을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등황은 약 72시간 만에 완전히 퇴색되는 경향을 보였다. 24시간 동안 조사된 UVA-340의 300∼400 nm 사이의 자외선 노출 총량은 약 3.7 MJ/m2이고 72시간의 총량은 약 11.2 MJ/m2이다. 그리고 국내 평균 일간 총 일조 시간 기준(5.78시간)으로 약 4일 노출 시 연지와 등황의 탈색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약 13일 동안 태양광에 노출시켰을 때 등황의 완전한 퇴색이 진행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Korea Reliability Certification Center, 2017).
4. 결 론
본고에서는 봉채의 채색 양상을 관찰하고 인공열화를 통해 추후 색이 변화하는 상태를 예측하고자 하였다.
봉채의 실체현미경과 SEM-EDS 분석 결과 본람⋅연지⋅대자는 미세한 입자 형태로 한지 표면에 도포되는 채색양상을 나타내었으며, EDS 분석 결과 Ca, Si, Al이 검출되었다. 구체적인 화합물을 확인하기 위하여 실시한 XRD 분석 결과 석영, 방해석, 납석이 공통적으로 검출되어 이들을 체질 안료로 사용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본람과 연지는 특정한 발색 화합물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대자의 경우 침철석이 검출되어 산화철 광물을 혼합하여 제조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반면 등황은 입자가 아닌 피막 형태의 채색 양상을 보였고, XRD 분석에서 화합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등황의 라만분광분석 결과 특정 피크가 선행 연구와 일치하여 현재 시판되는 필관등황은 인공적인 제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유기안료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
각각의 봉채 안료를 채색한 시료를 인공열화 시킨 결과, 건열열화에서는 두드러지는 색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습열열화에서 등황이 붉게 변색하는 결과를 보였다. 자외선열화의 경우 등황과 연지에서 퇴색 현상이 일어났으며, 특히 등황의 경우 퇴색의 정도가 크게 나타났다.
이상의 실험을 통해 봉채로 보채된 지류 유물의 색상 변화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다. 만약 등황을 혼합하여 보채된 유물이 고습의 환경에 노출되거나 또는 알칼리 성분의 습해를 입는다면 붉게 변색될 가능성이 있으며,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주로 적색과 황색의 퇴색이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4종의 봉채를 혼합하여 보채가 완료된 유물이 자외선에 노출되어 적색과 황색의 퇴색이 우선적으로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청색인 본람의 색상이 두드러져 전체적인 색상이 어두워짐을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안료의 변색과 퇴색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3종의 열화 방법에 의한 실험은 각각의 요인에 의한 단편적인 결과만을 보여주며 완벽한 변색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보존처리가 완료된 유물에 대한 적절한 보존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며, 관련 연구 데이터가 축적되면 추후 보채용 안료를 선택하거나 활용하는데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조사연구(R&D)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