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50년된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의 보존상태조사와 효과적인 자료보존과 공유방법
Investigation on the Conservation Status of the 50-year-old “Yu Kil-Chun Archives” and an Effective and Practical Method of Preserving and Sharing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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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개화기 한국 근대사연구의 중요한 자료인 1971년에 출판된 2,866페이지에 달하는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 1질(5권)의 자료보존과 효율적인 공유를 위하여 해당 자료의 조사와 구입, 보존상태 조사, 자료의 물리적 보존, 자료의 상태와 내용 보존을 위한 전자문서화 작업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출판된 지 50년이 경과한 현대 인쇄물에서 문서의 변색(變色)과 경화(硬化), 부스러짐, 파손 등의 열화 및 손상 정도를 이미지분석을 통하여 정량화하고 손상영역의 가시화를 시도하였다. 사용된 종이의 재질, 표면상태, 광선에 노출된 정도, 보관환경에 따라 열화 및 손상 정도가 크게 의존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유길준 전서 제1권에 수록된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전자문서화된 이미지와 다른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이미지와의 비교를 통하여 이미지 촬영 당시의 보존상태의 비교, 고찰 및 이미지의 가공유무에 대한 판단이 가능함을 예시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서 전자문서화가 완료된 자료의 효과적인 보존과 학술연구자료로 공유하는 방법을 고려하면서 부딪치게 된 현실적인 문제에 관해서도 정리하였다.
Trans Abstract
For the preservation and efficient content sharing of 5 volumes (2,866 pages) of Yu Kil-Chun’s book published in 1971, which provides an important collection of data for the study of modern Korean history during the late 19th century (enlightenment period of Joseon dynasty). The books were purchased and its preservation status investigated and documented electronically by scanning for permanent preservation of content and to determine the condition of preservation at the time of documentation. The degree of deterioration and damage, such as discoloration, hardening, breakage, and damage in these 50 years old modern printed books was quantified through image analysis and made attempts to visualize the damaged areas. It was observed that the degree of deterioration and damage depended on the material and the surface condition of the paper used, the degree of exposure to light, and the storage environment. The comparison of the preservation status at the time of the photographing (or scanning) and judgment as to whether or not the image under investigation was artificially modified was accomplished by comparing the electronically documented images of Seoyugyeonmun (西遊見聞) in Volume 1 of Yu Kil-Chun’s works with images provided on other websites. Practical problems encountered while considering the effective preservation of electronically documented data and publicly sharing it, in the course of this study, with other academic researchers around the world were also summarized.
1. 서 론
2019년 연말부터 급격하게 번지기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발생하고 있으며 연구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국가 간의 이동에 제약이 있는 경우, 국제적으로 연구자료를 수집해야 가능한 연구라고 하더라도 전자자료화된 데이터베이스가 준비되어 있고 그 자료가 공개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형태가 아니라면 연구에 필요한 자료의 입수조차 곤란하다. 국제 학술대회는 물론 국내에서의 학술 모임도 연기, 취소 및 비대면 방식으로의 전환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물리적 자료의 열람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학술연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문서자료의 전자문서화와 효과적인 자료 공유방법의 개발이 절실하다.
올해 초에 한국의 근대사를 연구하는 해외의 연구자 여러분들로부터 1971년에 일조각(一潮閣)에서 출판된 1질(帙) 5권(券)으로 구성된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Lee et al., 1971)를 입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 국내의 대학 도서관과 사설 기념관 수곳에 소장되어 있는 것은 확인되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도서관이 휴관된 곳이 많아 소장 도서를 열람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을 출판한 일조각에도 문의하여 책의 재고와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보았으나 어떠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대표적 개화사상가인 구당(矩堂) 유길준 선생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4년에 유길준 특별기획전(兪吉濬 特別企劃展) (Korea University, 2021a)과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선생의 많은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박물관 디지털 아카이브(Korea University, 2021b)에도 문의하였으나 유길준 전서가 전자문서화된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유길준 전서의 양이 방대하여 전자문서화하여 보관하고 있는 기관은 없었다. 출판된 지 불과 50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소중한 연구자료의 보존과 공유라는 측면에서 근현대의 출판 기록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방법의 마련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50년전인 1971년에 출판된 현대 인쇄 출판물인『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의 조사와 구입, 보존상태 조사, 자료의 물리적 보존, 자료의 상태와 내용 보존을 위한 전자문서화 작업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또한,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제 1권의 『서유견문(西遊見聞)』이 전자 문서화된 것(Adan Mun’go, Seoyugyenmun (西遊見聞), 2021)과의 비교를 통하여 전자 문서화의 바람직한 방향에 관하여 고찰했다.
2. 연구대상과 방법
2.1. 연구대상
본 논문이 다루는 연구대상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외교관, 작가이자 대한제국의 정치가, 계몽운동가이며 대표적 개화사상가로 불리는 구당 유길준(1856년 11월 21일∼1914년 9월 30일) 선생의 저술, 시 등 기타 유고를 모아 1971년에 1질 5권으로 출판된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 (Lee et al., 1971)라는 기록서이다. 출판을 얼마 앞두고 당시에 실렸던 신문 기사에 유길준 선생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유길준 전서 편찬위원회」의 구성, 각 권의 내용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다루고 있다(Joong Ang Daily, 1971).
「유길준 저서」 편찬계획
시⋅ 논문 등 유고 모아 5권에
우리 나라 최초의 외국 유학생이며 갑오경장 때 중심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던 구당 유길준의 전서 5권이 곧 나올 예정이다.
이희승⋅ 박종홍⋅ 천관자⋅ 이광린⋅ 김영호 씨 등은 「유길준 전서 편찬위원회」 를 구성하고 구당의 손자 유병덕 씨(감사원 제1국장)와 이광린 씨(서강대 교수) 김영호 씨(고대 교수) 등이 소장하고 있는 유고와 각종 희귀한 논설 등을 모아 5월 중으로 5권의 전서를 출간하기로 했다.
구당은 1881년 도일, 후꾸자와가 경영하던 개화사상을 공부했고, 1883년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최초의 미국유학생이 되었다. 그 후 그는 유럽 각국을 돌아 견문을 넓히고 1885년 귀국했다.
그의 전서 5권 중 제1권은 한국인이 쓴 최초의 서양견문기인 『서유견문』을 영인본으로 다시 내고 제2권은 문법⋅ 교육편으로 「대한문전」 등 10편을 심는다. 제3권은 역사편으로 「세계대세론」 등 6편, 제4권은 정치⋅ 경제편으로 「세제의」 등 32편, 그리고 제5권에는 구당의 시 등 기타 유고가 실리게 된다.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의 인쇄에 사용된 종이의 재질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으나 인쇄된 시기가 1971년인 점과 백상지를 사용한 점을 감안하면 화학표백펄프(Yoon, 1997)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2. 연구방법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1질(帙) 5권(券)의 전체 내용을 기록 보관하고 학술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는 스캐닝(scanning)을 통한 전자문서화, 영인본 제작, 전자출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상태가 좋은 서적 1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의 모든 고서적 취급점과 경매 사이트를 탐색하고 수소문하여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서적 1질을 세트로 확보할 수 있었다. 책표지의 등쪽부분은 오랜 기간 서가(書架)에서 햇빛에 노출되어 변색이 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양호한 상태의 서적의 확보로 출판 후 50년이 경과된 현재 출판물의 변색, 열화, 손상, 보존상태의 검사와 기록을 시작으로 전자문서화, 영인본 제작, 전자출판 등의 다양한 전개가 가능해졌다. 연구대상 서적 확보 후의 작업 순서와 물리적 자료(서적)의 보존과 내용의 전자문서화 및 공유방안에 관한 계획수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Figure 1에 정리하였다. 보존상태의 검사는 전 5권에 대하여 실시하였으며 컬러 스캐닝(color scanning)을 통하여 모든 페이지의 변색, 손상, 열화정도를 포함한 디자인과 문자정보가 전자 정보로 기록되어 PDF (Portable Document Format) (Wikipedia, 2021) 형식의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 자료로 저장되었다. 전자 문서화된 PDF 파일은 스캐닝 당시의 상태의 기록이므로 후일에 동일한 방법으로 스캐닝 작업을 하여 얻은 이미지와의 비교를 통하여 보관기간의 경과에 따른 자료의 변색, 손상, 열화정도의 변화를 기록하고 보존방법 및 보존환경의 개선을 위한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Yoon (1997)의 문서류의 시대별 지질 분포, 원료별 섬유특성, pH변화와 열화특성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백상지의 경우 제조과정 상의 문제점인 표백약품과 로진(rosin) + 알람(alum)이 잔류하고 있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산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서의 보존을 위해서는 화학적인 처리가 필요한 것으로도 보고되어 있다. 변색, 열화된 문서는 내구성과 탄성을 잃어버려 닳아 해짐, 부스러짐, 기타의 훼손이 발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로진(rosin) + 알람(alum)을 이용하여 종이에 내수성을 부여하는 사이징(sizing)법은 처리 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사이징 효과도 뛰어나지만 산성상태(pH: 3.5∼4.5)에서 초지하기 때문에 누렇게 변색되고 보존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스캐닝을 통하여 전자 문서화된 이미지를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변색의 정도, 변색 부분의 공간적 분포특성, 변색의 종이 재질 의존성, 종이의 손상 정도 및 특이사항을 정량화하여 현대 출판물의 장기 보관 시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보존 방법의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스캐닝은 책을 속지를 따로 분리하여 컬러 이미지로 저장하고 다시 제본하여 원본을 보관하도록 하였다. 스캐닝한 이미지는 각 권마다 하나의 PDF파일로 저장하여 손쉽게 내용을 볼 수 있게 하였다. 스캐닝은 제록스사(Fuji Xerox사)의 DocuCentre-IV C5580을 사용하여 진행하였다.
전자 문서화된 이미지를 활용하여 종이의 변색도의 정도와 변색진행의 특징을 이미지 분석을 통하여 정량화를 시도였다. 이미지 분석은 미국 WaferMasters사의 PicMan을 사용하였다. PicMan은 디지털 이미지 상의 화소의 색상과 밝기정보를 활용하여 색상의 측정과 분석을 비롯하여 길이, 각도, 면적, 윤곽추출, 등고선 추출, 채색, 이미지 비교 등의 작업이 용이하게 설계된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으로 공학, 자연과학, 농학, 축산학, 의학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문화재분야와 인문과학분야에서의 활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Yoo et al., 2017; Yoo et al., 2019; Kim et al., 2019; Yoo, 2020; Yoo and Yoo, 2020; Ryu et al., 2020; Yoo et al., 2020a; Yoo et al., 2020b; Yoo and Yoo, 2021).
3. 결 과
3.1. 조사 결과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1질(帙) 5권(券)의 구입 당시의 사진과 상태조사를 실시할 때 촬영한 사진을 Figure 2에 정리하였다. 책등은 햇빛에 장기간 노출되어 변색이 진행된 상태였으나 책끼리 나란히 놓여있어 햇빛에 노출되지 않았던 커버의 색상은 비교적 출판 당시의 색상이 보존되어 있었다. 책의 머리와 배에 가까운 부분은 햇빛과 대기중의 산소에 장기간 노출되어 종이의 변색이 심하게 진행되었으며 각 페이지의 가운데 부분으로 갈수록 변색의 정도가 덜했다. 변색이 심하게 진행된 책의 머리와 배에 해당하는 부분은 Yoon (1997)이 지적한 바와 같이 종이가 경화되어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였으며 많은 곳에서 종이의 균열과 탈락이 관찰되었다. 현재의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경우 열화가 더욱 진행되어 책의 내용을 전부 전자 문서화하는 것도 어렵게 될 상황으로 스캐닝을 통한 전자 문서화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1질(帙) 5권(券)의 커버, 면지, 표제지를 제외한 속표지와 본문에 해당하는 페이지의 숫자, 각 권의 내용 및 특이사항을 Table 1에 정리하였다. 속표지, 간행사(刊行辭), 해제(解題), 범례(凡例), 목차(目次), 제5권 후반의 선친략사(先親略史) 이후의 부분을 제외하면 책 전체가 다른 책 또는 문서의 영인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제 1권은 1895년 4월 25일에 일본 동경에서 케이오기쥬쿠(慶應義塾, 현재의 Keio University)의 설립자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운영하던 일본 토쿄(東京)의 코쥰샤(交詢社)에서 출판한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영인본(影印本)이다. 『서유견문(西遊見聞)』 원본은 페이지 번호가 본문의 책배 쪽에 세로로 한자(漢字) 숫자로 표기되어 있으나 제1권의 영인본에서는 책 하단 꼬리 쪽에 아라비아 숫자로 페이지 번호가 추가되어 있다.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에서도 다른 책의 영인본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책 하단 꼬리 쪽에 같은 방식으로 아라비아 숫자로 페이지수가 추가되어 있다.
3.2. 전자문서화
연구대상 서적의 변색과 열화의 진행으로 연구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자료의 자유로운 열람과 복사를 허용할 경우 서적의 추가 균열, 부서짐, 낙장 등의 손상이 예상되어 2,866페이지에 달하는 전5권을 전자 문서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게 되었다. 전자 문서화 후의 서적은 열화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환경에서 보관하고 전자 문서화된 자료를 열람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영인본을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두꺼운 책을 한 장씩 넘겨가면서 방대한 분량을 전자문서화의 비전문가인 연구자 개인이 스캐닝 작업을 하는 것은 서적에 손상을 줄 수도 있고 전자 문서화된 결과물도 일관성이 없어 활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전자 문서화 작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관련 분야의 여러 분들과 상의를 하였으나 어느 곳도 흔쾌히 응해주는 곳이 없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1971년에 출판된 것으로 출판된 지 50년밖에 경과하지 않은 출판물이기 때문에 저작권문제에 있었다.
일본국회도서관에도 많은 자료가 전자문서화되어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나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출판물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도서관에 와서 열람신청을 하거나 원격복사 신청을 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과 같은 국내 및 국외 이동에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열람 자체가 불가능하고 열람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많은 비용의 발생과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연구활동의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일본의 경우 1970년에 제정된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은 창작자의 사후 70년이 경과될 때까지 유지되며 단체명의의 제작물은 창작으로부터 70년까지 보호를 받는다(National Diet Library, Japan, 2021). 복사 가능한 분량도 창작물의 일부로 제한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국회도서관에서는 2018년 7월부터 국회도서관 방문 및 협정기관 이용자에게 국회전자도서관 이용에 따른 도서관보상금을 전액 지원⋅ 대납하고 있어 출력 시 인쇄비용만으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National Assembly Library, Korea, 2021). 그러나 국회도서관 방문 및 협정기관 이용자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일반 이용자와 해외 이용자에게는 장애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계유씨(杞溪兪氏) 자산공파(慈山公派) 화수회(花樹會)에서는 종중(宗中)의 선조의 업적을 기리고 연구자들에게 연구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임을 밝히고 어렵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1질(帙) 5권(券)의 스캐닝을 통한 전자문서화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Figure 3에『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제1권의 앞쪽의 구당 유길준 선생의 사진(A), 관련 사진자료(B) 및『서유견문(西遊見聞)』의 영인본에 해당하는 부분의 앞쪽 2페이지(C), (D)와 마지막 2페이지(E), (F)의 이미지를 소개했다. 서유견문의 하단에 아라비아 숫자로 가로로 인쇄된 페이지 숫자와 한자로 세로로 인쇄된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다. 광택지에 인쇄된 사진의 경우, 변색이 거의 진행되지 않았으나 일반 종이에 인쇄된 부분은 페이지 전체 또는 외곽부분이 누렇게 변색이 진행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현대의 종이는 우리의 전통한지와 달라서 산성을 띠고 있으며 종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누렇게 변색되는 이유는 종이를 구성하는 목재 펄프(pulp)에서 셀룰로오스(cellulose)라는 섬유질에 섞여 있는 리그닌(lignin)이 오랜 기간 햇빛과 산소에 노출되어 산화가 진행된 결과이다(National Park Service, 2001; Seery, 2013a; Woodward, 2018; Library of Congress, 2021). 현대 종이 중에는 중성에서 약알칼리성을 띠는 중성지도 있으며 표백 화학펄프로 제조한 종이의 경우 리그닌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외선과 산화에 의한 변색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된 종이의 재질에 관하여 조금 더 상세한 조사를 통하여 변색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광택지에 인쇄된 사진의 경우 책의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기간 보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지의 표면에 카올린(kaolin)으로 코팅한 아트지를 사용한 관계로 표면에 도포된 안료카올린으로 인하여 변색이 억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책의 주변부에서는 약간의 변색이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종이 단면을 통한 산소와의 반응이 주변부에서 많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Michael Seery (Seery, 2013a; 2013b)는 영국 왕립화학회 화학교육학술지에서 대형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장서의 3분의 1이 다루기 힘들 정도로 부서지기 쉬우며 다른 3분의 1은 다음 세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보고하면서 종이의 보존은 화학이 그 중심에 있으나 종이의 보존과학은 비교적 새로운 학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의 교육과정에 종이화학과 종이 보존에 관한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3. 전자 문서화된 이미지를 활용한 변색도 평가
Figure 4에『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 제1권에서 『서유견문(西遊見聞)』영인본의 초반부까지의 30페이지와 마지막 부분의 6페이지의 이미지를 하나의 이미지로 축소 정리한 섬네일 이미지(thumbnail image)로 표시하였다. 여러 페이지의 변색상태를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작게 줄여 화면에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미지의 해상도가 낮아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책 전체의 변색상태의 정보와 그 분포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 유리하다. 일단 적합한 판단 기준이 결정되면 각 페이지 별로 같은 조건을 적용하여 변색영역을 표시하거나 변색도 또는 손상도의 정량화와 통계분석도 가능하다. 지류문화재의 손상지도의 생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Figure 5에 Figure 4에 예시한 섬네일 이미지를 PicMan에서 RGB의 3색 채널에서 B 채널의 값이 8 bit (28 = 256 level)이 허용하는 0 – 255의 범위에서 185보다 낮은 변색이 심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인위적으로 흰색으로 처리한 화면 이미지를 소개하였다. 지면의 크기에서 이미지의 해상도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실제의 스크린 이미지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는 부분은 제외하여 표시하였다. 황색으로 변색된 부분은 RGB의 3채널 중에서 B채널의 신호 강도에 가장 큰 폭의 변화를 주기 때문에 변색이 심한 부분의 경계를 표시하는 하나의 예로 B채널의 신호 강도가 185가 되는 화소를 따라 변색부분의 경계를 표시하였다. 변색부분의 경계는 변색의 정도에 따라서 등고선으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Figure 6에 B 채널의 강도가 135, 150, 165, 180, 195가 되는 곳을 경계로 등고선을 변색의 정도에 따라 표시하였다. 각각의 등고선으로 둘러싸인 영역의 면적도 화소 또는 실측치로 계산이 가능하므로 각 페이지별로 변색영역을 변색의 정도의 함수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일한 종이에서도 앞면과 뒷면에서 변색의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곳이 전 5권에서 골고루 나타났으며 그 비율은 전체의 약 70%에 달한다. 종이의 변색은 종이의 리그닌의 밀도, 산성도, 표면처리의 상태와 햇빛과 대기중의 산소와의 화학반응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같은 종이에서 앞면과 뒷면의 변색 정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종이 제조과정에서의 표면처리의 불균일이 가장 큰 요인으로 추정된다. 같은 책에서 이처럼 변색 또는 손상도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면 책의 보존처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페이지별로 손상지도를 작성하고 손상도를 정량 분석하여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3.4. 서유견문 원본의 디지털 아카이브와 영인본의 비교
영인출판한 지 50년이 경과된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 제1권의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이미지와 아단문고에서 공개하고 있는 1895년에 일본 동경의 코쥰샤(交詢社)에서 출판된 『서유견문(西遊見聞)』원본의 디지털 아카이브(Adan Mun’go, Seoyugyenmun (西遊見聞), 2021)와의 비교를 통하여 영인 시기의 차이 및 영인본의 50년 경과 후에 촬영한 이미지의 상태를 조사하여 영인에 의한 문화재 보존의 문제점과 현대인쇄물이 가지고 있는 재료학적 문제점을 검토하고 현대 출판물에 적합한 보존환경 조건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Figure 7에 인쇄된 면 중에서『유길준 전서』 제1권의『서유견문』의 첫 4페이지의 이미지(A)와 아단문고에서 공개한 『서유견문』의 첫 4페이지의 이미지(B)를 비교하기 쉽게 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스캐닝 작업으로 얻은 이미지는 영인본의 변색의 상태까지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으나 아단문고에서 제공하는 이미지의 일부는 실제의 색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여 변색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표지 오른쪽 하단의 테두리의 도안도 겹쳐 보이는 곳이 여러 장에서 발견되어 스캐닝 작업후에 영인본으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형식을 조정한 듯한 징후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또한 우측 상단에는 아단문고의 직인을 디지털 작업으로 추가하여 이미지의 출처를 표시하고 있다. 『서유견문』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원본의 영인 당시의 상태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적합하지 않다. 영인의 목적에 따라 스캐닝 방법과 이미지 제공방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서유견문』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근대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소개한 거작으로 최초의 국한문혼용체(國漢文混用體)로 저술된 서적이고 최초로 언문일치(言文一致)로 저술된 근대 인쇄기술로 출판된 서적이다(Joong Ang Daily, 2009;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21; National Archives of Korea, 2021). 개화를 위한 사상적 교과서이며 556페이지라는 방대한 양의 저술로 20편으로 짜여져 있어 역사, 지리, 상업, 산업, 정치, 풍속, 예술 등 서양문물 전반에 대한 소개서로 백과사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Yonsei University Library, 2021). 우리말과 한문을 함께 사용하여 읽기 쉽게 하였고 구어체(口語體)로 서술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학교에서 역사시간에 유길준의 서유견문은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지만 저자의 이름과 책의 이름만 소개될 뿐 어떠한 내용인지 어떤 방식으로 저술되었는지를 소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로 내용을 읽으려고 하면 1890년대의 표현방식으로 되어 있어 현대인이 그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면 마치 외국어를 번역해가면서 읽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띄어쓰기도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문장부호도 없고 문장이 끝도 없이 이야기하듯 이어진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옛 한글의 자음과 모음도 등장하고 용어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과는 매우 상이하다. 원문을 읽고 연구하려는 근대사학자나 근대문학자에게는 원문 이미지의 제공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옛 한글을 포함하여 본문을 문서파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그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전자 문서화에도 유길준 선생이 서유견문에서 문명을 미개(未開), 반개(半開), 개화(開化)의 3단계로 나누었던 것처럼 전자 문서화도 3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미개는 아예 전자문서화를 하지 않거나 용도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전자 문서화를 하는 것이고, 반개는 용도를 고려하여 이미지 파일로 전자 문서화를 하는 경우이고, 개화는 용도에 맞는 이미지 파일의 형식으로 전자 문서화를 하고 더 나아가 원문의 문자를 전자 문서화하고, 현대어로 풀어서 번역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 고찰 및 결론
2020년의 COVID-19감염병의 세계적 대확산으로 국내 및 국외 이동이 제한되고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시로 일상생활이 크게 변화되는 가운데 해외의 한국학 연구자들로부터 개화기 한국 근대사연구의 중요한 자료인 1971년에 출판된 2,866페이지에 달하는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 1질(5권) 자료입수의 요청으로 시작된 본 연구를 통해서 근대 및 현대 출판물의 상태조사, 자료보존 및 효율적인 공유방법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검토와 실무작업을 실행에 옮기면서 겪게 된 내용을 정리하여 제안하게 되었다.
연구대상이 된 유길준 전서 1질 5권의 자료보존과 효율적인 공유를 위하여 해당 자료의 조사와 구입, 보존상태 조사, 자료의 물리적 보존, 자료의 상태와 내용 보존을 위한 전자문서화 작업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문서의 스캐닝을 통한 전자 문서화 작업과정에서 출판된 지 50년이 경과한 현대 인쇄물에서 문서의 변색(變色)과 경화(硬化), 부스러짐, 파손 등의 열화 및 손상의 양상과 정도를 이미지분석을 통하여 정량화하고 손상영역만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지류문화재의 손상지도와 유사하게 가시화하는 방법을 예시하였다. 인쇄에 사용된 종이의 재질, 표면상태, 광선에 노출된 정도, 보관환경에 따라 열화 및 손상 정도가 크게 의존하는 것을 관찰하였으며 전자 문서화 작업을 통하여 출판자료의 내용을 디지털 아카이브화할 수 있었다. 근대 및 현대 출판물의 경우, 출판물의 저작권이 이러한 작업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체험하게 되었다. 본 연구의 본래의 목표인 전자 문서화된 자료의 효과적인 보존과 학술연구자료로 공유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영인본의 발행, 전자 문서의 제공방법 등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과제로 남아 있다.
유길준 전서 제1권에 수록된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전자 문서화된 이미지와 다른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이미지와의 비교를 통하여 이미지 촬영 당시의 보존상태의 비교, 고찰 및 이미지의 가공유무에 대한 판단이 가능함을 예시하고 전자 문서화를 하기 전에 목적에 맞는 방법을 채용하여 전자 문서화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근대 및 현대의 연구자료의 경우, 단순한 이미지 파일의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본문의 내용도 문서형식으로 전자 문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연구자료로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현대어로의 번역도 병행하여 자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백상지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출간 50년된 『유길준 전서(兪吉濬全書)』 는 변색과 열화가 진행되어 내구성과 탄성을 잃어버린 상태로 일부 페이지에서는 닳아 해짐, 부스러짐과 종이의 꺾임에 의한 탈락이 발생한 상태로 책을 열람하기 위해 개폐를 지속할 경우 손상이 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캐닝으로 전자문서화한 PDF파일을 열람하도록 하고 원본은 밀폐된 용기에 넣어 질소를 봉입하고 햇빛이 들지 않는 시원한 장소에 보관하여 종이의 산화에 의한 추가적인 변색과 열화의 진행을 막도록 조치하였다.
취약한 근대 기록물의 보존은 컬러 스캐닝에 의한 전자문서화를 통하여 기록물의 내용과 보존상태를 기록하고 전자문서의 열람이 가능하게 하여 기록물 실물의 추가적인 손상을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기록물 실물은 재료의 재질에 맞게 열화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환경에서 보존하고 보존상태의 주기적인 점검을 통하여 보존환경의 최적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