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대례용 용잠의 제작기법 조사와 보존처리 - 국가민속문화재 제4호 외재 이단하 내외옷 용잠을 중심으로 -
A Study on Manufacturing Techniques and Conservation Treatment for Yongjam, Ceremonial Hairpin with a Dragon-shaped Engraving in 17th Century - Focusing on Yongjam of the Clothes Worn by Oejae Yi Dan-ha and His wife,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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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국가민속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외재 이단하 정경부인의 용잠은 대례복 일습을 구성하는 머리 장신구로, 착용자의 신분과 유물의 시기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유물로서 가치가 높다. 용잠은 대체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문양부분에 다양한 이물질 및 부식물이 고착되어 있어 보존처리를 수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비파괴 분석을 실시하여 용잠의 제작기법과 소재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용잠은 머리에 꽂았을 때 무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부가 비어있으며, 금색과 적색, 흑색의 색상이 대비되도록 만들어졌다. 용잠은 머리 부분과 비녀의 몸체를 따로 제작하였으며, 몸체는 구리, 은, 아연의 합금으로 접합부분은 겹쳐지는 부분이 없이 정교하게 연결하였다. 머리 부분은 용의 얼굴이나 수염, 뿔, 몸, 갈퀴에서 합금 비율에 차이가 있으며, 섬세한 문양이 표현된 용의 얼굴 부분은 은과 구리의 합금으로 용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Trans Abstract
The Yongjam of Oejae, Yi Dan-ha’s wife, is an ornamental hairpin with a dragon-shaped engraving; designated as National Folklore Cultural Heritage No. 4. It is also a component of the ceremonial costume, and an artifact of great value as it clearly identifies the position of the wearer and the period of this artifact. The Yongjam has been well preserved in general; however, various pollutants and corrosive products have affected the engraved patterns, requiring conservation treatment. Furthermore, a non-destructive analysis was conducted to identify the components of the materials and the manufacturing techniques used in the ornament. The Yongjam is hollow inside to reduce its weight when placed in the hair and has a color contrast of gold, red, and black. The decorative part and the body were made separately. That is, the body was made from an alloy of copper, silver, and zinc, and its joint was elaborately connected without any overlaps. In the decorative part, different alloy ratios were identified in the dragon's face, beard, horn, body, and fin. Further, for the dragon’s face with its delicate patterns, an alloy of silver and copper was used, likely to make the face appear as realistic as possible.
1. 서 론
국가민속문화재 제4호 외재 이단하 내외옷은 조선 중기 외재 이단하(李端夏, 1625∼1689)가 좌의정 시절 착용했던 중치막과 누비저고리를 비롯하여 정경부인의 녹원삼(綠圓衫)의 대례복과 일습으로 착용하는 봉대, 도투락댕기, 용잠이다(Figure 1). 이는 외명부 정1품이었던 정경부인 청주한씨(淸州韓氏)의 사회적 신분과 17세기에 제작된 용잠으로서 착용자와 제작시기가 명확하여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05; Wikipedia, 2021).
외재 이단하 내외옷은 1993년과 2004년에 걸쳐 두 차례의 보존처리를 완료하였으며(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1994; Dankook University Seokjuseon Memorial Museum, 2004), 2017년 오동나무 상자가 파손되면서 충해와 오염이 발생함에 따라 2018년부터 2020년에 걸쳐 재 보존처리를 진행하게 되었다. 선행 보존처리의 기록을 확인한 결과, 두 차례 모두 비교적 상태가 좋은 용잠을 제외하고 중치막, 누비저고리, 대례복, 봉대, 도투락댕기의 세척과 복원 작업에 집중하여 보존처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용잠도 보관 상자 내부가 습기에 노출되면서 이물질 및 부식물이 고착되어 보존처리가 필요하였다.
국내 현전하는 용잠 유물은 117점 정도가 보고되었고(National Museums Search Portal, 2021) 이외에도 다양한 장신구가 현전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장신구에 대한 보존과학적 연구 및 제작기법에 대한 연구(Ku, 2008)가 일부 진행되었으며, 복식사나 미술사 분야에서는 조선시대 여자 비녀에 대한 연구(Oh, 2008)나 영친왕 일가의 수식에 대한 제작기법 연구(Hyun, 2010)가 있는 정도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외재 이단하 부인의 대례용 용잠을 대상으로 보존처리와 병행하여 다양한 과학적 조사 및 분석을 실시하여 유물의 세부 정보를 확보하고, 용잠의 제작기법을 살펴보는 데에 연구의 목적을 두고자 한다. 이에 삼차원 현미경, X-선 투과조사, 컴퓨터 단층 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조사를 통해 유물의 내부구조 및 상태를 확인하고, X-선 형광분석, X-선 회절분석을 통해 유물의 구성 성분을 파악하였다. 이는 17세기로 편년되는 용잠에 대한 과학적 조사 자료로서 금속제 장신구 보존처리 및 유물 복제 등 다양한 문화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조선시대 용잠 고찰
2.1. 용잠의 착장
비녀는 부녀자의 쪽을 진 머리가 풀어지지 않도록 꽂거나, 관(冠)이나 가체를 머리에 고정시키기 위하여 꽂는 수식(首飾)으로 계(笄), 채(釵), 잠(簪)이라는 여러 명칭이 있다. 비녀는 긴 부분의 몸체와 머리 부분(簪頭)으로 구성되는데, 머리 부분은 비녀가 낭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동시에 비녀를 화려하게 장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다. 조각을 하고 보석을 붙여 머리 부분만 따로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통째로 몸체와 머리를 한 소재로 만들기도 했다. 대체로 신분에 따라 재료와 모양이 달라지며, 왕비는 용(龍)⋅봉(鳳) 등의 형태를, 서민들은 민자 비녀 또는 버섯모양의 비녀를 착용하였다. 비녀의 길이 또한 평상시에 사용하는 비녀는 11∼17 cm이고, 의식용의 봉잠이나 용잠은 17∼34 cm 정도로 길었다.
용잠은 원래 왕실의 예장용으로 사용하였으나 조선 후기나 말기로 갈수록 평상시에도 착용하게 되었고, 민간 부녀자 층까지 착용이 확대되었다. 조선 말기에는 용잠을 의례용 외에도 평상시에 착용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순화궁첩초(順和宮帖草)』에 따르면, 궁중에서의 용잠은 평시문안에는 10월 초하루부터 용잠을 꽂는다고 하였다. 또한 조짐머리에는 10월부터 정월까지 도금용잠(鍍金龍簪)을 꽂는 것이 좋지만 조심스러울 때는 도금용잠 대신 은모란잠을 꽂았다고 하니, 용잠은 늦가을부터 겨울 동안에 착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Oh, 2008).
2.2. 외재 이단하 부인의 용잠 형태
외재 이단하 정경부인의 용잠(Figure 2, 3)은 현전하는 유물 중 비교적 이른 시기일 뿐만 아니라 대례용 용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단하 부인의 용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용의 형상으로 하고 있는 머리 부분과 쪽을 진 머리에 꽂는 몸체부분이다. 몸체는 가운데 부분에서 짙은 검은색이 균일하게 남아 있으며 몸체의 끝부분은 금색으로 도금되어 있다. 머리 부분은 용의 얼굴과 몸을 형상화한 것으로 얼굴은 앞을 보고 있으며, 얼굴 위에 있는 갈퀴는 앞을 향해 서 있고 두 개의 뿔은 등을 향해 놓여 있으며 뿔의 사이에는 갈퀴와 이어지는 돌기가 올라와 있다. 뿔의 시작 부분에는 철사를 감아서 만든 원뿔형 돌기장식이 하나씩 있으며, 이외에도 크기가 다른 원뿔형 돌기 장식이 귀 아래에 2개, 턱 아래에 3개가 장식되어 있다. 턱 아래에 있는 원뿔형 돌기 장식에서 나온 두 줄의 철사는 꼬아서 턱에서부터 용의 몸으로 ‘S’자 형태를 이루며 연결되어 있다. 코에서 나온 수염은 코 주변을 원형으로 감싼 후 입 주변을 따라 내려와 있다. 용의 머리와 몸에는 다양한 문양을 음각하여 표현하였으며 턱 아래 원뿔형 돌기 양 옆에는 각각 3개의 어자문(魚子紋, 물고기알 무늬)이 새겨져 있다.
눈과 귀, 입 안은 붉은색으로 장식하여 강조하였으며, 특히 입 안에는 붉은색으로 물들인 유기물을 채워 여의주를 표현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조선시대 용잠의 대부분은 눈, 귀, 입 안을 보석이나 붉은색을 칠하여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입 안에 문 여의주는 산호나 붉은색 보석을 물리고 그 주변을 붉은색으로 칠한 진흙 등으로 채운 경우가 많다(Oh, 2008).
3. 제작기법 조사
3.1. 내부 구조
용잠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하여 X-ray 및 CT를 이용한 비파괴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단하 부인의 용잠은 머리 부분에 새겨진 용의 표현이 섬세하고 갈퀴, 뿔, 수염 등의 다양한 장식적 요소가 가미되어 더욱 화려한 용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이러한 장식적 요소들의 결합방법과 기본적인 비녀의 제작방법을 관찰해 보았다. X-ray는 Softex사 M-150(Japan)이며, 촬영조건은 100 kV, 2 mA이고 노출시간은 30초로 촬영 후 디지털 엑스레이 영상 촬영(computed radiography, CR)과 소프트웨어(General Electric, Rhythm RT&Rhythm Review[U.S.A.])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확인하였다. 컴퓨터 단층 촬영(CT)은 SEC사의 X-eye 7000PCT(Korea)를 사용하였으며, 촬영조건은 200 kV, 500 mA로 촬영하여 용잠의 머리 부분을 면밀히 관찰하였다.
X-ray 및 CT 촬영결과 용잠은 내부가 모두 비어 있으며, 용을 표현한 머리 부분과 머리에 꽂는 몸체를 따로 제작하여 접합하였다. 몸체는 접합된 부분이 한 곳에서만 확인되고 있어 한 개의 판을 말아서 아래쪽에서 접합하였다. 또한 용의 얼굴에서 나와 등을 향하고 있는 뿔은 내부가 채워져 있어 금속사를 굵게 제작하여 연결한 것으로 판단된다(Figure 4∼6).
비녀의 머리 부분은 용의 얼굴과 몸의 좌⋅우 판을 각각 제작한 후, 위와 아래의 중앙에서 접합하였다(Figure 5-a, b). 그러나 용의 몸 아래에서 접합되는 부분 중 머리와 붙어있는 부분은 완전히 접합되지 않아 삼각형의 빈 공간(Figure 5-b-①)이 확인되었고 이 부분을 직사각형의 판으로 덮어 마감하였다. 용의 몸과 뒤로 향해 있는 2개의 뿔은 앞부분의 일부를 용의 얼굴 안쪽으로 넣어 결합하였으며(Figure 5-c, d; 6-b, c), 뿔은 X-ray 촬영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금속사를 굵게 제작하여 몸의 굴곡에 따라 휘어서 사용하였다(Figure 5-d). 앞을 향하고 있는 갈퀴는 별도로 제작하여 아랫부분의 일부를 얼굴 안쪽으로 살짝 넣은 상태로 결합하였으며, 갈퀴와 이어지는 등에 있는 돌기는 별도로 제작한 것이 아닌 처음부터 몸의 좌측 및 우측 판에 돌기모양을 만들어 접합하였다(Figure 5의 c, d; 6-b). 철사를 감아서 만든 크기가 다른 9개의 원뿔형 돌기 장식 중 좌⋅우 귀 아래 있는 2개의 돌기장식은 끝을 용의 얼굴 안쪽으로 밀어 넣어 마감한 것으로 판단된다(Figure 5-b-②; 6-d). 또한 코 주변을 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수염은 하나의 동사를 얼굴 내부로 관통하여 입 주변을 따라 내려오게 하였다(Figure 5-e).
3.2. 재질 분석
3.2.1. 미소부 X선 형광분석(ED-XRF) 및 X선 회절분석(XRD) 미소부 X선 형광분석은 EDAX사의 Eagle 3-XXL (U.S.A.)로 분석하였으며, 분석조건은 전압 40 kV, 전류 400 μA, 정량 모드는 Standard를 사용하지 않는 Fundamental Parameter Method이다. 분석환경은 진공이며, 측정영역은 지름 300 μm, 측정시간은 120초이다. 분석 위치는 다음의 Figure 7과 같으며, 분석 결과는 Table 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able 1의 XRF 분석 결과, 용잠의 몸체(Table 1-6, 7)는 구리-은-아연비의 합금으로 제작되었으며, 용잠의 머리 부분(Table 1-1~5)은 구리-은, 구리, 구리-아연의 세 가지 합금 비율로 제작되었다.
첫 번째, 용의 얼굴 및 수염과 뿔은 구리와 은의 합금이 사용되었다. 구리와 은의 합금이 사용된 용의 얼굴 및 수염과 뿔은 용잠의 전체적인 형태에서 용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머리 부분으로 음각의 세부표현과 함께 돌출되고 굴곡진 형상이 표현되어 사실적인 용의 얼굴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용의 머리 안쪽으로는 용의 몸과 뿔이 삽입되어 있으며, 얼굴의 내부를 관통해 입 주변을 따라 내려오는 수염은 얼굴의 굴곡과 코의 모양을 따라 둥글게 휘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Figure 5-d, e; 6-b, c). 따라서 세밀하고 자연스러운 용의 얼굴을 나타내기 위해 구리-은 합금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용의 몸은 구리 단일 금속으로 제작되었다. 용의 몸은 비늘을 표현한 음각의 문양과 용의 얼굴 안쪽으로 삽입되는 목을 표현한 부분으로 얼굴에 비하여 단순하고 간결한 용의 모습이 표현된 부분으로 구리와 도금에 사용된 금과 수은만 검출되었다.
마지막으로 용의 갈퀴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용잠의 몸체에 함유된 아연의 함유량이 3 wt% 이상인 반면 갈퀴에 함유된 아연의 함유량은 1 wt%대로 몸체의 함유량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연이 함유된 동합금은 한반도에서 고대부터 발견되기는 하나 동과 아연의 합금기술은 17세기 이후로 보는 견해가 다수이며, 약 2%까지의 아연 함유량은 동광석에 불순물로 포함된 아연이 우연적으로 첨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Lee et al., 2015). 따라서 갈퀴는 구리 단일금속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용잠 착장 시 노출되는 용잠의 머리 부분과 끝부분은 금색으로 장식되었으며, 금과 수은이 검출되어 수은을 이용한 아말감법으로 도금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를 표현한 붉은색 유기물에서는 Table 1의 9와 같이 수은과 황이 비교적 높게 검출되어 유기물을 물들인 붉은색은 주사(朱砂)로 판단된다.
X-선 회절분석은 XRF 분석에서 확인된 입속 유기물질의 염색물질과 귀 내부에 채워진 붉은색 물질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실시하였다. 분석기기는 Panalytical사의 EMPYREAN(Netherlands)이며 전압 40 kV, 전류 40 mA, 5∼80° 2-theta, 100 sec/step으로 측정하였다. X-선 회절분석 결과 입속의 붉은색은 Cinnabar (HgS)로 분석되어 유기물을 염색한 붉은색은 주사로 확인되었다(Figure 8). 그러나 귀의 표면을 채우고 있는 붉은색 물질은 귀의 내부가 평면이 아닌 오목한 형태로 X-선이 접촉되지 않아 분석이 불가능하였다.
용잠의 중간부분은 진한 검은색이 전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분으로, 도금이 되어 있는 끝부분과 XRF 분석에서 금과 수은의 성분만 차이가 있고, X선 회절분석에서도 산화구리(Cupper Oxide) 이외의 부식화합물은 검출되지 않았다(Figure 9).
그러나 용잠의 중간부분은 부식으로 인한 화합물로 보기에는 검은색이 치밀하고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생성되어 있어 인위적으로 동의 표면을 검게 착색시키거나 옻과 같은 검은색 물질을 칠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속의 표면에는 주칠, 흑칠 등 옻을 칠해 대상물을 돋보이게 하거나 금속박을 부착하기 위한 접착물질로 옻을 사용하여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고 부식을 방지할 수 있다. 옻은 금속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되면서 옻의 표면이 들떠 일어난다. 다음의 Figure 10은 17세기 금산사 후령통 바닥면의 옻칠층 사례로 금속 표면에서 옻칠층이 박락된 상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용잠의 경우, 표면이 들뜨거나 박락된 부분이 없고 일정하게 검은색을 띠고 있어 인위적으로 검은색을 착색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동의 표면을 검게 착색시키는 것을 오동(烏銅)기법이라고 하며, 전통적으로는 구리 합금을 삭힌 요(尿)에 담가 표면에 검은빛을 띠게 한다. 현재까지 오동기법으로 착색된 고려시대의 청동유물이 현전하고 15∼16세기 무렵의 조선 전기에는 금⋅은과 합금한 구리의 표면을 검게 착색하는 오동기법이 사용되었으며, 금⋅은과 합금한 구리합금은 고려시대 오동보다 성형성이 좋으며 색상이 아름다웠다고 한다. 오동은 동의 표면에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검은빛으로 발색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구리-금 합금에서 착색된 표면층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산화 제2구리(CuO)가 생성된다는 것을 X선 회절법으로 밝힌 선행연구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Lee, 2012). 그러나 용잠의 경우 도금층이 벗겨진 끝 부분에서 일부 검은색이 드러나고 있어 오동기법으로 착색된 후 도금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착색된 상태에서 수은아말감 도금이 가능한지에 대한 부분은 심층 분석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3.2.2. 섬유 분석
이단하 부인의 용잠 입 안에 있는 여의주는 붉은색으로 물들인 유기물로 채워져 있다. 뭉쳐진 유기물 중 일부 미량 섬유를 채취하여 KS M ISO 9184-4의 분석 방법에 따라 Graff-C 염색 후 광학현미경(Nikon Eclipse NI-E)으로 섬유의 형태 및 정색반응을 확인하였다. 조사결과, 여의주의 유기물은 Graff-C시약에 적갈색으로 반응하였고, 섬유의 형태는 투명막(transparent membrane)과 횡문(cross-marking)이 관찰되었으며 섬유 끝은 둥근 원추형으로 확인되어 용잠 입 안의 유기물은 닥나무 인피섬유로 판단된다(Figure 11). 닥나무로 제작된 종이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사용되지만 이는 매우 드물게 확인되고 있어, 닥나무 인피섬유가 관찰되는 경우 대체적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한지로 판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단하 부인의 용잠 입 속의 여의주는 닥나무로 만든 종이를 주사로 염색하여 채워 넣은 것으로 판단된다.
4. 보존처리
4.1. 처리 전 보존 상태
용잠은 용의 형상을 고부조로 나타내고 세세한 문양을 음각하여 제작한 것으로 오랜 시간 동안 보관되면서, 문양이 있는 모든 부분에서 검은색, 흰색 등의 이물질이 고착된 상태이다. 또한 원뿔형 돌기가 있는 용의 몸과 얼굴의 경계부분은 굴곡이 깊고 장식들이 겹쳐있어 안쪽으로 미세한 먼지 및 이물질들이 흡착되어 있다. 특히 코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염의 안쪽은 푸른색의 청동녹이 확인되며, 붉은색 안료가 두껍게 접착되어 있는 귀 내부는 검은색의 이물질이 안료 표면을 덮고 있어 검붉은 색상을 띠고 있다(Figure 12).
4.2. 이물질 제거
용잠은 용의 머리와 몸에 음각으로 표현된 문양 부분으로 흰색, 검은색 등의 이물질이 고착되어 있어 먼저 붓으로 표면을 건식 세척한 후, 이온수와 에틸알코올을 50%의 비율로 혼합한 용액으로 표면을 다시 세척하였다. 이후 현미경으로 확대 관찰하면서 수술용 칼과 미세 나무 스틱 등의 도구로 문양에 고착된 이물질을 제거하였다(Figure 13). 특히 입 안의 여의주 부분은 유기물인 종이섬유를 주사(朱砂)로 물들인 것으로 습식세척은 실시하지 않았으며, 섬유 사이에 끼어 있는 검은색 이물질은 종이 섬유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제거하였다. 또한 귀안에 고착되어 있는 붉은색 물질은 표면에 고착되어 있는 검은색 이물질과의 접착력이 강하여 검은색 이물질이 쉽게 제거되지 않아 최대한 붉은색이 드러날 정도로만 이물질 제거를 실시하였다.
4.3. 안정화처리
이물질 제거 후 용잠의 표면에 발생하는 부식물의 재생성 가능성을 억제시키기 위해 B.T.A.(Benzotriazole 3% in Ethyl alcohol) 안정화처리를 실시하였다. 이 과정은 방청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용 얼굴의 붉은색 채색 부위와 입안의 여의주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솜으로 감싸고 면끈으로 감아주었다. 솜으로 감싼 부분은 스포이드를 이용하여 B.T.A. 용액이 솜에 충분히 스며들 수 있도록 하였으며, 솜으로 감싸지 않은 용 얼굴 부분은 붓으로 도포하였다. 이때 붉은색 채색 부위와 여의주 부분은 도포하지 않았다. B.T.A. 용액이 솜과 면끈에 충분히 흡수된 후에는 트레이를 밀폐하고, 약 2시간 경과 후 솜과 면끈을 제거하고 상온에서 자연 건조하였다. 건조 후에는 표면에 남아 있는 백색의 B.T.A. 분말을 에틸알코올로 제거하였다(Figure 14).
4.4. 강화처리 및 마무리
용잠의 강화처리는 귀와 눈, 입 안을 제외한 금속부분에 Paraloid B-72 용액(5% in Xylene)을 2회 도포하고 상온에서 자연 건조하였다. 강화처리할 때는 입 안의 여의주와 붉은색 채색이 남아 있는 부분에 강화처리 약품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였다(Figure 15). 일반적으로 금속유물의 안정화처리와 강화처리는 액체 상태인 B.T.A. 용액이나 강화처리 약품에 유물을 침적시켜 금속유물의 내부까지 침투할 수 있도록 진공함침 또는 자연함침을 실시한다. 그러나 용잠의 경우 입 안의 여의주가 유기물인 종이섬유이고, 귀 내부와 눈에 남아 있는 붉은색 채색 부위는 유기용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유기용매를 용제로 사용하는 B.T.A. 용액이나 강화처리 약품에 침적하는 방법은 부적합하다. 따라서 용잠을 구성하는 다양한 복합재질에 적합한 강화처리 방법으로 붓을 이용한 도포법을 적용하였다. 이 방법을 통해 강화처리가 불필요한 유기질 부분은 피하고, 강화처리가 필요한 금속 부분만 선택적으로 도포하여 재질 강화 및 방청효과를 향상시켰다.
5. 고찰 및 결론
용잠은 쪽을 진 머리에 꽂는 비녀의 몸체와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잠두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번에 조사된 이단하 부인의 용잠은 길이가 약 37.5 cm 정도로 긴 반면에 무게는 65 g으로, 머리에 착장 시 무게로 인한 부담이 적고 금색 및 적색, 흑색의 색상이 대비되도록 제작되었다. 이단하 부인의 용잠에 대한 제작기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용잠은 몸체는 ‘구리-은-아연’의 3원계 합금을 판으로 만든 후 둥글게 말아서 접합하고 비녀의 끝부분은 머리에 쉽게 들어가게 뾰족한 형태로 제작하였다. 특히 판이 접합되는 부분은 겹쳐지거나 어긋남이 없이 정교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2. 용잠의 머리 부분은 용의 얼굴, 몸, 갈퀴, 뿔, 수염, 원뿔형 돌기장식을 모두 따로 제작 후 얼굴의 외부에 장식한 것으로 몸, 갈퀴, 뿔, 원뿔형 돌기장식은 일부분을 얼굴의 내부로 삽입하여 제작하였으며, 수염은 한 개의 동사를 사용하여 얼굴을 관통하게 한 후 입 모양에 따라 양 옆으로 내려오게 하였다.
3. 용잠의 머리 부분은 두 종류의 금속합금으로 제작되었다. 먼저 구리 단일 금속으로 제작된 부분은 용의 몸과 머리 위에 장식된 갈퀴이다. XRF 분석에서 용의 몸에서는 구리만 검출되고 갈퀴에서는 1% 정도의 아연이 구리와 함께 검출되었으나, 이는 동광석에 포함되어 있던 아연이 제련과정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불순물로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는 구리-은의 합금으로 용의 얼굴 및 수염과 뿔을 제작하였다. 용의 얼굴은 용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부분으로 털의 문양과 입과 이빨의 형태 등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수염과 뿔은 용의 얼굴과 밀착되는 부분으로 굵기가 다른 동사를 사용하여 수염과 뿔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 부분으로, 성형과 문양 표현이 구리보다 용이한 구리-은 합금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4. 용잠은 착장 시 머리에 고정되는 중간부분은 흑색, 외관상 드러나 보이는 용의 얼굴과 몸은 금색과 적색이 대비되도록 제작되었다. XRF 분석으로 금색은 수은을 이용한 아말감법으로 도금된 것을 확인하였으며, 적색이 사용된 입 안의 여의주와 귀 안쪽은 주사를 사용해 붉은색을 표현하였다. 특이한 것은 여의주를 표현한 입속 부분으로 현재 남아 있는 대부분의 용잠은 입 속의 여의주를 붉은색 보석이나 진흙으로 채운 것으로, 이번에 조사된 이단하 부인의 용잠과 같이 닥나무로 만든 한지를 주사로 염색하여 채운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라 판단된다. 또한 흑색으로 표현된 용잠의 중간부분은 XRF 및 XRD 분석에서 도금된 비녀의 하단과 금과 수은의 성분만 차이가 있고 보존처리 과정에서도 검은색 부식물로 판단되는 이물질이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용잠의 중간부분은 오동기법으로 동의 표면을 검게 착색시킨 것으로 판단되나, 현재까지 오동기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단정할 수 없다.
외재 이단하 부인의 용잠은 금속의 종류와 비율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용잠으로서의 장식적인 부분과 비녀로서의 기능적인 부분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 당시 장인의 숙련된 기술과 예술적인 미가 조화를 이룬 장신구이다. 또한 현전하는 조선시대 장신구는 그 종류와 수량이 많지만 과학적 분석을 통한 금속의 성분과 제작기법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선시대의 금속 장신구에 대한 보존과학적 연구가 확대된다면 장신구의 외형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당시의 공예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자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 조사연구(R&D) 「유기질문화재 보존처리 및 조사」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