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민속문화재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 금속 장식지의 과학적 분석
A Scientific Analysis of Decorative Metal Foil Used in Pouch for the Sutra Embroidered with a Sun and Moon Design Designated as National Folklore Cultural 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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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는 국가민속문화재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 매듭과 테두리 장식에 사용된 ‘금속 장식지’를 대상으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재료적 특성을 파악하였다. 금속 장식지는 SEM-EDS 분석을 통해 은(Ag) 및 황(S)이 확인되어 은제 금속박을 배지에 부착하여 제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황(S)은 농도와 접촉시간에 따라 은(Ag)을 황색부터 흑색까지 변색시킬 수 있다. 현재는 황색을 확인할 수 없으나, 은(Ag)으로 가금사를 만든 사례가 있어 본래 색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배지는 배면까지 적갈색이다. 함께 검출된 알루미늄(Al)과 규소(Si), 철(Fe)은 전통 편금사(片金絲)의 붉은색 접착제로 추정되는 주토(朱土)의 주성분으로, 금속 장식지의 접착제 관련 성분으로 추측된다. GC/MS 분석 결과에서 접착제 성분은 아교(阿膠)로확인할 수 있었다.
Trans Abstract
Through scientific analysis, this study identified the material characteristics of metal foil decorating the border line and knotting of the National Folklore Cultural Heritage ‘Pouch for the Sutra Embroidered with a Sun and Moon Design’. Through Scanning Electron Microscope-Energy Dispersive Spectroscopy results, it was estimated that silver (Ag) and sulfur (S) were present in the metal foil, and silver leaf was also attached to the medium. S may discolor Ag from yellow to black depending on its concsentration and contact time. Yellow color could not be identified in metal foil at present. But there existed an example of the preparation of a gold-colored flat silver thread; therefore, further research is needed to estimate the original color. The lamella was reddish brown on the back. Aluminum, silicon, and iron were also detected and were the main components found in red soil. This is believed to be the red adhesive in traditional flat gold thread and is considered to be an adhesive-related component of the metal foil. From the gas chromatography mass spectrometry results, the adhesive component was confirmed to be animal glue.
1. 서 론
19세기 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월수(日月繡) 다라니(陀羅尼) 주머니(국가민속문화재 제42호)는 왕실 상궁의 발원품으로 일수(日繡)와 월수(月繡)로 구성된 두 개의 주머니의 구성과 섬세한 자수 표현이 조형적으로 뛰어난 유물이다. 특히 매듭과 주머니의 테두리에는 금속 장식지를 활용하여 제작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것은 장식지의 색상과 광택의 차이만 있을 뿐 19세기 초⋅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운봉수 향낭(雲鳳繡 香囊, 국가 민속문화재 제41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운봉수 향낭과 유사한 1837년의 덕온공주 가례 차(次) 향낭 수본(繡本)도 전해지고 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고궁박물관, 한국자수박물관 소장의 서각 및 연화 자수 노리개에서도 금속 장식지로 꾸민 사례가 있어, 매듭 및 자수 공예품에 금속 장식지로 테두리 장식하는 것은 상당히 드물지만 19세기 초중반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금속 장식지는 직조 및 자수에 사용되는 금속사(metal threads)처럼 일정 너비로 자르지 않았으며, 더 두껍게 제작된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명칭을 제안한 선행 연구는 없었으며, 섬유가 확인되는 배지 위에 금속면이 확인되므로 재질 특성과 용도를 고려하여 금속 장식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금속 장식지가 확인되는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를 대상으로, 매듭과 자수 주머니의 테두리 장식에 활용된 금속 장식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재질 분석은 주사전자현미경(SEM-EDS, Scanning Electron Microscope-Energy Dispersive Spectroscopy)과 GC/MS(Gas Chromatography Mass Spectrometry)를 활용하여 금속 장식지의 금속 및 접착제 성분을 밝히고자 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섬유 유물 금속 장식지의 경우, 대체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여 시료 채취를 통한 정밀 분석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의 금속 장식지는 부분 박락이 심해 자연 탈락한 시편 중 재부착이 불가능한 시편이 확인되었다. 이를 활용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보다 심도 있는 재질 분석이 가능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통해 19세기 중반 금속 장식지의 재질 정보를 도출하여 유물의 제작 과정의 일면(一面)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 연구 대상 및 방법
2.1. 유물 개요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Figure 1)는 불화나 불번(佛幡)에 다는 복장낭(服藏囊)이다. 주머니 부분만 길이 20 cm, 너비 약 13 cm의 크기로, 매달 수 있도록 달린 끈목은 매듭 부분을 포함하여 16 cm로 전체 길이가 약 57 cm 정도 된다(An et al., 2021). 주머니에 수놓은 발원문을 통해 왕실 상궁 김씨와 류씨가 불사에 참여하면서 제작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주머니의 앞면에는 발원자인 기유생(己酉生, 1789년 추정) 동갑내기 상궁 김씨와 상궁 류씨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발원문을 한문 자수로 놓고, 뒷면에는 발원자의 부모 및 형제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궁서체의 한글 묵서가 남아 있다.
다채롭고 정교하게 수를 놓은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 끈목의 석씨매듭 표면과 주머니 테두리에는 금속 장식선이 있다. 가장자리 선장식의 상당 부분이 박락되거나 결실되어 장식선의 심사(心絲)로 사용한 흰색 실이 노출된 상태이다. 장식선은 육안상으로 먹색에 가깝지만, 현미경 관찰 시에는 은회색의 광택을 띠고 있다. 이는 적갈색 배지(lamella)에 금속박(金屬箔)이 부착된 일종의 금속 장식지(metal foil)로, 구체적인 금속 성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석씨매듭 위쪽에는 금속 장식지를 마름모 형태로 잘라 붙였으나, 부분적으로 떨어지면서 홍색 매듭까지도 손상되기도 하였다. 특히 주머니의 가선에는 곡선 처리시 금속 장식지가 꺾이거나 마모되는 등의 물리적 손상이 관찰되기도 한다(Figure 2). 또한 금속 장식지를 가는 선형태로 말아 감아 주머니 앞과 뒤 사이에 끼워 넣어 바느질한 것으로 보인다(Figure 3). 금속의 광택과 장식지를 재단한 문양에는 차이가 있지만 운봉수 향낭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서각(繡犀角)노리개, 국립고궁박물관의 자수연화(刺繡蓮花)노리개의 경우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Figure 4, 5).
2.2. 연구 방법
장식지는 광택이 있는 금속면과 섬유 재질의 배지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금속 장식지는 직금단에 삽입하는 편금사(片金絲)와 유사하게 배지 위에 금속박이 얇게 부착된 상태이다. 따라서 금속 부분과 접착제 성분 분석을 진행하였다.
금속 장식지의 앞면과 뒷면의 상태 및 특성을 관찰하기 위해 휴대용 디지털 현미경(High Performance Multi Digital Microscope, DG-3x, Scala社, JPN)을 이용하여 25배, 50배, 100배, 200배로 촬영하였다.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의 금속 장식지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주사전자현미경(SEM, JSM-IT300, JEOL, JPN)과 에너지분산형엑스선분광기(EDS, X-MAXN, Oxford, UK)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다. 시료는 별도의 코팅을 하지 않았으며, 분석 조건은 가속전압 20 kV으로 설정하였다.
한편 장식지 배지면의 접착제 성분은 열분해장치(PY-3030D, Frontier Lab, JPN)가 장착된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7890A GC/5975C MSD, Agilent, US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실제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은 교착제(binder) 및 접착제(adhesive)와 같은 고체 형태의 고분자 동정에 적합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Lee et al., 2021; Yu, 2019; Park, 2015). 접착제 분석의 레퍼런스로 사용한 알아교(Nakagawa, JPN) 0.2 mg과 금속 장식지 시편 약 0.44 mg을 열분해용 컵에 각각 취하였다. 미리 가열되어 있는 열분해장치 속에 시료가 든 컵을 투입하여 500℃에서 0.2분간 열분해하였다. 열분해 산물을 GC/MS로 온라인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조건은 다음과 같다. 분석칼럼으로 DB-1HT column(100% dimethylpolysiloxane, 30 m × 0.25 mm id, 0.10 μm film thickness)을 사용하였으며, 50℃에서 3분 유지한 다음 300℃까지 10℃/분의 속도로 승온한 후 10분간 유지하여 총 38분 동안 분석하였다. 이동상 기체는 헬륨(0.5 ml/분)을 사용하였다. 검출을 위한 질량분석기 분석 조건은 다음과 같다. MS transfer line temp. (280℃), MS ion source temp. (230℃), MS quadrupole temp. (150℃), mass range (m/z = 33-550). 데이터의 획득과 해석은 ChemStation Software(Agilent, USA)를 사용하였고, 화합물 규명은 Wiley library와의 매칭을 통해 이루어졌다.
3. 분석 결과
3.1. 표면 관찰
금속 장식지(Figure 2)는 약 0.09 mm의 두께로, 석씨매듭에는 약 3 × 2 mm2 크기의 평행사변형 형태로 잘라 붙였다. 또한 주머니의 테두리 부분은 심사(心絲) 2올을 Z방향으로 꼬아 합사(合絲)한 후, 금속 장식지로 감싸 주머니의 겉감과 안감 사이에 끼워 고정하였다. 금속 장식지는 곡면에 위치하여 현미경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아, 접합면이 열화되어 자연 탈락한 시료를 대상으로 표면을 관찰하였다.
금속 장식지의 앞면은 광택이 있는 짙은 회색의 금속면(Figure 6)으로, 금속박의 박락과 균열이 전반적으로 관찰된다. 짙은 회색으로 보이는 표면의 색은 균일하지 않은데, 박리 부분 등 가장자리가 더 짙게 흑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 탈락된 시료의 크기가 측정경보다 작아 색도는 측정할 수 없었다.
장식지의 배면과 금속박이 박락된 표면의 균열을 통해 관찰된 배지는 적갈색(Figure 7)이다. 이는 접착제의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금사(金絲)를 만들 때 아교와 주토, 물 등의 재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한 붉은색 접착제를 사용하는데, 『의궤』 등의 문헌 기록과 금사 유물 조사 결과로 미루어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붉은색 접착제를 사용해 접착 면에 붉은 층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National Research of Cultural Heritage (NRICH), 2014; Sim and Lee, 2014). 편금사(片金絲)는 금박을 배지에 붙인 후에 일정 너비로 자른 것이나, 장식사 또한 얇은 금속박을 배지에 접착시키는 방법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중⋅일의 편금사 평균 두께가 0.08-0.1 mm로 비슷함에도 장식지의 배지는 배면까지 붉다는 점이 특징적이다(NRICH, 2014). 금속 장식지의 배면에서 확인되는 섬유는 불규칙적으로 산재하여 나타난다.
3.2. 금속박지의 성분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 장식에 사용된 금속박지는 전반적으로 짙은 회색의 표면색을 띠고 있다. 다만 Figure 8에서 관찰되는 바와 같이 표면이 균일하지 않아 표면색 또한 고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Figure 8은 금속 장식지 시료에 대한 주사전자현미경(SEM) 사진으로 2,000배, 5,000배로 관찰하였으며, EDS 분석(Table 1)을 통해 Point 1-5에 해당하는 성분 조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EDS mapping 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금속 장식 시료 표면의 성분 조성 분포를 확인하였다.
Table 1은 Figure 8에 표시된 point 1-5에 대한 EDS 분석 결과이다. EDS 분석 결과 은(Ag)이 최대 51.86 wt%로 검출되어, 은이 주성분인 금속 장식지임을 알 수 있다.
알루미늄(Al)과 규소(Si), 철(Fe)은 접착제와 관련된 성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산알루미나(silica-alumina)와 미량의 철은 무기안료인 주토(朱土)에서 검출되는 성분이며, 주토는 전통 편금사의 붉은색 접착제 성분으로 추정된 바 있다(Kim et al., 2016). 현재로서는 접착제의 주토 비중을 추정하기 어렵다. 다만 여러 금사 시료를 EDS 분석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규소는 4.97-3.76 wt%, 철은 1.01-0.65 wt%로(NRICH, 2014), 본 분석의 결과도 범주 안에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 함량이 높은 지점에서 구리(Cu)와 아연(Zn)이 비교적 균일하게 검출된다. 구리는 은과 합금하면 강도가 높아지고, 아연은 황과 반응하여 흑변되는 것을 막는 특성이 있다(Sehwa, 2001). 이와 같은 특성이 조선시대 가금사 제작에 반영되었을지 향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속 장식지 표면이 짙은 회색인 것은 황화은(Ag2S)이 생성됨에 따라 변색된 것이라 생각된다. 맵핑 이미지(mapping image)를 통해 보다 명확한 은층을 확인하였으며, 은과 황의 분포가 대체로 일치하였다(Figure 9).
은의 부식생성물은 황화은(Ag2S), 황산은(Ag2SO4), 염화은(AgCl), 산화은(Ag2O), 질산은(AgNO3), 탄산은(Ag2CO3) 등이 알려져 있으며, 특히 황 성분은 미량이라도 있으면 은과 결합하여 황화물을 형성하여 심각하게 취약해지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Lee and Lee, 2000).
그러나 황의 농도나 접촉시간 등에 따라 은의 표면색상은 ‘황→적→청→녹→흑’의 순서로 점진적으로 착색된다(Kwak, 1985; Kim, 2009). 이 점을 이용하여 은에 옅은 금색을 내어 사용하기도 한다. 은박을 입힌 배지에 유황(硫黃, sulfur)으로 훈증(薰蒸)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은박이 금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청금(淸金)이라 하며 금사(金絲) 중 가장 옅은 금색을 띤다고 한다(No, 2006). 세종대학교 소장 동궁비 원삼의 청색 색동과 한삼의 편은사(Figure 10)는 주성분이 은이나 금빛을 띠며, 황이 함께 검출되었다(Lee et al., 2021).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소장 첩갑(帖匣) 표지의 가금사(Figure 11)도 은이 주성분인 편은사(銀絲)로 흑색으로 표면이 검게 변색된 부분이 확인되었으며, EDX(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 분석 결과 황과 철이 검출되었다(Baek et al., 2016).
본래 색상을 추정하기 어려울 만큼 흑변한 은사 사례도 확인된다. 용인 영덕동 출토 금원문(金圓紋) 저고리(Figure 12)의 편은사도 황이 함께 검출되며(Sim, 2014), 황에 의해 전반적으로 흑변한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외에도 단국대 소장의 녹금선단(綠金線緞)(6)(Figure 13)이나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의 경운대사 가사의 직물(Figure 14)도 이와 같은 사례로 보인다(NRICH, 2014).
두께 0.1 mm, 50 × 50 mm2 크기의 순도 99.9% 은판은 이산화황(SO2) 농도 0.01-5,000 ppm에서 색차(ΔE*ab)가 0.5 이하로 나타나 색도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Kim et al., 2013). 우리나라의 이산화황(SO2)의 연평균 농도는 1989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감소하여 2019년에는 0.004 ppm을 나타내었다(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Research, 2020). 박물관 및 보존시설 내 환경제어가 양호한 전시실, 수장고의 경우 3.6 ppb 이하, 유물이 수장 및 전시되는 공간은 3-19 ppb의 농도로 보고되어 있다(Kim et al., 2013).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 금속 장식지는 표면에서 황색이 확인되지 않아 청금(淸金)이 부식된 결과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황의 농도와 접촉시간에 따른 청금사(淸金絲)와 은사(銀絲)의 색 변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3.3. 금속박의 접착제
Figure 15의 아교 레퍼런스와 시편의 열분해/GC/MS 크로마토그램을 나타냈다. 두 개의 크로마토그램 패턴이 매우 유사해 시편에 아교가 포함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Table 2에 크로마토그램의 주요한 피크(peak)에 대한 화합물을 표시하였다. 레퍼런스와 시편에서 3.536분에서 나타나는 이황화메틸(dimethyl disulfide)을 포함하여 25개의 화합물이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특히, 1H-pyrrole, 2-methyl-1H-pyrrole, pyrrole-2-carboxamide, ethyl pentyl disulfide, hexahydro-pyrrolo[1,2-a]pyrazine-1,4-dione, 3,9-diazatricyclo[7.3.0.0(3,7)]dodecan-2,8-dione, hexahydro-3-(phenylmethyl)-pyrrolo[1,2-a]pyrazine-1,4-dione 등 아교에서 유래하는 열분해 성분이 시편에서도 공통적으로 검출되었다. 이로부터 시편에는 주요 성분으로 아교(또는 젤라틴 함유 물질)가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4. 결 론
전통 공예품에는 다양한 장식기법과 소재가 사용되어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을 소재로 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나, 다른 소재의 금속사는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해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19세기 초중반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자수 공예품에 장식된 금속 장식지에 관한 분석을 실시하고 재료적인 특성을 조사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일월수 다리니 주머니는 끈목의 석씨매듭과 주머니 둘레에 짙은 흑색의 금속판과 아교 등으로 구성된 장식지과 홍색 견사로 된 끈 등 이중으로 꾸며 조형적으로도 정교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가장자리 선장식이 19세기 초중반 자수 공예품에 다수 관찰되어 유사 사례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의 금속 장식지는 EDS 분석 결과 은이 주성분이며, 황과 분포가 일치하여 나타난다. 황은 은을 황색에서 흑색까지 변색시킬 수 있는데(Cronyn, 1990; Lee and Cho, 2014), 일월수 다라니 주머니의 금속 장식지 표면에서 황색은 관찰되지 않아 검출된 황은 보존환경에서 생성된 은의 부식화합물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은박을 유황으로 훈증(No, 2006)하여 만든 청금이 부식되어 금색을 상실했다고 가정하면 황의 출처가 청금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셋째, 금속 장식지의 배지는 적갈색으로 배면까지 모두 붉은빛으로 관찰되었다. 배지의 색상은 접착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분석을 시행하였다. EDS 분석 결과 전통 편금사의 붉은 접착제 성분으로 추정되는 주토에서 확인되는 알루미늄과 규소, 철을 검출하였다. GC/MS 분석을 통하여 아교에서 유래하는 성분이 확인되었으나, 아교는 접착력을 부여하였을 뿐 배지의 색상은 첨가된 주토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연구 결과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은제 장식지의 사용이다. 금속 장식지의 본래 색상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나, 은은 미량의 황에 의해서도 황화물을 형성하여 심각하게 취약해지므로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19세기 초 중반 자수 공예품에서 다수 확인되는 만큼 유물의 재현과 보존 관리에 있어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은 2020년과 2021년에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시행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 조사연구(R&D) 「유기질문화재 보존처리 및 조사」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