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및 석등의 암석학적 특성과 산지해석
Provenance Interpretation and Petrological Characteristics of the Four Lion Three-story Stone Pagoda and Stone Lantern in Hwaeomsa Temp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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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연구에서는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의 전체 석재에 대하여 암석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산지를 해석하였다. 석탑과 석등의 석재는 모두 크고 작은 염기성 미립포유암(MME)을 가지고 있는 암회색의 중조립질 화강섬록암으로 상당히 불균질한 암상을 보인다. 또한 화엄사 경내의 주요 석조문화유산을 구성하는 암석도 이 석탑 및 석등과 동일한 화강섬록암을 사용하였다. 이 암석의 대자율은 2.03∼19.40(평균 11.59)×10-3 SI unit의 범위로 대부분 거의 동일한 분포를 갖는다. 이와 동일한 화강섬록암은 화엄사 입구의 하상, 토지면 및 광의면 일대에 소규모의 암주상 관입암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를 대상으로 암석학적 특성과 대자율 및 지구화학적 거동특성을 비교한 결과, 화엄사 석조문화유산에 사용한 석재와 동질한 암석임을 확인하였다. 화강섬록암의 노두에서는 고기의 채석흔이 다수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석재를 채석하던 장소였음을 지시한다. 따라서 석탑과 석등의 보수과정에 필요할 수 있는 대체석으로 이 화 강섬록암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Trans Abstract
In this study, the lithological characteristics of the Four Lion Three-story Stone Pagoda and Stone Lantern in Hwaeomsa temple were analyzed, and the origin was interpreted. The stone properties composing the stone pagoda and the lantern are dark gray medium to coarse grained granodiorite with small to large mafic microgranular enclaves (MME), and show a fairly heterogeneous lithology. The stone properties constituting the main stone cultural heritages in the precincts of the temple use the same granodiorite as the stone pagoda and lantern. Magnetic susceptibilities of the stones ranged from 2.03 to 19.40 (mean 11.59)×10-3 SI unit, and the stones showed an almost identical distribution. The same granodiorites as the stone properties are exposed as a small intrusive rocks in the valley of Hwaeomsa temple, Toji-myeon and Gwangui-myeon area. As a result of comparing the lithological characteristics, magnetic susceptibility and geochemical behavior, it was confirmed that the rocks are identical to very similar rocks used in the stone cultural heritages of the temple. Also, many ancient quarrying traces are found in the outcrops of granodiorite, indicating that this was a place where stone quarried. Therefore, the grandiorite can be used as a substitution stones that may be needed in the repa ir process of the stone pa goda a nd stone la ntern.
1. 서 언
이 연구의 대상은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국보)과이 석탑의 앞에 있는 석등이다. 사사자 삼층석탑은 기단부가 독보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층기단의 각 면에는 악기와 꽃을 받치고 춤을 추는 다양한 모습의 천인상이 새겨져 있다. 특히 상층기단에는 네 마리의 사자와 하나의 공양인물상이 있어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Figure 1A). 이와 같이 석탑의 전형성을 벗어난 탑을 이형탑이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이 석탑과 불국사 다보탑을 들 수 있다.
사사자 삼층석탑 앞의 석등도 보편적인 통일신라시대 석등과는 다른 형태로 팔각형의 간주석 3개와 인물상이 상륜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Figure 1B). 석탑의 인물상과 석등의 인물상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데, 연기법사의 어머니와 연기법사 또는 사자빈신비구니와 선재동자로 보는 학설이 대표적이다. 이 석탑과 석등은 8세기 중반과 9세기 전반에 조성했다는 견해가 있으나, 양식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이 사사자 삼층석탑은 기단부의 사자상과 상층기단갑석이 상부의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심미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하중이 집중되는 부재를 중심으로 구조상균열이 다수 나타나며, 석등에서도 거의 유사한 손상이 있다(Figure 1C, 1D). 최근 보수정비를 위해 석탑과 석등을 해체하여 수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석재의 암석학적 특성과 산지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석탑과 석등을 이루는 모든 석재의 전수조사를 통해 암석 및 광물학적 특성을 상세히 규명하였다. 한편 석탑과 석등의 부재에 대한 정량적 물성평가를 수행하여, 재사용이 어려운 부재의 대체석 확보를 위해 산지를 탐색하고 동일 종류의 원산지를 찾아 암석의 성인적 동질성을 입증하였다. 또한 이 결과를 반영하여 석탑과 석등의 수리에 필요한 석재를 조달하여 원형복원의 재료학적 진정성을 확보하였다.
2. 현황 및 연구방법
2.1. 현 황
구례 화엄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제19교구 본사이나, 창건에 관한 상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사적기에 따르면 544년(진흥왕 5년)에 인도의 승려 연기법사가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고, 이후 기록들도 사적기를 인용하고 있어 명확한 검증이 필요한 상태로 알려져 왔다. 화엄사의 창건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창건자로는 모두 연기법사를 언급하고 있다. 1979년 학계에 보고된 ‘신라백지묵서화엄경사경’에 따르면 연기법사는 황룡사의 승려로 755년(경덕왕 14년)에 화엄경을 제작하며 화엄사를 함께 창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엄사는 전라남도 제일의 사찰답게 경내에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보로 지정된 각황전과 각황전 앞 석등 및 사사자 삼층석탑이 있다. 보물로는 대웅전, 동쪽 오층석탑, 서쪽 오층석탑, 원통전 앞 사자탑 및 화엄석경 등이 있으며, 화엄사의 사역도 사적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진 대표적인 이형석탑으로 양식의 특이성과 중요성에 걸맞게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 졌으며, 주로 불교미술 및 미술사학적 고찰에 치중되어 있다. 최근에는 사사자 삼층석탑의 창건배경과 조영 및 공양인물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해석 등이 연구되었다(Hwang, 2020; Shin, 2006). 또한Kang (2011)에 의해 석탑 전면에 위치한 석등과 석탑의 관계 및 인문학적 고찰이 보고된 바 있다.
화엄사의 창건기록은 인조 14년(1636)에 쓰인 중란의 ‘호남도구례현지리산대화엄사사적’이 대표적이다. 이 사적기는 많은 오류로 신빙성을 의심받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대부분의 문헌에는 비판 없이 이를 인용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 정확한 창건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창건자는 모두 연기조사로 표기되어 있다. 사사자 삼층석탑의 건립 연대도 다양한 주장이 있으며, 다수의 의견에 따라 8세기 중반에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9세기 조각수법이 많은 부분에 적용되어 있어 9세기 전반에 조영한 탑으로 편년하였다(Kang, 2011).
이 석탑의 기본양식은 2층의 기단과 3층의 탑신 및 상륜부로 구성되었는데, 상층기단의 각 모서리에 사자상을 배치하고, 중앙에 인물상을 봉안한 특수양식의 석탑이다(Figure 2A). 사자의 대좌는 원형으로 중판의 복련과 단판의 앙련을 새긴 석재가 맞붙은 형태이다. 인물상은 민머리에 가사와 유사한 옷을 입었고, 연봉오리를 쥔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왼손으로는 오른손을 받쳐 공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Figure 2B).
석탑의 탑신은 탑신석과 옥개석을 한 매씩 구성하였다. 각층 탑신에는 우주를 모각하였는데, 초층에는 사면에 자물쇠와 문고리가 표현된 문비형을 조식하였다. 문비형을 중심으로 좌우에 여러 존상을 조각하였고, 상륜부는 방형의 노반 위에 복련의 팔각복발을 갖추고, 그 위에 찰주형 팔각석주로 연결한 보주 한 매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보주의 형태는 화엄사 동 및 서 오층석탑에서도 볼 수 있어,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형태와는 구별되는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석탑 앞에 있는 석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석탑과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석등의 조영의도가 석탑에 공양하는 조형물로 보이기 때문이다(Figure 2C, 2D). 석탑과 석등 인물상의 조성배경에 대해 ‘추강집’이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소위 연기조사 창건설화에 착안할 때, 사찰과 유교의 효사상이 접목되어 탄생한 조형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따라서 사사자 삼층석탑의 인물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인 비구니이며, 석등의 인물상은 연기조사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엄경의 사자빈신삼매에 근거한 새로운 해석이 제시되었다. 그에 따르면 사사자상은 연화장 사자좌이며 사자가 받치는 탑신을 비로자나불로 볼 때, 사자좌 중심의 인물상은 화엄경의 사자빈신비구니가 되어 보다 설득력 있는 견해로 보고하였다(Kang, 2011). 따라서 석등의 공양상은 선재동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찻잔으로 인식되던 공양상 지물이 조선고적도보의 사진에는 지물위로 보주와 유사한 둥근 물체가 얹혀 있는 것이 확인되어(Figure 2D), 선재동자의 집에 있다는 보기로 보았다(Kang, 2011).
한편 한국 석등의 기원에 관한 Park(2009)의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석등에서 이형양식의 출현배경을 시대적 변천으로 파악하였으며, 이는 문화의 변화가 조형의 변화로 이어졌음을 지적하였다. 화엄사와 같이 독립된 불탑 앞에 석등을 배치하는 것은 광계년대(885∼887년)의 대표적 특징으로 보아 이 석등의 조성연대를 정강왕대로 추정하였다. 또한 석등에 새겨진 연화문과 좌상형태의 공양인물상 및 세부 양식수법 등을 들어 석탑은 8세기에 석등은 9세기에 조영한 것으로 해석하였다(Kang, 2011).
2.2. 연구방법
이 연구를 위해 선행 및 인문학적 자료를 검토하고 석탑과 석등의 보존현황을 파악하였다. 또한 석재의 재질특성을 분석하고 산지를 탐색하여 이들의 동질성을 검증하였다. 석재의 암석학적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정밀조사와 휴대용 현미경 관찰을 통해 기재적 특징을 기록하였으며 전암대자율을 측정하였다. 이때 사용한 휴대용 현미경은 Dino-Lite(Taiwan)의 AD7013 MZT이며, 대자율 측정기는 10-7 SI unit의 측정한계를 가진 ZH Instruments(Czech)의 SM30이다.
석재에 대한 전체적인 암상과 암석 및 광물학적 특성을 기재하기 위해 수습한 시편을 바탕으로 편광현미경 관찰을 실시하였으며, X-선 회절분석으로 조암광물을 정밀하게 동정하였다. 여기에 사용한 현미경(Nikon Eclipse E600W, Japan)은 편광 및 반사 겸용현미경이며, X-선 회절분석은 Rigaku(Japan)사의 DMAX2000을 활용하였다. 회절분석에 적용한 X-선은 CuKα이며, 양극의 가속전압과 필라멘트 전류는 40 kV와 100 mA로 설정하였다.
또한 시료의 주성분, 고장력, 거대친지각 및 일부 희토류 원소의 정량분석을 위해 캐나다 Actlabs에 의뢰하여 중성자방사화분석기(INAA), 유도결합 플라즈마 질량분석기(ICP-MS) 및 유도결합 플라즈마 분광분석기(ICP-AES)를 사용해 화학조성을 측정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신뢰도와 재현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시료와 중복시료 및 공시료로 검증하였다. 모든 분석결과는 선행연구를 참조하여 표준화하였으며, 연구대상과 추정산지 시료의 동질성 검토에 적용하였다.
3. 암석학적 특성
3.1. 암석분포 및 종류
구례는 삼국시대에 백제의 영역에 포함되어 ‘구차례현’이라 불렸고, 남북국시대 이후 구례현으로 개칭되어 곡성군의 영현에 포함되었다. 구례의 토지면 송정리에 있는 ‘석주관’은 마한과 진한의 경계이며 또한 백제와 신라의 경계라고 불려오던 곳이다. 화엄사의 남쪽으로는 서시천이 남류하며, 광평리 남쪽에서 섬진강 본류와 합류한다. 화엄사의 북쪽으로는 지리산의 노고단과 종석대가 있으나 북동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면을 이룬다.
구례 일대의 지질은 영남육괴에 속하며 선캄브리아기의 편마암류를 기반암으로 한다(Figure 3). 이 기반암을 관입 또는 부정합으로 덮는 화성암류와 화산쇄설암류가 분포하며 제4기의 충적층이 이를 피복하였다. 화엄사 일대의 지질을 살펴보면, 북동쪽에 위치한 지리산은 선캄브리아기의 편마암류로 구성되며, 남서쪽으로 서시천을 따라 충적층이 분포한다. 또한 북서쪽의 광의면부터 남동쪽의 토지면까지 소규모로 중생대 화성암류가 관입하였다(Figure 3).
기반암을 구성하는 암석은 화강편마암과 혼성암질 화강편마암 및 반상변정질 화강편마암 등으로 1,700∼1,800 Ma에 변성작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Park et al., 2000). 화성암류로는 쥐라기에 관입한 흑운모화강암이 가장 넓게 분포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화강섬록암의 형태로 산출된다(Son et al., 1964; Hong and Hwang, 1984). 또한 쥐라기의 화성암류가 편마암류를 관입한 부분을 중심으로 화 강암화 작용이 진행되었으며 미그마타이트질 편마암이 나타난다.
화엄사 계곡에는 선캄브리아기의 반상변정 편마암과 화강암질 편마암이 널리 분포하며 북북동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단층대가 이를 양분하고 있다. 이 편마암류를 관입한 화성암류는 시대미상 내지 쥐라기로 알려져 있다. 구례 일대의 지리산체에는 관입암류가 거의 발달하지 않으며, 지리산체 말단부에는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소규모의 암주상 관입암체가 다수 분포한다.
이들 암체는 흑운모화강암 또는 화강섬록암 등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암상에 대한 상세한 구분은 되어있지 않다. 지질도에는 이들 암석이 서로 다른 기재적 특징을 갖는 것으로 기록하였다(Son et al., 1964; Hong and Hwang, 1984). 그러나 이 연구를 위한 조사과정에서 화엄사 입구에 있는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일대의 하상에는 지질도폭에는 기록되지 않았던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다량 가지고 있는 새로운 화강섬록암체를 찾아 Figure 3의 지질도에 표기하였다.
3.2. 암석광물학적 특징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의 석재를 대상으로 산출상태와 기재적 특징을 밝히기 위해 암상과 조암광물 및 조직적 특징을 관찰하였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조직은 실체현미경의 확대영상을 통해 기록하였으며, X-선 회절분석도 병행하였다(Figure 4, 5). 이 결과, 석탑과 석등의 석재는 부재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모두 화강섬록암으로 동정되었으며, 특징적으로 크고 작은 ‘염기성 미립포유암(MME; mafic microgranular enclaves)’이 암석의 전반에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화강섬록암은 주로 암회색을 보이나 부분적으로 회백색 및 진회색을 띠며(Figure 4A), 조암광물은 3∼5 mm로 중립 내지 조립의 등립상 조직을 보인다(Figure 4B). 무색광물은 대부분 사장석이며 석영을 미량 포함하고 있으나 부재에 따라 함량에 차이가 있다. 유색광물로는 각섬석과 흑운모가 대부분으로 부분적으로 길게 신장되어 선상으로 배열한다(Figure 4C).
염기성 미립포유암(MME)은 암석의 전반에 걸쳐 분포하며 거의 모든 부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재에 따라 포유암의 함량에 차이가 있으며 5∼6 cm 내외의 크기가 가장 우세하게 산출되나, 장반경의 길이가 30 cm에 달하는 것도 관찰된다(Figure 4D). 포유암의 입자 크기는 1 mm 미만이며, 조암광물로는 흑운모와 각섬석 및 사장석이 대부분을 구성한다(Figure 4E). 같은 부재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포유암의 색이나 조직 등이 상이하게 나타나며, 일부 포유암에서는 녹색조를 띠는 광물을 소량 포함하고 있다(Figure 4F).
이들의 조암광물은 석영, 사장석, 흑운모 및 각섬석이며 석영보다 사장석의 함량이 더 많다. 흑운모와 각섬석은 공존하는 형태로 산출되며, 일부 흑운모는 풍화에 의한 변질로 입자의 가장자리를 따라 녹니석화가 진행되었다(Figure 4C, 4F). X-선 회절분석에서도 모두 석영, 사장석, 운모 및 각섬석이 동정되었으며 시료에 따라 회절강도의 차이를 보였다(Figure 5).
특히 사장석과 각섬석의 회절강도는 약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는 두 광물이 석영과 흑운모에 비해 고온에서 정출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마그마는 점성을 갖는 유동체로서 완벽하게 균질하지 않으며, 위치에 따라 온도와 냉각속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초기에 고화되는 암석은 고온에서 사장석과 각섬석이 우세하게 나타날 수 있고, 후기로 가면서 석영과 흑운모가 정출되어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HW-1 및 2 시료는 모두 석탑의 남서 하층기단갑석에서 수습한 시료로서, 동일한 부재 내에서도 조암광물의 회절피크가 차이를 보인다. 이 연구대상을 구성하는 암석은 염기성 미립포유암이 함유된 매우 불균질한 석재로, 이 화강섬록암을 생성한 마그마 자체가 매우 불균질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3. 전암대자율 분포
화성암의 전암대자율은 자화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이며 암석의 미세자기적 성질, 화학조성, 산화상태 및 성인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므로 암석학적 특성 분석에서 선행되야 할 연구방법이다. 이는 마그마의 생성과 고결환경 및 광물의 정출심도 등을 지시하여 암석분류에서는 고려되지 않은 지질환경을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암석의 동질성을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준으로 국내외 석조문화재의 산지해석에 적용되어 원형복원에 필요한 석재의 선택에 널리 활용되어 왔다(Choi et al., 2015; Jo and Lee, 2015; Lee et al., 2010; Park et al., 2021).
이 연구에서는 석탑과 석등 및 화엄사 경내에 분포하는 석조문화재의 석재를 대상으로 전암대자율을 측정하였다. 이들은 모두 화강섬록암이며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포함하여 불균질성이 아주 높은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를 구분하여 측정하였으며, 화강섬록암은 각 대상마다 150회 이상을 염기성 미립포유암은 80회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하였다(Table 1, Figure 6).
사사자 석탑을 구성하는 석재의 대자율은 2.73∼17.20(평균 12.19)×10-3 SI unit이며, 석등은 2.03∼19.40(평균 11.08)×10-3 SI unit으로 나타나 매우 유사한 범위를 보였다(Figure 6). 한편 화엄사 경내의 석조물에 대하여는 각황전과 원통전 및 오층석탑 구역으로 나누어 측정하였으며, 이들은 거의 유사한 대자율 분포를 보이나 구역에 따라 조금씩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각황전의 기단석과 각황전 뒤 축대 및 각황전 앞 석등의 대자율은 2.76∼20.10(평균 11.76)이며, 원통전 기단석과 원통전 앞 사자탑은 2.31∼11.90(평균 7.40)으로 각황전의 석조물보다 좁은 범위를 보인다. 화엄사 동 오층석탑과 서 오층석탑은 7.05∼24.00(평균 16.17)으로 다른 석조물들보다 조금 높고 넓은 대자율을 갖는다(Figure 7).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석탑과 석등 및 경내 석조물 모두 5.0을 기준으로 두 개 내외의 정규분포가 중첩된 형태이다. 염기성 미립포유암이 있다는 것은 화강암질 마그마에 현무암질 마그마가 주입되면서 불균질한 혼합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시한다. 완벽하게 혼합되지 않은 마그마가 굳어져 생성된 암석은 위치에 따라 성분의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낮은 대자율과 높은 대자율 분포로 구분되는 양상은 암석의 형성과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염기성 미립포유암의 대자율 분포를 보면, 석탑에서는 0.85∼43.00(평균 8.98)의 범위를 나타내지만 대부분 평균 값에 집중되어 있다(Figure 6). 석등은 0.99∼80.60(평균 10.95)으로 상대적으로 넓은 분포를 보인다. 이는 부분적으로 높은 값이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로 이를 제외한 범위는 0.99∼39.80로 석탑과 매우 유사하다. 화엄사 경내의 다른 석조문화재에서는 모암과는 달리 구역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0.13∼48.10(평균 11.83)으로 석탑 및 석등의 대자율 분포와 유사한 범위를 보였다(Figure 8).
3.4. 지구화학적 특징
화성암의 화학조성은 생성환경과 분화과정에 따라 달라져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면 성인적 특성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사자 석탑과 석등에서 수습한 시료를 대상으로 주성분, 고장력, 거대친지각 및 희토류 원소에 대하여 지구화학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분석대상 석재의 주성분 함량은 Table 2와 같으며, 각각의 원소에 대한 부화와 결핍을 검토하고자 Nockolds(1954)가 제안한 일반적인 화강암의 평균 조성을 기준으로 표준화하였다.
석탑과 석등 시료는 알칼리 원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성분 원소가 부화경향을 보이며, 이는 일반적인 화강섬록암의 화학조성과 유사함을 보였다. 또한 시료에 따른 차이나 석탑과 석등의 차이도 거의 없다. 따라서 석탑과 석등의 석재는 주성분 원소의 거동특성으로 보아 동일한 암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Figure 9).
특히 MgO, Fe2O3, CaO 및 TiO2 등은 호정성을 보이며,이 원소들의 부화는 암석의 분화가 충분히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Na2O와 K2O는 불호정성 원소로 이와 상반되는 거동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의 부화와 결핍은 분화과정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또한 풍화작용에 따라 Na2O 및 K2O는 감소하고 Al2O3의 농집이 발생하여 부화경향이 나타난다.
이 암석들의 일부 미량원소 함량(Table 2)을 기준으로 거대친지각 및 고장력 원소에 대해 원시의 맨틀조성(Pearce, 1983)으로 표준화 할 때 암석의 생성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를 그래프에 도시하여 절대함량과 기울기 및 결핍양상 등을 검토하였다(Figure 9). 거대친지각원소(Sr, K2O, Rb, Ba, Th)는 이온반경이 크고 전하가 작은 호정원소이며, 고장력원소(Ta, Zr, Hf, Y, Cr)는 전하에 대한 반경비가 커서 서로 동일한 함량비를 유지하고 있다. Th이 가장 불호정한 원소로, 이를 기준으로 대칭적인 기울기를 갖게 된다.
이 결과, 모든 시료에서 Th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나타나며 Rb, Th, Ce에서는 약간의 편차를 확인할 수 있다. 불호정원소는 표준값에 비해 약 100배 이상 높으며, 호정원소는 약 10배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석재로 활용한 기원암이 섭입대 환경에서 충분히 분화가 진행된 마그마에서 정출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미량원소의 거동특성과 아주 유사하다.
연구대상 석재의 일부 희토류 함량(Table 2)을 Taylor and Mclennan(1985)이 제시한 운석의 초생치로 표준화하여 거동특성을 해석하였다(Figure 9). 이는 지구 생성의 초생 값으로 분석시료와 콘드라이트의 희토류원소를 비교하여 상대적 부화와 결핍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결과, 모든 시료에서 La부터 Sm까지의 경희토류원소 범위에서 가파른 음의 기울기를 보인다.
경희토류는 분화가 진행될수록 기울기가 증가하는 특징이 있으나, 시료에 따른 차이가 최소 20배에서 최대 300배까지 큰 편차를 갖는다. 이는 암석이 형성될 때 포함된 불호정원소가 상이함을 나타낸다. 따라서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함유한 연구대상 암석은 염기성 및 산성 마그마가 혼합되었음을 지시하며, 위치에 따라 두 마그마의 불혼화로 인해 생긴 차이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암석을 만든 마그마의 불균질한 혼합과 메커니즘 및 분화과정은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종합하면, 석탑과 석등의 석재는 동일 마그마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이는 섭입대의 환경에서 관입하여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큰 염기성 마그마가 기존의 산성 마그마에 혼합되면서 고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산성 마그마는 점성이 큰 특징이 있어 두 마그마가 완벽하게 혼화되지 못하고, 불균질한 상태로 분화하여 이러한 지구화학적 특징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Kim et al., 2005; Kim et al., 2006; Lee and Kim, 2012).
4. 산지탐색 및 해석
4.1. 산지탐색
석재의 산지해석은 석조문화재에 사용한 원료물질의 공급지를 확인하여 그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이다. 이는 당시 사람들의 기술수준과 교역관계 및 사회적 변동까지 파악할 수 있어 중요한 역사적 및 문화적 자료가 된다(Lee et al., 2007; 2022; Lee and Lee, 2009). 최근 석조문화재의 보수 및 복원에 대한 재료학적 진정성이 대두됨에 따라 보존과학적 측면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가 다수 수행되어 왔다(Han et al., 2021; Lee et al., 2007; 2010; Jo et al., 2012; Jo and Lee, 2015; Choi et al., 2015; Park et al., 2019).
이 연구에서는 석탑과 석등의 석재에 대한 동종 암석의 산지를 탐색하기 위해 화엄사 인근의 암석분포 현황을 조사하였다.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갖는 화강섬록암이 석탑과 석등에 쓰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와 동질성을 갖는 암석의 분포지역을 추적하였다. 탐색은 구례의 마산면과 토지면 및 광의면 등 3개 구역으로 구분하였으며, 지리적 좌표와 암석의 분포위치를 Table 3에 제시하였다.
탐색구간 1은 화엄사 입구로 계곡의 하상과 양안에 분포하며, 여기에 노출되어 있는 화강섬록암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구례지질도에는 충적층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현장 지질조사에서는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함유한 화강섬록암이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gure 10A). 하상에 분포하는 노두와 대형 전석에서는 고기의 채석흔이 다수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Figure 10B), 이 일대에서 채석이 수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부근에서 화강섬록암과 편마암의 경계가 확인된다.
토지면 구산리 일대의 탐색구간 2는 탐색구간 1과 유사한 기재적 특징을 갖는 화강섬록암이 소규모 암체로 산출되며, 염기성 미립포유암 외에도 편마암의 포획암이 관찰된다(Figure 10D). 탐색구간 3은 구례지질도에 흑운모 화강암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광의면 방광리 일대에 해당한다. 천은천을 따라 노두가 길게 연장되어 있어 하상과 양단을 탐색하였으며, 지질도폭에 기재된 것과 달리 염기성 미립포유암이 함유된 화강섬록암으로 확인되었다(Figure 10E). 그러나 탐색구간 2와 3에서는 고기의 채석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4.2. 암석광물학적 유사성
탐색구간 1에서 수습한 GR-1과 GR-2는 중조립질 입상 조직을 갖는 암회색 화강섬록암이며, 조암광물은 석영, 사장석, 흑운모 및 각섬석 등이다. 전체적인 암상과 산출 상태 및 염기성 미립포유암 등으로 보아 석탑 및 석등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갖는다. 편광현미경에서는 주요 조암광물 외에 녹니석과 불투명광물이 산출된다. 전반적으로 석영보다 사장석이 우세하며, 흑운모와 각섬석이 공생하는 형태로 관찰된다(Figure 10C).
사장석은 대부분 알바이트 쌍정을 이루며, 부분적으로 누대구조가 관찰된다. 풍화에 의한 영향으로 흑운모와 사장석은 부분적으로 녹니석과 견운모로 변질되어 있다. X선 회절분석 결과, 현미경에서 확인된 광물들이 모두 동정되었으며, 녹니석은 상대적으로 함유량이 적어 회절강도를 식별할 수 없었다(Figure 10G).
GR-3은 탐색구간 2에서 수습한 중조립질 입상조직을 갖는 암회색 화강섬록암이다. 조암광물은 석영, 사장석, 흑운모, 각섬석 및 녹니석이며, 불투명광물도 미량 포함한다(Figure 10F). 탐색구간 2의 암석은 대부분 풍화가 진행된 상태이며, 편광현미경에서도 흑운모와 사장석의 변질대를 따라 녹니석과 견운모가 산출된다. 불투명광물은 흑운모와 각섬석의 연변부나 내부에 존재하며, 무색광물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석영과 사장석은 거의 비슷한 점유율을 가지며, 유색광물의 방향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사장석은 알바이트 쌍정을 보이며 누대구조가 흔히 관찰된다. X-선 회절분석으로는 현미경에서 관찰된 석영, 사장석, 흑운모, 각섬석 및 녹니석이 모두 동정되었다(Figure 10G). 전반적인 특징으로 보아 석탑 및 석등의 석재들과 동일한 암석학적 특성을 보였다.
GR-4는 광의면 방광리의 탐색구간 3에서 수습한 시료이며, 중조립질 입상조직을 갖는 암회색의 화강섬록암이다. 편광현미경에서는 석영, 사장석, 흑운모와 각섬석으로 구성되며, 다른 시료와 달리 녹니석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사장석은 알바이트 쌍정을 보이며 누대구조가 명확하게 관찰된다. 이 암석도 석탑 및 석등의 석재와 암석학적 특징이 거의 동일하다.
이와 같이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 및 추정산지에서 수습한 화강섬록암은 모두 아주 유사한 암상을 보이며 거의 동일한 광물조성과 기재적 및 암석광물학적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석탑과 석등 및 추정산지 암석의 명확한 동질성 검토를 위해 전암대자율을 측정하여 비교하였다. 추정산지 화강섬록암의 대자율 측정결과를 요약하면 Table 4 및 Figure 11과 같다.
이들의 전암대자율 분포를 보면, 화엄사 수계의 화강섬록암은 1.57∼32.90(평균 14.50)×10-3 SI unit으로 나타났다(Figure 11). 토지면의 화강섬록암은 1.21∼7.91(평균 4.06)×10-3 SI unit로 화엄사 수계의 것과 달리 10미만의 값을 가지며, 방광면의 것은 1.24∼15.80(평균 10.72)×10-3 SI unit으로 정규분포의 형태를 보인다.
전반적인 분포양상은 화엄사 수계의 화강섬록암이 가장 넓은 범위를 가지며, 방광면 것의 대자율은 마산면 것의 분포와 중첩된다. 그러나 토지면 화강섬록암은 다른 두 측정지점과 달리 낮은 값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이는 화강섬록암이 암체에 따라 다소 상이한 미세자기적 특징이 있음을 의미한다. 각각의 화강섬록암에 포함된 염기성 미립포유암의 대자율은 화엄사 수계의 것에서 비교적 넓지만 대부분 10미만에 집중된다(Figure 11).
이들을 석탑과 석등 및 화엄사 경내의 석조물과 비교하면, 화강섬록암과 염기성 미립포유암의 대자율 분포는 모두 같은 범위에 도시된다(Figure 12). 화강섬록암의 대자율 값은 두 개 이상의 정규분포가 중첩된 양상을 보이며, 피크를 이루는 최빈값의 위치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석탑과 석등 및 화엄사 경내의 석조물에서 정규분포가 중첩된 양상이 있지만, 추정산지의 대자율 분포는 하나의 정규분포가 나타난다. 화엄사 수계와 토지면 및 광의면의 화강섬록암은 서로 다른 독립된 암체로 전암대자율의 양상도 구분되어 나타난다.
또한 동일한 암체 내에서도 넓은 범위의 전암대자율을 가지며 측정위치에 따라 값의 차이가 있어, 하나의 암체에서 채석을 하더라도 장소에 따라 대자율의 분포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와 같이 화엄사 일대에 분포하는 화강섬록암체는 대자율 분포가 넓은 특징이 있으며 석탑, 석등, 경내 석조물 및 추정산지의 암석은 매우 유사한 미세자기적 특징을 갖는다. 이는 거의 같은 마그마에서 분화과정을 겪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화엄사 경내의 석조물과 추정산지 암석은 충분한 동질성을 갖는 것으로 판단된다.
4.3. 지구화학적 동질성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 및 추정산지 화강섬록암의 성인적 동질성과 지구화학적 거동특성을 검토하기 위해 추정산지 암석의 화학분석 결과를 표준화하여 석탑 및 석등의 경향과 비교하였다(Figure 13). 이 결과, 주성분 원소는 매우 유사한 거동특성을 가지며 희토류와 고장력 및 거대친지각 원소는 부분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석탑, 석등, 경내 석조물 및 추정산지의 화강섬록암체가 갖는 성인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 화강섬록암은 거의 같은 기원을 갖는 암석이나 산출상태에 따른 지구화학적 차이를 고찰하였다.
우선 석탑과 석등에 사용한 암석분류를 위해 SiO2를 대상으로 각각의 주성분원소 변화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유사한 SiO2 함량(평균 60.29 wt.%)을 갖고 대부분의 주성분 원소는 부화되어 있으나, 특히 Na2O(평균 3.20 wt.%)와 K2O(평균 1.67 wt.%) 등 알칼리 원소의 함량이 낮다. 따라서 이 화강섬록암은 대체로 연속적인 조성변화를 보이는 같은 암석임을 알 수 있으며, 거의 유사한 마그마에서 분화한 것임을 지시한다(Kim et al., 2002).
한편 석탑과 석등 및 추정산지의 화강섬록암에 대한 주성분, 미량 및 희토류원소를 대상으로 거동특성을 검토하였다. 일반적인 화강암의 평균함량(Nockolds, 1954)을 활용하여 주성분원소의 부화와 결핍정도를 비교한 결과, 모두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Figure 13). 전반적으로 Al2O3, Fe2O3, MnO, MgO, CaO 및 TiO2에서 부화되었으나 아주 유사한 거동을 보였다.
미량원소는 Govindaraju(1989)가 제안한 화강암의 평균 함량을 기준으로 표준화하였다. 모든 시료에서 As, Cr, Ni이 부화양상을 보이며, 부분적으로 불규칙한 경향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거의 동일하게 거동하였다. 희토류 원소의 함량을 운석의 초생치(Taylor and McLennan, 1985)로 비교할 때도 전체적으로 일부 경희토류의 거동을 제외한 모든 원소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한편 주성분과 미량 및 희토류원소 중 호정원소와 불호정원소에 대해 Pearce(1983)가 보고한 원시의 맨틀조성으로 표준화하여 거동특성을 검토하였다. 이 결과, 석탑 및 석등의 석재와 추정산지의 화강섬록암은 Rb, Th, Ce 등 극히 일부 원소를 제외하면 모두 동일한 경향을 지시한다. 이는 암종이 달라서가 아니라 화강섬록암의 불균질성이 반영된 것으로 암석의 성인과 마그마의 분화에 관한 특징은 별도로 논의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원소에서 전반적인 거동경향이 잘 일치한다(Figure. 13). 이는 연구대상으로 선택한 화강섬록암이 생성과정에 따른 불균질성은 있으나 성인적으로 같은 기원암이며, 양자를 구성하는 암석이 거의 유사한 진화경로를 통해 생성된 물질임을 지시하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지역에서 조달한 석재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이기도 하다.
5. 보존과학적 고찰
5.1. 성인적 특성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을 구성하는 암석 외에도 화엄사 경내에는 다양한 석조문화유산이 있다. 이 석조물에서는 육안으로도 염기성 미립포유암이 다수 관찰되며, 암석의 색이나 조직 등 기재적 특징이 석탑 및 석등의 구성암석과 매우 유사하다(Figure 14). 이 연구에서는 각황전 기단석, 각황전 뒤 석축, 각황전 앞 석등(Figure 14A) 및 원통전 앞 석탑(Figure 14B), 원통전 기단석(Figure 14C), 대웅전 앞 계단, 화엄사 동, 서 오층석탑(Figure 14D) 등을 구성하는 화강섬록암 석재를 함께 조사하여 동질성 검토에 활용하였다.
특징적으로 각황전, 석탑, 석등, 석축 및 계단 등 화엄사의 주요 석조건축에는 동일 종류의 화강섬록암이 사용되었으나, 요사채와 계단 인근의 벽체 등은 편마암을 활용하였다(Figure 14E, 14F). 이는 화엄사의 건립에 필요한 석재를 고정된 채석장에서 수급하였으며, 추후 다른 시기에 사역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편마암류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지시한다. 이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경내 석조물의 조성시기와 사용된 암종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사찰 인근의 편마암과 경내에 사용된 편마암의 동질성 검토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을 구성하는 석재는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함유한 화강섬록암이다. 이 암석은 산출상태, 기재적, 암석광물학적, 미세자기적 및 지구화학적 특성이 다소 불균질하며, 한 부재 내에서도 이러한 특징에 차이가 있다. 이는 화강암질 마그마에 현무암질 마그마가 주입 또는 혼화될 때 형성되는 특성으로서, 성질이 서로 다른 마그마의 불균질한 혼합(mingling)에 따라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마그마 전반의 조성이 화강섬록암질로 진화하였으며, 완벽하게 섞이지 못한 마그마는 덩어리 상태로 존재하다가 고화되어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형성한다. 석탑과 석등의 일부 부재에서는 염기성 미립포유암과 유색광물의 방향성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이는 마그마가 주입될 때의 방향성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화엄사 경내의 다른 석조물에서도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함유한 화강섬록암이 사용되었다. 이 석조물들은 화엄사의 특수한 가람배치, 산으로 둘러싸인 경관, 고색창연한 목조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함유한 화강섬록암의 심미적 가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경내의 석조문화재에 대한 보수가 수행된다면 사용할 대체석과 수급체계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5.2. 수급체계 검토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의 축조에는 채석과 운반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하였으며, 석재를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리 및 지형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채석장소를 선정하였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화엄사 일대에 대한 지질조사를 통해 석탑과 석등 및 경내 석조물에 사용한 석재와 동일한 화강섬록암체의 분포를 확인하였다. 이들은 가깝게는 화엄사에서 약 1 km 떨어진 하류의 수계에서부터 광의면 참세미와 멀리는 약 7 km 떨어진 토지면 달산리까지 북서에서 남동방향으로 3개의 암주상 암체가 소규모로 분포한다(Figure 15).
각각의 암체는 암석광물학적 특징, 대자율 분포 및 지구화학적 거동특성 등에서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이 중에서 가장 가까이 화엄사 수계에 분포하는 화강섬록 암체는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인근에서 편마암과 관입 경계를 시작으로 마산천을 따라 길게 뻗어있으며, 고기의 채석흔이 다수 발견된다. 따라서 화엄사 입구 하상에 분포하는 암주상 화강섬록암이 화엄사 경내의 석조물 제작에 활용되었을 개연성은 충분하며, 보수가 필요할 경우 문화유산의 재료학적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화강섬록암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을 구성하는 석재는 전형적인 화강섬록암과는 달리 염기성 미립포유암을 함유하며 매우 특징적이다. 화엄사 일대의 광업권 등록정보를 검색한 결과, 지리산국립공원의 보호구역 바깥쪽으로 운영 중인 광산이 10여개 존재한다. 그러나 규석, 금, 은, 흑연 등의 광물자원에 대한 광업권이며 골재 및 석재와 관련된 광권은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상업적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화강섬록암의 대부분은 염기성 미립포유암이 없는 균질한 석재를 대상으로 한다. 화엄사 석탑과 석등의 수리과정에서 이와 같은 신석재를 사용할 경우 산출상태와 기재적 특징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질감으로 인한 심미적 요소의 저해가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석재의 수급체계를 검토하여 화엄사 입구의 하상에 분포하는 화강섬록암이 대체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였다(Figure 16A).
화엄사 계곡을 따라 국립공원의 경계부가 위치하며, 여기는 자연공원법에서 규정한 완충공간에 해당한다. 자연공원법에는 학술연구, 자연보호 또는 문화재 보존 및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행위가 가능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행위에 따라 별도의 굴착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자연공원법을 준수하며 석재를 수급할 수 있으며, 마산천 일대의 하천정비사업에서 하상에 노출된 석재를 수습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Figure 16B, 16C).
석재의 공급지 연구는 당시 재료이용의 문화와 제작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원료의 원산지와 이동경로는 물자에 대한 조달체계를 해석하여 시대별 문화상을 복원하고 기술교류를 추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Lee andLee, 2009). 석조문화유산에 대한 재료학적 분석을 통해 직접적으로는 조성기술을 연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집단의 토목기술을 엿볼 수 있다. 보존과학적 측면에서도 재료의 산지연구는 문화유산의 보수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원형보존을 위한 과학적 재료의 탐구라는 중요한 의미도 있다(Cho and Lee, 2018; Jo and Lee, 2015; Lee et al., 2010).
6. 결 언
1. 이 연구에서는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석등의 전체 석재에 대하여 암석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산지를 해석하였다. 석탑과 석등을 구성하는 암석은 모두 크고 작은 염기성 미립포유암(MME)을 함유한 암회색의 중조립질 화강섬록암이다. 주요 조암광물은 석영, 사장석, 각섬석 및 흑운모이며, 전체적으로 불균질성이 매우 큰 암상을 보인다. 또한 화엄사 경내의 주요 석조물을 구성하는 석재도 석탑 및 석등과 동일한 재질의 화강섬록암을 사용하였다.
2. 모든 석재의 미세자기적 특징을 검토하기 위해 전암대자율을 측정하였다. 석탑의 화강섬록암은 2.73∼17.20(평균 12.19)×10-3 SI unit, 석등은 2.03∼19.40(평균 11.08)×10-3 SI unit, 경내 석조물은 2.31∼23.30(평균 11.89)×10-3 SI unit의 범위를 나타내 거의 동일한 대자율 분포를 보였다. 또한 각각의 석재에 포함된 염기성 미립포유암의 대자율도 0.13∼49.80(평균 11.80)으로 매우 유사하다.
3. 석재의 산지탐색을 위해 화엄사 일대의 지질과 암석 분포를 조사하였다. 석탑과 석등 및 경내의 석조물과 동일한 암상을 갖는 화강섬록암은 화엄사 하류 수계, 토지면 및 광의면 일대에 소규모의 암주상 관입암체로 노출되어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산출상태, 암석학적 특성, 전암대자율 분포 및 지구화학적 거동특성을 비교한 결과, 화엄사 석조물의 제작에 사용한 암석과 매우 동질한 화강섬록암임을 입증하였다.
4. 화엄사 입구의 수계에 분포하는 화강섬록암체는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에서부터 마산천을 따라 남쪽으로 약 1 km 연장되어 있다. 이 일대의 노두에서는 고기의 채석흔이 다수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과거 이곳에서 화강섬록암을 채석하여 사용했음을 지시한다. 따라서 석탑과 석등 및 경내 석조물의 보수과정에서 필요할 수 있는 대체석으로 이 화강섬록암을 사용할 수 있어 원형보존의 재료학적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5. 화엄사 하류의 마산천 수계는 국립공원보호구역에 해당하여 국립공원법에 저촉되며, 법령에 따라 문화재의 보존을 위한 석재의 수급도 현상변경과 같은 별도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동일 종류의 석재를 조달하기 위해 현상변경하는 방법과 마산천 일대의 하천정비사업 등을 통해 석재를 수급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지원한 2019년 구례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채석산지 및 풍화도 조사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된 것임을 명기하여, 이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