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선원사 명부전 지장시왕도의 안료분석과 채색기법 해석
Interpretation of the Pigments Analysis and Coloration Techniques for Ksitigarbha Bodhisattva Painting within the Myengbujeon Hall in Namwon Seonwonsa Temp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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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남원 선원사 명부전의 지장시왕도는 1917년 금어 만총과 상오 및 행은 등 7인의 화원이 조성한 작품이다. 이 그림의 변성대왕 관모에서는 일제강점기 탄압을 피해 숨겨왔던 항일운동의 흔적인 태극기가 발견되며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지장시왕도의 채색안료에 대한 P-XRF 분석에서는 공통적으로 Pb, S, Si가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발색성 금속산화물과 유리질 분말을 배합해 만든 신암채의 특성으로 해석된다. 광학현미경과 주사전자현미경 관찰 및 SEM-EDS 분석 결과, 흑색은 유연먹과 송연먹, 백색은 연백과 백악, 금색은 금박, 황색은 황토와 밀타승 및 등황, 적색은 진사와 석간주 및 연단이 사용되었으며, 청색은 군청, 녹색은 양록을 활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적외선 이미지에서는 다양한 채색기법과 완성도를 위한 수 회의 덧칠 흔적이 확인되었다. 이를 종합할 때 배채와 중채 및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태극문양은 연단으로 원의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양록을 덧칠하여 채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Trans Abstract
The Ksitigarbha Bodhisattva Painting of Myeongbujeon Hall in Namwon Seonwonsa temple was painted in 1917 by seven monk painters including Geumeo Manchong, Sango and Haengeun. In the painting, Korean National Flag (Taegeukgi), a trace of anti-Japanese movement that had been hidden under suppression during the invaded by the Japanese period, was found on the surface of official wooden hat in Sixth King (Byeonseongdaewang). Elements of Pb, S and Si were commonly detected by the P-XRF of the painting pigments to be analyzed, which was estimated the characteristics of the Sinamchae made by mixing colored metal oxides and glass powder, and data were secured. As the optial microscopy, scanning electron microscopy and SEM-EDS analysis show that black is chinese ink and lampblack ink, white is lead hydroxide and chalk, gold is gold foil, yellow is iron oxide yellow, massicot and gamboge, red is cinnaba, iron hydroxide and minium, green is emerald green, blue is ultramarine, respectively. As the infrared photography, various coloring techniques and traces of several overlapping for completeness were found. A comprehensive considerations of these shows that various coloring techniques with back, bottom and middle colorations were used. The Taegeuk pattern is interpreted as making a circle shape with a minium and painting with emerald green over it.
1. 서 언
전라북도 남원시 도통동에 있는 선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의 말사로 통일신라 헌강왕 원년(875)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사적비에 의하면 도선이 남쪽의 산천을 유려하다가 남원에 이르러 두루 살펴본 뒤에 남원의 진압사찰로 선원사를 세우고 약사여래를 봉안하였다고 한다. 초창기의 선원사는 30동이 넘는 전각이 있어 만복사에 버금가는 대찰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1977).
선원사 명부전의 소조시왕상은 명부조각의 구성과 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 2015년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17세기 초 불교조각계를 이끈 원오와 새로 밝혀진 조각승 인관이 주도하여 제작한 대표적인 작품이다(Choi, 2013). 명부전 지장시왕도의 제작 시기는 화기에 기록된 대정 6년으로 1917년도에 대웅전의 신중탱과 함께 조성되었으나, 그간 보존과학적 연구는 없었다. 이는 당시 전라도 지방에 유행한 지장시왕탱의 구도로 불화의 전통적인 채색법에서 벗어난 수묵화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Kim, 1996).
이 연구에서는 선원사 명부전의 후불탱화인 지장시왕도에 사용된 채색안료를 정밀 분석하였으며, 지장시왕도의 변성대왕 관모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의 태극문양도 함께 분석하여 안료의 특성과 채색기법을 해석하였다. 이 지장시왕도의 보존상태는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나 부분적으로 박락과 오염이 발생하여 안료의 종류를 규명하고 보존을 위한 종합적 연구가 요구되었다.
따라서 지장시왕도의 채색안료를 대상으로 색상별로 대표지점을 선정하여 육안검사와 함께 비파괴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화기에 기록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여 사용한 안료를 동정하고, 채색기법에 따라 달리 검출되는 성분을 통해 조색된 안료를 추정하여 근대 지장시왕도의 채색기술과 보존을 위한 매우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였다.
2. 연구대상 및 방법
2.1. 연구대상
지장시왕도는 지장도와 시왕도를 한 폭에 그린 불화로 지장보살의 좌우에 무독귀왕과 도명존자가 시립하여 삼존을 이루고 그 주위를 시왕과 판관 및 권속 등이 둘러싼 형식의 탱화를 지칭한다(Figure 1A). 이 형식은 9∼10세기경 중국 돈황의 지장도에서도 확인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널리 제작된 가장 일반적인 형식이다. 이 연구의 대상은 채운으로 감싼 회색 바탕에 중앙의 지장보살과 좌우에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등 권속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으며, 권속들의 표정에는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명암법이 적용되었다(Kim, 1996).
명부전에는 목조지장보살삼존상을 소조시왕상 일괄이 둘러싸고 있으며, 목조지장보살은 지장시왕도의 앞면에(Figure 1B, 1C), 소조시왕상 일괄은 우측과 좌측에 정렬해 있다(Figure 1D, 1E). 지장시왕도에는 화기가 있어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Figure 1F, 1G). 이에 따르면 대정 6년(정사년) 11월 5일에 남원군 만행산 선원사에서 시작하여 지장보살과 십왕탱화가 17일에 새로 조성되었으며, 회향 봉안은 대법당에서 거행한 것을 알 수 있다.
좌측 화기에 기록된 수일, 만총, 행사, 봉인 등은 모두 법명으로 보이며(Figure 1F), 명단에 포함된 장인 만총부터 오봉까지 탱화 제작에 실질적으로 개입한 작가 내지 기술자로 추측된다(Koh, 2023). 우측 화기에는 탱화를 제작하는데 시주한 이들의 명단이 실명으로 나타나 있으며(Figure 1G), 이는 후원자 명단으로 볼 수 있다. 특징적으로 하단에 적혀있는 대시주들은 모두 혈연관계로 판단되며, 처음으로 나오는 건명 강영안과 곤명 최청수 및 김호산에서 건명은 남자 시주로 곤명은 여자 시주로 추정된다(Figure 1G).
이 지장시왕도의 변성대왕 관모에서는 태극문양이 발견되었으며(Figure 2A, 2B), 이 태극기의 전체 크기는 8.5×3.0cm, 태극의 지름은 2.2cm로 서울 진관사 태극기(1919)의 문양과 유사하다(Han, 2010). 일제는 1911년에 칙령 19호를 통해 태극기를 말살하고 대신 일장기를 걸도록 하였다. 이후 일제강점기 탱화 제작 등 모든 예술 행위가 일제의 검열을 피하고자 색상과 크기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지장시왕도에는 호남 불교를 대표하는 독립 운동가 진응스님이 제작과정을 증명한 기록이 화기에 남아있다. 독립운동사 자료에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12년 12월 17일에 구례 화엄사 진응스님에게 보낸 엽서가 발견되어 한용운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벌인 사실이 확인되기도 한다(National Institute of Korean History, 1991).
2.2. 현황 및 보존상태
지장시왕도의 대표적 손상은 표면오염과 물리적 변형이 가해져 일어나는 채색층의 탈락이며, 화학적 변색과 열화로 인한 박락도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물리적 변형이 가해져 일어나는 박락은 형태가 뒤틀리는 가장자리에서 두드러지며, 적색안료가 칠해진 부분(Figure 3A, 3B, 3C)에서 주된 탈락을 볼 수 있다.
특히 옷소매를 표현한 백색안료 채색부 위에 황색선을 그은 부분에서 변색과 박락이 현저하며, 모과의 채색에서는 재료적 특징으로 인한 변색이 있다(Figure 3D, 3E). 관모의 흑색은 특정 부분에서 안료의 부착이 약화되어 박락이 발생되었다(Figure 3F). 주로 입상으로 박락된 흑색과 매끈한 표면을 갖는 흑색이 공존하며 광택이 달라, 원재료의 특성이 다르게 발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색 안료는 주요 손상인 박락으로 인해 하단 채색층위의 주황색 안료가 노출되었으며, 외부물질의 이차적 오염으로 촛농과 같은 불투명 액체가 고화된 곳이 확인되었다(Figure 3G). 연청색 안료로 인한 오염은 보채 또는 불단의 안료로 추정되는 이물질로 세 곳에서 확인되었다(Figure 3H, 3I, 3J). 지장시왕도의 배접지를 확인하기 위해 걸려있는 화견의 두께를 캘리퍼스로 측정한 결과 2.34mm로 확인되었고, 화견의 아래에서 목재를 감싸 합쳐진 부분은 2.43mm로 측정되었다. 목재를 지탱하던 양쪽 지류 중 한 겹으로 이루어진 종이는 1.48mm로 나타났다.
2.3. 연구방법
지장시왕도의 안료와 채색기법적 특성을 밝히기 위해 비파괴 분석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현장에서 정밀 육안관찰과 휴대용 현미경을 통해 보존상태에 대한 근거로 기초 자료를 확보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지장시왕도에 사용한 채색안료의 색상과 성분에 따른 특징을 구분하였다.
이 결과, 채색안료는 9가지 색상으로 구분하였고 하나의 색상에서 여러 지점을 분석하여 각각 3지점씩 총 27지점의 자료를 제시하였다. 색도분석에는 측색계(Konica Minolta CM-2600d, Japan)를 사용하여 표준광원 D65에 시야각 2° 및 분석면적 3㎜로 측정하였으며, 모두 CIE L*, a*, b*로 표시하였다.
또한 디지털 휴대용 현미경(Dino-Lite, AD7013MZT, Taiwan)을 통해 산출상태와 안료의 입자를 관찰하였으며, 채색된 안료의 화학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Oxford Instruments, X-MET7500, UK)를 이용하여 안료의 발색원소와 특성을 검토하였다. P-XRF의 운용 조건은 X-선 튜브 전압 15∼40kV(경원소 15kV, 중원소 40kV)로, 전류는 10∼150㎂로 설정하였으며 분석면적은 직경 약 10㎜에 측정시간은 20초로 분석하였다.
태극문양의 경우 박락이 우려되어 동일 조건에서 측정시간을 30초로 3회를 측정하였다. 또한 지장시왕도에서 탈락한 극미량의 시료를 획득하여 SEM-EDS 분석을 수행하였다, 미세조직 관찰과 성분분석은 X-선 에너지 분산형 분광분석기(Burker, Quantax, USA)가 부착된 주사전자현미경(TESCAN, MIRA3, Czech)을 활용하였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밑그림 또는 다시 채색한 흔적과 손상되어 식별되지 않는 부분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을 이용해 촬영하였다. 카메라는 FujiFilm사(Japan) S5 Pro이다. 촬영은 Nikon사(Japan)의 AF-S Micro NIKKOR 60mm 구경의 렌즈를 이용하였고, 908nm와 912nm의 파장을 갖는 렌즈로 고화질 이미지를 획득했다.
3. 결과 및 해석
3.1. 분석지점
지장시왕도에 채색된 안료의 색을 백색, 금색, 황색, 주황색, 갈색, 적색, 청색, 녹색 및 흑색 등 9가지로 세분하였으며, 색상 및 성분적으로 유사성이 있는 부분을 구분하여 특성이 중복되는 색은 제외하였다. 색상이 비교적 선명하고 측색계의 분석면적에 부합하는 위치에 한하여 분석지점을 선정하였다(Figure 4). 특히 육색을 구분해 분석하였으나 백색의 검출결과와 유사하여 백색의 범주에 포함하였다.
또한 변성대왕의 관모에 그려진 태극문양의 채색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하였다. 색상별로 3번씩 측정하였으며 최소한의 측정을 위해 횟수를 조절하였다(Figure 5). 이 태극문양의 측정결과는 지장시왕도의 다른 부분에 채색된 안료의 특성과 비교에 활용하였으며, 갈색을 제외한 나머지 색상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였다.
3.2. 색도측정
선원사 명부전 지장시왕도의 백색 안료에서는 L* 값이 67.49에서 73.34(평균 70.24)로 WH1이 가장 높은 값을 보였고, a*는 0.39에서 1.01(평균 0.71)로 WH1이 가장 낮은 값을 나타냈다. b*는 8.13에서 9.35(평균 8.55)로 WH1이 낮아 백색도가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Table 1, Figure 6A). 이들의 차이는 황변과 오염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Kim and Lee, 2019).
금색은 L* 값이 54.07에서 56.33(평균 54.93)으로 GO1이 가장 높은 값을 보였으며, a*는 1.62에서 1.99(평균 1.76)로 유사한 값을, b*는 25.39에서 28.76(평균 26.75)로 GO1이 가장 높게 측정되었다(Figure 6B). 황색의 L*는 49.95에서 57.88(평균 53.41)로 YE2의 명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a*는 2.21에서 6.41(평균 4.56), b*는 27.73에서 31.33(평균 29.08)로 YE2의 값이 가장 높게 나타나 황색도가 가장 높은 지점으로 판단된다(Figure 6C).
주황색은 전체적으로 값이 유사하여 큰 차이는 없으나 L*가 44.55에서 47.05(평균 45.42)로 OR1의 값이 가장 크다, a*는 18.42에서 20.82(평균 19.34)로 OR3가 높고, b*는 26.31에서 27.91(평균 27.13)로 측정되었다(Figure 6D). 갈색은 L* 값이 36.42에서 40.13(평균 38.21)로 BR3이 가장 높았고, a*와 b*는 BR3가 가장 낮았다(Figure 6E).
적색의 L* 값은 34.26에서 38.35(평균 36.86)이며, a*에서 19.09와 30.15로 큰 편차를 보여, 이는 안료의 조색 영향으로 판단하였다. b*는 RE2가 25.77로 가장 높게 측정되었다. 따라서 RE1은 적색도가 높고 명도가 가장 낮아 갈색과 유사하며, RE2는 명도가 가장 높고 황색도도 25.77로 높게 나타나 주황색의 색상에 가깝고, RE3은 다른 지점들에 비해 적색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Table 1, Figure 6F).
청색의 L* 값은 26.70에서 32.61(평균 30.24)로 BL2가 가장 낮았으며, a*는 6.73에서 11.68(평균 9.06)로 BL1이 가장 높고, b*는 –26.31에서 –17.5(평균 –21.27)로 BL2가 가장 낮게 측정되어 BL2가 청색도에 가깝다(Figure 6G). 녹색의 L*는 34.06에서 45.53(평균 39.03)으로 GR2가 가장 낮아 a*와 b* 역시 GR2가 가장 낮은 값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오염 또는 넓은 측정면적의 한계로 명도에 편차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Table 1, Figure 6H).
흑색은 세 지점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L* 값은 20.21에서 23.11(평균 21.23)로 BK1이 가장 낮고, a*는 0.02에서 0.21(평균 0.12)으로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b*는 2.00에서 2.68(평균 2.38)로 BK2가 가장 낮게 측정되었으나 전체적으로 흑색도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Figure 6I).
태극문양의 백색은 WH-T1이 L*에서 62.49로 가장 높으며, a*는 1.46, b*는 10.19로 황색도가 높게 측정되었다. 그러나 지장시왕도 백색 분석지점(WH)의 b*는 평균 8.55로 태극문양의 백색 안료에서 황색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차적인 황변의 영향으로 보인다.
태극문양 관모의 금장에서 측정한 금색의 L*는 GO-T3에서 가장 높고 a*는 GO-T1이 4.45, b*는 GO-T3이 24.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시왕도의 금색 채색지점(GO)에서 보이는 수치보다 낮은 값을 지시하는데, 다른 지점에 비해 먹선이 많아 색상 값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Table 2, Figure 7).
사괘에서 확인되는 황색은 YE-T1에서 L* 50.6 3, a* 0.79, b* 13.83으로 명도와 황색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장시왕도의 황색(YE)과 같은 황색이지만 적색도와 황색도가 다소 다른 것으로, 조색된 안료의 종류와 변색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적색의 경우 측정지점이 협소하여 1회만 측정하였으며 L* 33.87, a* 25.54, b* 22.72로 시왕도의 적색(RE)과 아주 유사한 값을 보였다(Table 2, Figure 7).
태극문양의 주황색은 OR-T1에서 L* 값이 41.15로 가장 높으며, OR-T2의 a*는 17.04로 가장 높고, b*는 18.40 정도로 유사하다. 이는 주황색보다 전체적으로 명도와 황색도가 낮아 적색의 색도와 유사하다. 갈색은 관모의 바탕에서 측정하였으며 L*은 적색(RE-T1)보다 높고 적색도와 황색도 모두 높다. 그러나 태극문양의 적색 관모 하단에서는 밝은 적색으로 보이는 부분보다 명도와 적색도 및 황색도 모두 낮았다. 따라서 같은 적색계열임에도 확연한 색차를 보여 서로 다른 안료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Table 2, Figure 7).
청색은 L* 38.84, a* –3.89, b* 8.26로 적색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아 녹색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녹색은 L*가 45.64에서 46.29, a*는 –7.11에서 –7.3로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b*는 GR-T1에서 15.06으로 가장 높아 시왕도의 녹색(GR)보다 채도가 높다. 흑색부는 L* 값이 22.72에서 25.12로 낮은 범위를 나타냈으며 시왕도의 흑색과 명도와 황색도 및 적색도 모두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Table 2, Figure 7).
3.3. 조성분석
채색안료의 색상에 따른 성분 차이를 검토하기 위해 P-XRF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결과, 안료의 종류와 색상에 따라 주요 성분에 차이를 보이며 모든 분석 자료에서는 Pb, S, Si 등이 높은 함량으로 검출되었다(Table 3, Figure 8). 백색 안료에서는 공통적으로 Pb, S, Si가 검출되었으며, WH3에서는 Ca의 함량이 23,289ppm으로 높게 확인되었다(Table 3).
금색에서는 Si, S, Au 및 As가 주요하게 검출되며, 시왕의 허리띠와 관모의 금장에서 Au이 확인되었다. GO1은 As가 270,445ppm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며, GO3은 S과 Pb이 149,481ppm 및 161,365ppm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Table 3, Figure 8).
황색에서는 Fe, Ca 및 Cl가 나타나며, Fe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Ca과 함께 토성 안료인 황토가 사용되었거나 신암채의 발색성 산화물에서 발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As가 YE1에서 15,014ppm으로 YE3에서는 12,831ppm이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등황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Pb과 S 및 Cl가 높게 포함되어 있어 밀타승의 성분인 Pb의 스펙트럼이 겹칠 가능성도 있다.
주황색에서는 Pb, S, Cl 및 Zn이 높게 측정되었다. 특히 OR2와 OR3에서는 Ca도 검출되었는데, 이는 배채된 백색 안료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갈색 채색부는 공통적으로 나타난 Pb, S, Si을 제외하면 Cl가 52,797∼83,828ppm으로 가장 높게 검출된다. 반면 Fe은 2,704∼4,428 ppm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값을 보였다(Table 3, Figure 8).
적색에서는 공통적으로 S, Pb, Si가 확인되며, 특징적으로 RE1에서 Fe이 460,205ppm으로 높게 검출되었다. 그러나 RE2에서는 Pb이 293,033ppm으로, RE3에서는 Hg이 361,552ppm으로 높게 나타나 세 지점 모두 채색된 안료가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청색에서는 Si와 Pb, Al 및 S이 높게 검출되었으며, 착색안료로 알려진 Fe은 소량으로 확인되었다. 녹색은 발색을 지시하는 Cu와 함께 As가 높게 나타났으며, 부분적으로 Ti(161,574ppm)의 함량이 높게 검출된다. 또한 공통적으로 S과 Si가 포함되나 Pb은 검출되지 않았다(Table 3, Figure 8).
흑색으로 주로 쓰는 먹의 주성분 원소(C)는 경원소로 P-XRF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K이 높게 나타나는 그룹과 S이 높게 나타나고 K이 낮게 나타나는 그룹으로 나뉘는 것으로 볼 때 교착제 또는 안료의 종류가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공통적으로 Ca, S, Si가 나타나 배채나 지류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특징적으로 흑색안료에서는 송연먹으로 보이는 안료에서 K이 높게 나타나며, 광택이 있는 유연먹은 S이 높고 K이 낮게 검출된다(Table 3, Figure 8).
태극문양에 대한 P-XRF 분석 결과, 시왕도와 유사하였다(Table 4, Figure 9). 백색에서는 Pb, S, Si가 높고, WH-T2에서는 Ca이 80,308ppm을 WH-T1에서는 Zn이 높은 함량으로 검출되었다. 이는 태극문양에서 나타나는 배채안료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관모의 금색에서는 S, Si, Ca이 높게 확인되고, Au와 As 역시 높게 검출되었다. 태극문양의 사괘에서 보이는 연한 황색에서도 S, Si, Ca이 검출되었으며 As는 평균 76,227ppm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징적으로 YE-T2에서는 Fe(187,886ppm)이 높게 검출되었는데, 이는 토성 안료인 황토에서 비롯된 성분이거나 소성안료에서 발색성 산화물이 발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태극문양의 주황색에서는 Pb, S, Zn이 가장 높게 검출되었으며, Si가 다른 색상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아 Pb을 재료로 한 안료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Table 4, Figure 9). 갈색은 Fe, Ca, S이 주성분으로 Fe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Hg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Fe을 기반으로 한 안료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적색부분에서는 Hg이 110,898ppm으로 높게 검출되며 S(345,819ppm), Ca(117,976ppm), Si(82,503ppm)도 높게 나타난다. 청색은 S, As, Cu 순으로 높은 함량을 보이며 Al과 Si는 각각 29,498ppm과 58,686ppm으로 다른 성분의 안료가 섞여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P-XRF 특성상 분석면적이 넓어 다른 안료가 간섭했을 가능성도 있다(Table 4, Figure 9).
태극문양의 녹색에서는 As, Cu, S이 검출되었고, Ti과 함께 Ba(평균 74,599ppm)이 나타나나, 청색에서 검출된 안료와 중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Pb은 GR-T2에서(141,714ppm) 높게 나타나 이는 백색안료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태극문양 바탕의 흑색에서는 S, Ca, Si 순으로 높게 나타나며 시왕도의 흑색(BK)과 비교할 때 S의 수치가 높은 수준이며 K이 낮게 검출되었다.
3.4. 채색층위 해석
대부분의 안료층은 시료수습에 무리가 있어 안료의 층위와 채색순서를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 또한 동양회화는 대부분 배접되어 있어 비파괴 분석으로 채색순서를 해석하기도 곤란하다. 그러나 P-XRF를 활용하면 원소의 스펙트럼과 피크의 강도를 비교하여 다층구조를 갖는 안료의 층위를 판단할 수 있다(Chun et al., 2009; Lee et al., 2012; Kim and Lee, 2019).
P-XRF를 활용하면 일정한 두께와 입자의 혼합비율을 가정할 때 Kα-선의 5:1 비율로 채색층위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특성상 안료층의 두께와 재료의 혼합비율이 일정하기 어려워 명확한 특성은 알 수 없다. 이는 정량적으로 채색층위를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로서 교차검증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안료에서는 금속원소의 함량에 따라서 일부 원소들의 Kα : Kβ 비율은 산화물과 황산염 및 탄산염 등의 기질효과로 인해 스펙트럼이 감쇠한다. 따라서 분석대상 안료층이 최상위에 있더라도 일부 안료와 α : β 비율이 1 : 1에 가까워진다. 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연백과 수은이 주성분인 진사 등은 Lα-선에서 검출되는 피크의 특성으로 구분이 가능하다(Trentelman et al., 2013). 이와 같은 분석방법을 적용하여 안료의 층위와 채색순서를 검토하였다(Figure 10, 11).
지장시왕도 하단의 박락된 부분에는 안료층이 노출되어 있어 비교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이들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측정한 스펙트럼은 Figure 10과 같다. 이 부분의 채색층위에 대한 P-XRF 스펙트럼은 층위에 따라 검출된 원소와 Kα-선 및 Lα-선의 스펙트럼 비율에서 상대적인 차이를 나타냈다.
Pb의 Lα-선과 Lβ-선에서 최상층위의 스펙트럼이 노출된 중간층보다 낮게 나타나 안료가 하단에 있을 때 나타나는 감쇠변화를 보이며, 특징적으로 최상위층의 안료에서 Zn이 검출되었다(Figure 10B). 또한 다량의 Pb과 함께 소량의 Hg이 검출되며, 최하층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Hg이 높게 검출되었다. 세 지점 모두 동일하게 검출되는 Fe은 바탕층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변성대왕 관모의 태극문양을 분석한 결과, 녹색 지점에서 Pb의 Lβ-선과 Lγ-선 및 Mα-선의 감쇠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녹색층 아래에 주황색층이 먼저 채색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Figure 11A, 11B).
감쇠변화 비율을 비교하기 위해 층위별로 구분하여 그래프에 도시한 결과(Figure 10B, 11B), 박락된 지점에서는 육안으로 추정했던 최상위층의 스펙트럼과 하위층의 스펙트럼 편차가 Pb의 Lα-선으로 확인된다. 박락된 층위에서는 Hg의 Lβ-선과 S의 Kα-선이 확인되어 최하위층에서는 HgS가 주성분인 진사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최상위층에서는 검출된 Zn으로 보아 방청도료 또는 합성유기안료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태극문양의 주황색에서 검출된 Pb의 Lα-선 및 Lβ-선이 녹색의 Lβ-선에서 약한 강도로 나타나, 이는 층위를 암시하며 주황색이 하부층위에 위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Cl과 S 및 As의 경우 각각 Pb의 Mα-선과 Lα-선에 유사하게 나타나 오류일 수도 있어 α와 β의 동일한 스펙트럼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Figure 12).
3.5. 미세조직 및 성분분석
지장시왕도에서 탈락한 백색 안료를 극미량 수습하여 상하층에 대한 정밀분석을 수행하였다(Figure 12A). 이 백색층에서는 Ca과 S의 함량이 각각 29.07wt.%와 1.99wt.%로 나타났다(Table 5). 그러나 내부에서는 Pb의 함량이 29.99wt.%로 높은 조성을 보였으나 Ca은 검출되지 않았다(Figure 12B, Table 5).
주황색 시료에서는 Pb이 23.35wt.%로 비교적 높게 검출되었으며, 등립의 미세입자가 거의 균질하게 구성되어 있다(Figure 12C, Table 5). 갈색 안료에서는 불균질한 아각형 입자들이 과립상으로 뭉쳐있는 형태로 나타나며, SEM-EDS 분석에서는 Fe이 39.10wt.% 높게 검출되었다(Figure 12D, Table 5).
청색 시료에서는 무기질의 다각형 입자가 균질하게 나타난다(Figure 13E). SEM-EDS 분석에서는 Na, Al 및 Si 등이 검출되었으며, 이들은 각각 5.47wt.%와 5.97wt.% 및 8.99wt.%의 함량을 갖는다. 특징적으로 Mg과 Pb은 1.42wt.%와 1.17wt.%로 검출되었다. 같은 청색 시료에서 다른 입자를 분석하였을 때 Na, Al, Si는 각각 6.11wt.%와 6.41wt.% 및 8.72wt.%로 나타났으나 Pb은 0.05wt.%로 Mg은 검출되지 않았다(Figure 12F, Table 5).
또한 청색 안료의 기질에서는 미립의 주상입자가 산출되며 Na과 Al 및 Si가 각각 5.48wt.%와 4.83wt.% 및 7.92wt.%로 검출되었다. 여기에는 S과 Mg은 4.79wt.%와 4.13wt.%로 포함되어 있다. 한편 Pb이 4.11wt.%으로 나타나 다른 입자와는 조금 다르다(Figure 12G, Table 5). 녹색 안료에 대한 EDS 분석 결과, Cu와 As가 각각 11.78wt.%와 11.05wt.%로 검출되었으며, Ti이 2.85wt.%로 나타났다(Figure 12H, Table 5).
3.6. 적외선 이미지 분석
지장시왕도에 대한 밑그림 또는 수정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적외선 이미지를 분석하였다. 적외선 카메라 촬영 지점은 태극기를 비롯한 주요 문양이 표현되어 있는 3지점으로, 밑그림의 존재와 손상 가능성이 높은 지점이다. 태극문양에서는 관모의 왼쪽에서 선을 가다듬거나 뚜렷하게 그리기 위해 직선으로 덧칠한 붓질 흔적이 관찰되었다(Figure 13A 13D-1). 또한 수식칠보의 왼쪽 부분도 길이를 수정한 덧칠 흔적이 보인다(Figure 13D-2).
한편 오른쪽 흰색 문양 위에서 적색 안료가 덧발라진 흔적이 관찰되며, Figure 13D-3에서도 안료가 덧칠된 것을 볼 수 있다. 태극문양에서는 먹선과 같은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밑그림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직각의 붓 흔적으로 보아 타원형보다는 단면으로 이루어진 붓을 사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Figure 13D-4).
명부 부분의 적외선 촬영 결과(Figure 13B, 13E), 좌측 바깥부분의 밑그림을 바탕색으로 덮은 흔적이 관찰된다(Figure 13E-1). 명부의 우측 속지에서 먹선이 확인되나 백색 안료로 두껍게 덮힌 상태이며(Figure 13E-2), 이러한 두꺼운 수정흔은 부분적인 박락을 야기할 수 있기도 하다(Figure 13E-3). 또한 적색 구름의 바탕에서도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수정흔이 나타난다(Figure 13E-4, 5, 6).
녹색 상의의 흉배에 대한 적외선 영상에서는 파란색 허리띠의 밑그림이 확인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며(Figure 13F-1), 오른쪽 소매부분은 먹선과 함께 바림기법을 이용하여 원근법을 표현하였다(Figure 13F-2). 또한 Figure 13F-3의 먹선과 Figure 13C의 옷자락 방향이 다른 것으로 보아 밑그림 위에 적색 안료를 덮은 것으로 추정된다. 피복된 표면오염물의 일정한 산출상태가 붓의 진행방향을 지시하기도 한다(Figure 13F-4).
4. 고 찰
4.1. 채색안료 검토
연구대상 지장시왕도의 채색에 사용한 안료에 대하여 색도분석, 화학조성 분석, 광학 및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를 종합하여 색상에 따른 안료의 종류를 고찰하였다. 이 결과,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안료를 혼합하였거나 덧칠한 것으로, 특히 S과 Si 및 Pb이 공통적으로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신암채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암채는 Co, Cr 및 Sb 등의 발색성을 지닌 금속산화물에 장석과 붕사와 같은 유리질 분말을 배합하여 750∼950°C에서 소성시켜 만든 덩어리를 천연 석채의 수비방식으로 입자크기에 따라 구분한 안료이다(Kawakita and Hayashi, 1997). 이는 인위적으로 합성되었으나 비중과 굴절률이 천연안료와 유사하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채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입자가 굵을수록 순색에 가까운 높은 채도를 보이며, 작을수록 백색도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Kim et al., 2017).
지장시왕도의 경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Pb, S, Si와 Al 등의 성분과 입도분포로 보아 신암채의 특성으로 보이며, 이는 유리질화되어 나타난 규소와 다른 성분이 더해진 것으로 신암채에서 주로 발견되는 금속성 산화물인 Fe이 검출된다. 그러나 SEM-EDS 분석에서는 천연안료의 화학조성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신암채와 전통안료를 혼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암채에서는 안료의 색상에 영향을 주는 착색 성분으로 황색은 Fe, 적색은 Cd, 청색은 Co, 녹색은 Co와 Cr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성분의 함량과 차이가 색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2018). P-XRF 분석의 한계로 미량원소는 검출이 어려워 일본에서 제조된 시판 신암채의 측정결과와 약간 다른 값을 보이나, 이를입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자료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지장시왕도는 화기의 시대적 정황에 따라 신암채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색상별로 성분을 검토하였다(Table 6).
안료의 P-XRF 분석에서는 문화유산의 특성과 재료의 복합성에 따라 여러 가지 영향이 나타난다. 이 중에서 Ca과 Si는 견직물과 지류 및 화벽의 영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Chun et al., 2009; Yang et al., 2021). 가장 기본적인 채색의 바탕인 백색은 채색뿐만 아니라 배채효과를 위해 견직물의 뒷면에 사용되기도 하며 용도에 따라 다른 성분의 안료가 혼용되기도 한다.
만들기 어렵고 고가인 석청의 대안으로 유기염료인 쪽과 등황을 사용하였으며 이렇게 혼합되어 만들어진 녹색은 견뢰도가 높아 회화유물에 잘 남아있기도 하다. 유기안료의 투과성을 제어하기 위해 배채에 사용한 안료는 비단의 특성상 은폐력을 높이고자 Ca 기반 무기안료와 쪽염료를 섞어 채도를 조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전통 채색기법의 하나로 의복의 녹색 단령을 표현하고자 뒷면을 연청색으로 조색하여 배채하고, 앞면에서 유기안료로 색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Lee andLee, 2016).
백색 안료의 내부에서 Ca과 Si의 함량이 높게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체질안료로서 호분 또는 백악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외부에서는 Pb의 함량이 매우 높아 연백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Pb과 함께 S과 Si의 함량이 높게 검출되나 Ca이 동시에 검출되어 두 가지의 안료가 용도에 따라 혼용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금색은 얇은 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원소인 Au이 높게 나타나 금박으로 보인다. As가 높게 검출된 것으로 보아 발색도를 높이기 위해 채색 이전에 미리 황색을 채색한 뒤 금박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황색안료는 백색안료와 조색된 것으로 보이며 두 가지 이상의 안료가 혼합된 것으로 판단된다.
황색의 경우 Pb과 Ca 및 S이 높은 함량을 보인 반면 As는 낮게 검출되었다. 따라서 석황 보다 유기안료인 등황을 백색안료와 함께 사용하였거나, 미량의 Fe이 검출된 것으로 볼 때 황토일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금속성 산화물 또는 신암채의 발색원소로도 볼 수 있다.
주황색 안료는 Pb, S, Zn이 높게 검출되었고 Cl가 높은 수치로 나타났으나 Pb의 Mα-선과 Cl의 Lα-선에서 스펙트럼이 겹쳐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 채색기법에 따라 백색을 먼저 칠하고 주황색을 바림하여 채색한 부분에서는 Ca이 검출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입자가 일정한 크기와 형태를 띠며 높은 수치의 Pb으로 보아 연단으로 추정된다. 갈색 안료는 명도가 주황색보다 낮게 나타나지만 성분은 유사하였다. Pb과 S 및 Zn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연단을 이용하여 채색한 뒤 유기안료인 먹으로 명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적색 안료는 상대적으로 명도가 낮아 어두운 적색부와 황색이 혼색된 채색부 및 적색만 보이는 채색부로 구분된다. 이들은 각기 채도에 따라 다른 조성을 나타냈으며, 다양한 종류의 안료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Fe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석간주가 사용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으며, Hg이 높은 수치를 보이는 부분은 진사가 채색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Pb 또한 동시에 높게 측정되어 연단을 하부에 채색하였거나 연백과 진사 등을 혼합한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청색 안료에서는 Al과 S이 주로 검출되어 군청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일정한 크기의 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으며, SEM-EDS 분석에서 Na, Al, Si가 검출되었다. 한편 Pb과 S이 높게 검출되어 연백의 혼색 또는 신암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녹색 안료는 As와 Cu 및 Ti의 함량이 높게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수입 양록으로 추정된다. 양록은 영정모사도감의궤(1901)의 안료 목록에서도 나타나며 의궤의 기록과 어진에서도 수입되었다는 기록이 확인되어 시대적으로 일치한다(Jeong, 2020).
흑색 안료로는 주로 탄소화합물인 먹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연구대상 지장시왕도의 흑색에서는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분상박락이 진행되는 특성을 가진 송연먹과 광택도가 높은 유연먹으로 구분하였으며(Kim and Um, 2008), 송연먹으로 추정되는 부분에서는 K이 19∼20wt.%를 보이는 반면, 유연먹으로 보이는 부분은 1∼4wt.%로 낮게 측정되었다. 또한 유연먹에서는 아교로 추정되는 S의 성분이 높게 나타났다.
유연먹은 아교의 양이 많고 입자가 작아 유광을 띠며 번짐이 좋아 주로 선을 긋거나 농담을 조절할 때 쓰인다. 그러나 송연먹은 유연먹에 비해 입자의 크기가 커 번짐이 덜하며 은폐력이 우수하여 무광의 흑색을 표현하기 위해 오사모나 익선관 등을 채색할 때 사용된다(Jeong, 2020). 지장시왕도의 흑색에서는 칼슘이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니람(C6H10N2O⋅CaCO3)을 비롯한 Ca 기반 안료를 사용하고(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20), 그 위에 먹을 이중채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4.2. 조색 및 채색기법
지장시왕도의 채색에서는 크게 조색과 중첩채색인 중채, 바림, 배채 및 전채 등이 나타난다. 한정된 색채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다채로운 화풍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지장시왕도에서는 깊은 명암과 두껍지 않은 수묵화의 채색특성이 보인다. 또한 명암의 효과를 극적으로 주기 위해 바림과 배채를 활용하였다. 이 지장시왕도의 중심 색상은 적색과 녹색 및 청색이며 주로 광물성 안료인 진사와 양록 및 군청이 사용되었고, 추가적으로 대자, 등황, 먹, 니람 등을 함께 사용하면서 단순할 수 있는 색상의 폭을 풍부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적색은 진사뿐만 아니라 연단과 석간주 같은 유사한 색상들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었다. 지장시왕도에서는 적색의 아래층에 채색된 주황색 안료가 노출되었으며, 이는 채색층을 겹쳐 칠하는 중채로 보인다(Figure 14A, 14B). 안료의 발색도와 견뢰도를 위해 중채기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황색(Figure 14C)과 같이 색상의 명도와 표현을 위해 다른 색상과 중채를 한다. 반면 녹색과 청색은 단일 색상으로 발색도를 조절하기 위해 유기안료 또는 먹으로 바림하여 다양한 색상을 구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면을 칠하는 기법은 비단의 투명한 특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통 초상화의 주요 제작기법으로 볼 수 있다. 배채효과는 보존성과 예술성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접힌 상태로 보관되는 지류문화유산의 특성상 전면의 두꺼운 안료는 박락되기 쉬워 주로 배면에 채색을 한다(Figure 14D, 14E).
이러한 안료는 배접에 의해 보호되는 보존성을 갖고 있으며, 예술적인 효과는 뒤에서 칠한 안료가 앞에서 비치는 효과 때문에 채색층이 두껍지 않아도 깊은 색감을 얻을 수 있고 비단 앞면의 얇은 안료층으로 맑으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구현할 수 있다(Jeong, 2020). 이는 비단의 투명한 특징을 이용해 우수한 보존성과 예술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제작기법이다.
한편 전면에 채색한 안료와 배채에 사용한 안료가 서로 다르기도 하며, 예외는 있으나 전면과 배면에 사용한 안료는 공통적인 기준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대체로 배면은 광물성 무기안료 또는 연백과 다른 안료를 혼합하여 사용했는데, 배면을 불투명하게 채색하는 목적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안료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분은 화원들의 작품제작에 있어 일정한 채색 기준과 준법이 있었고 전통적으로 계승되었음을 알 수 있다(Jeong, 2020). 연구대상 지장시왕도의 경우 전면은 연백으로 채색한 것으로 추정되며, 백악과 혼합한 부분이 적으나 배면에서 Ca이 높게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백악으로 배채한 것으로 보인다(Figure 14E).
채색기법 중 선염은 바림이라고도 하며 대상의 입체적인 부분에서 음영표현 등에 사용하는 기법이다. 바림한 부분은 바탕칠 위에 흐린 농도의 유기안료 또는 무기안료를 덧발라 물을 이용하여 농담의 차이를 표현한 것이다(Figure 14F).
인물의 눈 위와 아래를 연하게 바림하는 표현은 17∼18세기에 조성된 일부 괘불탱에서 확인되며(Jeong, 2020), 이는 생동감과 입체감을 더하는 효과를 가진다. 단일 색상인 녹색과 청색안료는 명암차로 다채로운 효과를 내기 위한 바림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Figure 14G). 또한 지장시왕도에서는 얼굴과 의복에서 의습선 주위를 선염하여 옷의 음영을 표현하였다(Figure 14H).
한편 유사한 형태와 특징을 가진 서울 진관사 태극기(1919)의 경우 먼저 칠해진 일장기 위에 태극과 사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Han, 2010). 이들을 기준으로 연구대상 지장시왕도 태극문양의 채색 순서를 검토하면 양자는 모두 비슷한 채색기법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녹색의 스펙트럼에서 Pb의 Kα-선과 Kβ-선이 모두 검출되는 것으로 볼 때 하단층에 다른 색상이 채색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근거로 태극문양의 채색 순서를 추정하면 주황색 안료로 원의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녹색 안료를 덧칠하여 태극기를 완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Figure 15).
5. 결 언
1. 남원 선원사 명부전 지장시왕도는 화기가 명확하여 시대적 정황을 알 수 있는 문화유산이며 변성대왕의 관모에서 태극문양이 발견되어 항일운동의 증거와 더불어 근대 안료와 채색기법에 대한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불화이다.
2. 채색안료에 대한 색상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선명한 지점을 대상으로 색도 분석을 실시하였다. 흑색은 명도, 적색도 및 황색도 모두 유사하였으며, 백색은 적색도와 황색도에 비해 명도의 범위가 넓게 나타났다. 황색은 자황 채색부와 금칠 채색부에서 명도와 황색도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적색은 진사가 채색된 지점에서만 적색도가 높게 측정되었다.
3. 화학조성 분석을 통해 채색안료의 종류를 구분하고 비슷한 성분으로 동정되는 안료는 미량원소를 검출하여 동질성을 분류하였다. 채색안료 분석 결과, 흑색 안료에서는 송연먹으로 보이는 부분에서 K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광택이 있으며 유연먹으로 추정되는 부분에서는 S이 높고 K이 낮게 검출되는 특성을 보였다.
4. 공통적으로 검출된 Pb과 S 및 Si는 견직물과 종이 및 화벽 또는 배채의 영향을 받기도 하나 금색과 녹색 및 흑색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머지 안료에서는 공통적으로 수치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여 특수 안료인 신암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시대적 정황과 공통적인 성분(Pb, S, Si)의 검출 및 입도분포에 따른 해석이며 기타 재료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도 있어 정량분석의 필요성은 있다.
5. 지장시왕도 채색층의 다층구조에 대한 원소 스펙트럼을 비교하면, 층위에 따라 감도 변화를 볼 수 있어 이를 활용하여 태극문양의 채색순서를 추정하였다. 또한 극미량의 박락된 안료를 수습하여 미세조직과 채색층의 단면 구조 및 조성을 분석하였다. 이 결과, 백색은 Pb과 Ca, 주황색은 Pb, 청색은 Al과 Na 및 Si, 녹색은 Cu와 As가 함께 검출되었다.
6. 중요 채색부위의 적외선 영상분석에서는 다양한 수정흔이 발견되었으며 수정흔 주변으로 박락이 예상되는 지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덧칠의 형태를 관찰하여 제작에 사용된 붓의 종류를 판단하고 바림기법과 중채 등의 채색기법을 유추하였다.
7. 지장시왕도의 채색에 사용한 안료는 백색, 금색, 황색, 주황색, 갈색, 적색, 청색, 녹색 및 흑색 등 9가지이다. 백색은 연백과 백악, 금색은 금박, 황색은 황토와 등황 및 밀타승, 주황은 연단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갈색은 석간주를 사용하거나 연단에 먹으로 농도를 맞춘 것으로 추정된다. 적색은 진사와 연단을 각각 사용하거나 중색한 것으로 보이고, 청색은 군청, 녹색은 양록, 흑색은 유연먹과 송연먹을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8. 지장시왕도의 채색에는 전채와 배채 및 선염과 중색 등 다양한 기법이 적용되었으며 전면과 배면에 사용한 안료에도 차이가 확인된다. 또한 사용한 안료와 채색기법을 보아 궁중에서 이루어지던 채색기술을 따랐으며, 수묵화 형식으로 그려내 당시 상황에서 항일운동의 증거와 함께 문화유산적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를 위해 귀중한 조언과 자료 및 편의를 제공해주신 대한불교 조계종 남원 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께 깊 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