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생산유적 출토 도질토기(함안양식토기)의 제작 특성 연구: 함안 우거리 토기요지 Ⅴ 출토품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Production Characteristics of Ceramic-quality Pottery from Aragaya (Haman-style Pottery): Focused on Excavated Artifacts from Ugeo-ri Kiln Site V in H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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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는 아라가야 생산유적 출토 도질토기의 기초 자료 확보 및 제작 특성 검토를 목적으로 함안 우거리 토기요지 Ⅴ 가마 내 출토 토기 57점 및 가마 축조 시설 22점을 선정하여 기종별 비교 및 제작 원료의 동질성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토기가 얇은 기벽과 정선된 태토로 제작되었으며, 1,300℃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의 소성으로 인한 매끈하고 치밀한 단면 조직, 속심의 색도 변화 등이 확인되었다. 또한 기종별로 나타나는 화학조성의 차이를 통하여 도공이 의도하는 소성도에 따라 다른 원료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실제 소성도와 일치하지 않는 시료의 경우 가마 출토 토기의 특성 상 실패품이거나 여러 차례 재소성에 의한 결과로 판단된다. 가마 축조 시설의 분석 결과 연소부의 최하층에 해당하는 풍화암반층에서는 운모류, 녹니석 등이 검출되어 고온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소성부 시설토는 Cristobalite, Mullite 등의 고온 생성 광물이 검출되어 고온 소성 특성이 확인되었다. 가마 축조 시설에 비하여 토기 원료 토양의 중성산화물 함량이 높기 때문에 보다 가소성이 높은 토양을 이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토기에 비하여 가마 축조 시설이 더 다양한 조성 범위를 보이므로 가마를 보수할 때마다 다양한 조성의 토양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Trans Abstract
In this study, for the purpose of securing basic data and examining the production characteristics of pottery produced in Aragaya, 57 pieces of pottery excavated from the kiln of Haman Ugeo-ri Ⅴ and 22 pieces of kiln construction facilities were selected and compared by type and the homogeneity of the production raw materials was reviewed. As a result, most of the earthenware was made with thin walls and carefully selected clay, and smooth and dense cross-sectional structure and color change of the core were confirmed due to firing in a high-temperature environment of 1,300℃ or more. Additionally, considering the differences in chemical composition for each type, it is presumed that different raw material preparation processes were used depending on the firing degree intended by the potter. In the case of some samples that do not match the actual firing degree, it is judged to be a failure product or the result of multiple re-firing. As a result of analysis of the kiln construction section facility, mica and chlorite were detected in the weathered rock layer corresponding to the lowest layer of the combustion zone, so it appears that high temperatures were not reached in this section. On the other hand, high-temperature generated minerals such as Cristobalite and Mullite were detected in the soil of the fired section, indicating that it was fired at high temperature. Compared to the kiln-built facility, a higher viscosity composition of earthenware clay is confirmed. Therefore, it is presumed that earthenware was made using soil with higher plasticity than kiln-building facilities. In addition, since the clay content of the kiln construction facilities showed a more diverse composition range than that of earthenware, it is assumed that clay of various compositions was used when repairing the kiln.
1. 서 론
경상남도 함안군에서는 가야리 왕성을 비롯하여 말이산 고분군, 남문외 고분군 등 삼국시대 아라가야 권역임을 알 수 있는 여러 고고학적 유적이 확인된다. 이외에도 함안군 법수면에 자리한 토기요지는 삼국시대 도질토기의 주요 생산지로 손꼽힌다. 도질토기는 3세기 후반부터 6세기 중반까지 제작되기 시작된 고온 소성 토기이며, 와질토기의 발전된 토기로 이해된다. 함안지역에서 대규모로 생산된 토기 중 단경호, 노형기대, 고배와 같은 토기 등을 ‘함안양식토기’로 일컫는데, 이 토기는 함안 윤외리ㆍ황사리, 의령 예둔리 고분군 등 함안 인근지역 뿐만 아니라 대구 비산동, 칠곡 심천동, 김해 퇴래리, 부산 복천동 등 영남 각지의 소비지에서 출토된다(Gimhae National Museum, 2007).
가야토기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함안양식토기의 출토양상을 두고 여러 가지 견해를 갖는다. 첫째로 함안양식토기는 대부분 함안에서 제작되어 영남 각지로 유통된 것이며, 토기 유통권의 변천이 아라가야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유통설(Jung, 2009)이다. 또 다른 견해로는 함안 지역의 영향을 받은 다른 지역들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였다는 자체제작, 또는 모방설이 있다(Kim, 1995). 함안양식토기에 대한 양식 분류, 제작기술 검토 등의 고고학적 연구는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발히 이루어져왔으나 토기 생산지소비지의 관계, 유통권 설정을 위한 과학적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특히 함안양식토기의 분포범위는 아라가야의 권역을 설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토기의 양식적인 검토만을 적용한 연구보다는 과학적 분석을 동반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는 가야토기의 생산과 유통체계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를 위하여 함안 법수면 일대 토기요지의 정밀지표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고환경 및 고지형 복원 연구를 추진하였다. 정밀지표조사 결과 4∼5세기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요지가 총 18개소 확인되었다. 고환경 연구에서는 토기요지의 조성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3세기 이후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인위적 영향으로 인하여 급격한 화분 조성 변화를 확인하였다. 예를 들어 농경 활동에 의하여 대형 벼과 화분이 급증하거나, 토기 생산을 위한 벌채 행위에 의하여 낙엽 참나무속의 급감 양상이 나타났다. 고지형 연구에서는 토기요지가 밀집한 지역의 해발고도 10 m 이하에서 수시로 침수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하천의 범람에서 기인하는 저지대의 침수를 이용하여 남강과 연결되는 수운망을 통해 토기의 교역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Gaya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20). 따라서 법수면 일대의 토기요지는 토기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점토, 땔감, 물 등을 수급하는데 있어 용이하며, 넓은 지역으로 유통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토기의 생산과 유통에 있어 지리적 이점을 갖춘 함안 법수면 일대에는 2019∼2020년의 정밀지표조사를 기준으로 총 18개소의 토기 생산 유적이 확인되며, 우거리 일대에 7개소(Ⅰ∼Ⅶ), 윤내리ㆍ윤외리 일대에 각각 3개소(Ⅰ∼Ⅲ), 묘사리 일대에 2개소(Ⅰ∼Ⅱ), 주물리ㆍ서촌리ㆍ유현리 일대에 1개소씩 확인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함안양식토기의 기초 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우거리 토기요지 Ⅴ 출토 토기와 가마 축조 시설의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다양한 지역으로 유통된 아라가야 토기의 제작 특성을 과학적 측면에서 해석해보고자 한다.
2. 유적 현황 및 연구 방법
2.1. 유적 현황 및 연구 대상
토기 생산 유적이 자리한 경상남도 함안군 법수면 일대는 낮은 구릉이 자리하고 있고 질날늪, 대평늪 등의 습지가 분포하며, 북쪽으로는 남강과 낙동강이 흐르는 지형이다(Figure 1A). 지질 분포를 살펴보면, 구릉 지대는 경상계 하양층군 함안층에 속하는 셰일 및 사암이 분포하고, 남강으로부터 뻗어나온 범람원과 곡저평야에는 대부분 제4기 충적층이 차지하고 있다(Choi and Kim, 1963; Choi and Yeo, 1972)(Figure 1B).
함안 우거리 토기요지 V는 2018∼2019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발굴조사되었으며, 조사결과 각각 1기의 토기 가마, 대형 폐기장 및 회구부 시설로 추정되는 수혈유구가 확인되었다(Figure 1C, 1D). 출토 유물은 승(석)문단경호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며 옹, 완, 컵형 토기, 고배, 시루, 기대 등 다양한 기종을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가마 소성부에서 출토된 토기 57점을 선정하였으며 기종은 단경호(38점), 옹(4점), 완(5점), 컵형토기(3점), 고배(3점), 시루(2점), 기대(1점), 소호(1점)이다(Figure 1E). 출토품 대부분이 단경호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종의 다양성을 확보하지는 못하였지만 가마 내 출토된 다양한 기종의 특성을 고찰해보고자 하였다. 또한 단경호 동체부 외면에 붙은 부착물(3점), 가마 벽체 시설(5건 11점), 연소부 바닥 시설의 최하층인 풍화암반층(4건 5점), 소성부 바닥 시설토(3점)를 선정하였으며, 소성도 및 화학조성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여 토기 분석 결과와 비교 검토하였다.
2.2. 연구 방법
토기 기벽의 두께는 버니어켈리퍼스를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내ㆍ외면 및 속심의 색상을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하기 위하여 분광측색계(CM-700d, Konica Minolta)를 사용하여 색도를 측정하였다. 토기의 흡수율 및 부피비중 측정에는 분석정밀저울을 이용하여 물 속 포수무게(W2), 공기 중 포수무게(W3), 공기 중 건조무게(W1)를 측정한 후 공식(흡수율; (W3-W1)/W1 × 100, 부피비중; W1/(W3-W2))에 대입하여 계산하였다.
토기의 미세구조 관찰에는 실체현미경(S9i, Leica), 편광현미경(DM2700P, Leica), 주사전자현미경(JSM-IT300, JEOL)을 이용하였다. 실체현미경 관찰에 사용된 시료는 세척 및 건조 이후 에폭시 수지로 마운팅하여 연마하였고, 편광현미경 관찰에는 동일한 시료를 박편으로 제작하였다. 주사전자현미경 관찰에는 가공하지 않은 시료의 파단면을 백금(Pt)으로 코팅하여 전도성을 높였으며, 분석 조건은 가속전압 20 kV, probe current 60이다.
토기 및 가마 축조 시설의 소성도를 간접적으로 추정하기 위하여 X-선회절분석기(EMPYREAN, PANalytical)를 이용하였으며, Cu target, 40 kV, 40 mA, 측정 범위 5∼60°로 분석하였다.
토기 및 가마 축조 시설의 화학조성은 파장분산형 X-선형광분석기(Zetium, PANalytical)와 유도결합플라즈마원자방출분광기(5800, Agilent), 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iCAP TQ, Thermo Fisher Scientific)를 사용하였으며, 표준시료 분석으로 데이터를 검증하였다. 주성분 원소는 토기 태토의 배합 비율을 검토하기 위하여 RO2(산성산화물), R2O3(중성산화물), R2O + RO(염기성산화물)로 구분하여 몰(mole)함량을 계산하고 R2O3로 나누어 상대적인 함량을 비교하였으며, 희토류원소는 REE 패턴에서 경희토류원소의 기울기(La/Sm)n와 Eu의 이상정도를 나타내는 지표(Eu/Eu*)를 계산하여 도식화하였다.
3. 연구결과
3.1. 물리적 특성
토기 기벽의 두께는 3.5∼9.2 mm의 범위이며 10 mm가 되지 않는 얇은 특성을 보인다(Table 1, Figure 2A). 기종별로 특성이 구분되지는 않으며, 가장 많은 수량인 단경호의 경우 구연부를 시료로 선정한 일부 토기에서 7 mm 이상의 비교적 두꺼운 두께를 갖지만 그 외의 시료는 대부분 7 mm 이하의 얇은 기벽이다. 이러한 특성은 함안양식 토기의 전형적인 특성 중 하나이며, 이처럼 얇은 기벽과 가벼운 무게 등이 장거리 유통에 있어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Cho, 2020).
토기 태토의 흡수율 및 부피비중은 0.17∼22.4%, 1.7∼2.5의 범위로 시편 간 편차가 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토기는 5% 이내의 낮은 흡수율 범위에 속한다(Figure 2B). 흡수율 및 부피비중은 토기의 소성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성도가 높아질수록 흡수율은 낮아지고 부피비중은 높아진다. 기종별로 살펴보면 단경호는 가장 많은 수량인 만큼 전체 범위에 분포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반하여 완, 고배 시료는 상대적으로 낮은 흡수율 범위, 옹 시료는 높은 흡수율 범위로 나뉜다.
색도 측정 결과 다양한 명도 및 채도 범위를 보이며, 내ㆍ외면에 비하여 속심의 명도값이 다소 낮고, 채도의 경우 더 분산된 분포 형태를 보인다(Figure 2C). 단경호는 대체로 분산되어 다양한 값을 보이는 반면 완, 고배 등 시료는 낮고 옹 시료는 높은 채도값 범위이다. 이는 흡수율 및 부피비중 측정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서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3.2. 미세구조 관찰
토기 단면의 실체현미경 관찰 결과 바탕기질의 색상은 회색, 적색, 황색 계열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유상조직을 보이거나 외면, 속심, 내면의 색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등 한 토기에서 여러 색상의 태토가 관찰된다(Figure 3A, 3B). 태토는 대체로 비짐을 거의 포함하지 않아 500 µm 내외의 광물 입자가 드물게 나타나며, 원형∼타원형의 적색, 황색의 입자가 관찰되기도 한다(Figure 3A, 3B). 연질 단경호에 해당하는 HU-K30과 옹 시료 HU-K40, 41, 42는 다른 토기 태토와 다르게 1 mm 내⋅외의 아각형 광물입자를 포함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Figure 3C). 하지만 그 외의 연질토기는 포함 광물 양상이 도질토기들과 유사하다(Figure 3D).
박편 시료의 편광현미경 관찰 결과, 은미정질의 광물을 포함한 정선된 태토이며 기공이 거의 없고 유리질화되었다(Figure 3E, 3F). 실체현미경에서 관찰된 적색, 황색 입자는 대체로 철산화물이나 점토집적물로 확인되고, 철산화물의 경우 입자가 갈라지거나 가운데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Figure 3E). 일부 연질 토기에서는 유리질화되지 않은 바탕기질이 관찰되며(Figure 3G), 세립질 광물입자를 포함하는 시료들은 아각형의 석영, 장석, 운모 등의 광물이 확인된다(Figure 3H).
토기 태토는 소성 과정에 따라 느슨한 조직이 점차 치밀해지고 유리질화 되면서 매끈한 파단면을 갖는다. 또한 조직의 치밀화가 진행됨에 따라 기공이 한 곳으로 모여 부정형의 기공이 생기며, 이후 점차 타원형∼원형의 기공이 형성된다. 함안 우거리 토기요지 Ⅴ 가마 내 출토 토기는 대체적으로 기질 사이의 공간이 메워진 치밀하고 매끄러운 단면 조직을 갖기 때문에 소성도가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Figure 3I∼K). 반면 연질 단경호, 옹, 시루 기종에 해당하는 일부 시료들은 유리질화가 진행되지 않아 느슨한 조직과 함께 층상광물의 벽개면이 관찰되어 상대적으로 소성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Figure 3L).
3.3. 광물학적 분석
토기 태토에 대한 X-선회절분석에서 공통적으로 검출되는 석영(Quartz)외의 광물구성을 기준으로 6가지 유형으로 세분하였다. Ⅰ유형은 높은 Cristobalite와 Mullite 검출 강도를 가지며, Ⅱ유형도 유사하지만 Cristobalite가 다소 낮은 특징이다. Ⅲ유형은 Cristobalite, Mullite 검출강도가 중간 또는 낮은 검출강도이다. Ⅳ유형은 Cristobalite가 검출되지는 않지만 적당한 Mullite가 검출된다. Ⅰ∼Ⅳ유형은 Cristobalite, Mullite의 고온 생성 광물이 검출되나 검출 강도에 차이가 있어 구분하였으며, 전체 57점 중 41점을 차지한다. Ⅴ유형은 고온 생성 광물이 검출되지 않으며 1,100∼1,200℃에서 소멸하는 장석류 광물(Feldspar)이 소멸되지 않아 앞선 유형에 비하여 다소 낮은 소성도를 보이고 12점이다. 마지막으로 Ⅵ유형은 장석류 광물과 더불어 900℃ 이상에서 소멸하는 운모류 광물(Mica)까지 검출되어 가장 낮은 소성도이며 4점이 해당되어 비중이 적다(Figure 4A, 4B).
대부분의 기종은 다양한 소성도이지만 대체로 소성도가 높은 유형이다. 특히 완, 고배 시료는 Ⅰ∼Ⅳ의 높은 소성도 유형인데 반하여 옹은 4점의 시료 모두 Ⅴ유형의 낮은 소성도이다. 이는 앞선 흡수율 및 부피비중, 색도 측정에서 확인한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Figure 4C).
토기 표면에 붙은 부착물 및 가마 축조 시설에 대한 X-선회절분석을 실시하였다(Figure 4D). 가마 벽체 시설은 외벽에서 내벽(가마의 안쪽 벽, 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부분)으로 갈수록 점차 장석류 광물이 소멸되거나 고온 생성 광물의 검출 강도가 높아지는 등 일반적인 고온에서의 광물 변화 반응을 정확히 반영한다. 가마 바닥 시설의 경우 소성부의 시설토는 Cristobalite 피크가 약하게 검출되어 고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연소부의 최하층에 해당하는 풍화암반층은 고온 생성 광물이 검출되지 않고 운모류 광물, 녹니석(Chlorite) 등 고온에서 소멸하는 광물이 검출되기 때문에 풍화암반층까지는 고온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3.4. 화학조성
주성분원소에서 태토의 배합비율을 비교할 수 있는 제게르식을 도시한 결과 토기의 화학조성은 대체로 단경호의 넓은 조성 범위인 RO2 3.7∼6.9, R2O + RO 0.16∼0.36 범위에 분포하는 특성을 보인다(Table 2, Figure 5A). 미량 및 희토류원소 분석결과에서도 단경호 조성 범위내에 모든 토기 시료가 분포한다(Tables 3, 4, Figure 5B, 5C).
토기 표면 부착물과 가마 축조 시설의 화학조성을 토기와 비교한 결과 토기에 비하여 RO2, R2O + RO의 함량이 4.8∼8.3, 0.42∼0.70으로 높아 차이가 있다(Figure 6A). 미량 및 희토류원소 조성 분석 결과 벽체 및 바닥 시설 모두 토기에 비하여 다양한 조성을 보이며, 토기와 유사한 조성인 경우도 있으나 전혀 다른 조성이 확인되기도 한다(Figure 6B, 6C).
4. 고 찰
4.1. 재료적 특성
토기의 태토는 두 가지 이상의 색상으로 유상구조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유상구조는 서로 다른 토양을 혼합하였으나 완전히 섞이지 않아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한다(Quinn, 2013). 또한 주사전자현미경 관찰에서 유상구조를 보이는 토기 중 일부는 태토 색상에 따라 유리질화된 정도가 다른 것이 확인된다(Figure 7). 이는 태토의 조성에 따라 자화온도(유리질화 되는 온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im et al.(2010)의 연구에 의하면 토기 태토의 산성산화물 비율에 따라 유리질화가 진행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함안 우거리 토기요지 Ⅴ 토기는 서로 다른 조성의 자화온도 차이가 있는 토양을 혼합하여 제작되었으나 완전히 섞이지 못하여 가로 방향으로 층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세구조 관찰 결과 대부분의 토기 태토에서는 세립질 입자가 거의 관찰되지 않아 비현정질 입자로 이루어진 정선된 토양이 토기 제작의 원료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부 연질 단경호 및 옹 시료(HU-K30, 40, 41, 42)에서는 1 mm 내외의 아각형 광물입자가 관찰되어 차이가 있다.
토기의 화학조성 분석 결과 수량이 가장 많은 단경호의 넓은 범위 내에 여러 기종의 조성이 분포하는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기종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컵형토기, 고배, 기대의 조성과 옹, 완의 조성이 다소 차이가 있어 구분되는 것으로 보인다. 컵형토기, 고배, 기대 등의 기종은 일반적으로 도질소성을, 옹, 완 등은 연질소성을 의도하여 제작한다는 견해가 있다(Gimhae National Museum, 2007). 특히 연질 토기의 경우 비짐을 많이 첨가하여 제작하기 때문에(Cho, 2021), 화학조성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단경호 중 세립의 비짐을 첨가하여 제작된 연질토기인 HU-K30 시료는 연질 소성을 의도하는 기종인 옹, 완의 조성범위와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 따라서 우거리 토기요지 Ⅴ에서는 도질소성품과 연질소성품의 조성차이를 의도하여 태토 배합을 다르게 적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연질토기 모두가 세립의 비짐이 관찰되지는 않으며, 도질소성품/연질소성품 기종 구분과 실제 토기의 소성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연질소성을 의도하는 완 기종은 앞선 흡수율, 색도 측정 및 X-선회절분석결과 높은 소성도 특성을 보였다. 또한 도질소성을 의도하는 컵형토기인 HU-K50은 Ⅴ유형의 낮은 소성도를 보이며, 연질소성을 의도하는 시루 HU-K54는 Ⅲ유형의 높은 소성도이다. 이는 가마 출토품의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도공이 의도한 바대로 소성이 되지 않았거나(실패품), 가마 내에 적재하여 수 차례 재소성 과정을 거치면서 본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단경호 외의 기종은 모두 1∼5점을 선정하여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소량의 시료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무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폐기장에서 출토된 다양한 기종의 토기를 추가로 선정하여 분석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4.2. 소성 특성
함안 우거리 토기요지 Ⅴ 가마 내 출토 토기 57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가장 눈에 띠는 특성은 바로 높은 소성도이다. 높은 소성도에 해당되는 Ⅰ∼Ⅳ유형은 전체 57점 중 41점이며, 그 중에서도 Cristobalite가 검출되는 Ⅰ∼Ⅲ유형은 30점이다. Cristobalite가 생성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Cristobalite와 화학식이 같은 순수 석영이 1,470℃ 이상의 온도에서 전이되어 생성된다. 두 번째는 점토광물인 Kaolinite에서 Mullite로의 상전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경우가 있다. Kaolinite는 550℃ 이상에서 탈수반응과 함께 비정질의 메타카올리나이트로 유지되다가 920∼940℃에서 상분해가 일어나면서 Mullite(2:1 Mullite로 추정)와 Spinel, 그리고 비정질의 SiO2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1,200℃ 이상이 되면 Spinel은 완전 분해되고 2:1 Mullite에서 Si의 유입으로 인해 안정상인 3:2 Mullite로 변화되며 Cristobalite가 생성된다(Lee et al., 1998). 이와 같은 반응을 통해 1,200℃ 이상의 소성으로 토기 태토에 Cristobalite가 생성될 수 있다. Ⅰ∼Ⅳ유형은 모두 장석류 광물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 1,200℃ 이상의 온도에서 소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장 소성도가 높은 Ⅰ,Ⅱ유형은 고온 생성 광물의 검출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1,300℃ 이상의 고화도 소성에 의하여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유형에 속한 토기들은 미세조직 관찰에서 치밀하고 매끈한 단면 조직을 보였으며, 일부는 타원형∼원형의 기공이 형성되었다. 이와 같은 고화도 소성의 특성에 대해 가마 출토품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가마 내 재소성에 의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나, 앞서 진행된 창녕, 청도 고분군, 창원 현동 유적 출토 도질토기에 대한 소성온도 추정 연구에서도 Cristobalite가 검출되는 등 고화도 토기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Woo et al., 2014; Woo et al., 2016; Park and Han, 2023). 따라서 우거리 토기요지 Ⅴ 출토 토기 태토에서 Cristobalite가 검출되는 것과 같은 고화도 소성의 특징은 함안양식토기만의 특성이 아닌 영남지방 도질토기의 전반적인 특성인 것으로 판단된다.
X-선회절분석 결과에서 분류한 6가지 유형에 대하여 색도 분포 그래프를 도시하였다(Figure 8). 전반적으로 소성도가 낮은 토기(Ⅴ∼Ⅵ유형)에 비하여 소성도가 높아질수록(Ⅰ∼Ⅳ유형) 명도와 채도가 모두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특히 토기의 속심 채도를 살펴보면 소성도가 높은 토기(Ⅰ∼Ⅳ유형)를 적색도(+a*)와 황색도(+b*)의 비율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황색도와 낮은 적색도 범위를 갖는 그룹은 대체로 중간 소성도의 Ⅲ, Ⅳ유형에 해당되며, 반대로 낮은 황색도와 높은 적색도 범위에는 가장 높은 소성도인 Ⅰ, Ⅱ유형이 분포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소성도가 높아질수록 황색도가 낮아지고 적색도가 높아지며, 동시에 청색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함안 양식 토기의 단면 속심에서 자색, 적갈색 또는 회청색의 색상을 띠는 것은 고화도 소성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3. 가마 축조 시설과의 특성 비교
화학조성 분석결과에서 가마 축조 시설에 사용된 태토는 토기를 제작하는데 사용한 것과 다른 조성을 보였다. 이는 토기 제작에는 가마를 축조하는데 사용한 것과 달리 토기 형태를 성형하는데 있어 유리한 R2O3 함량이 높은 토양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R2O3는 태토 배합에서 주로 토양의 점도를 높게 하여 성형성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Park et al., 2017). 따라서 우거리 토기요지 Ⅴ에서는 가마 축조 시설에 비하여 토기 태토의 R2O3 함량을 높게 하여 토기의 형태를 쉽게 성형하고자 배합 비율을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 X-선회절분석결과 가마 축조 시설은 높은 Cristobalite의 검출 강도에도 불구하고 Mullite가 검출되지 않거나 약한 피크로 확인되었는데, 이 것 역시 낮은 R2O3 함량과 관련이 있다. Mullite를 생성시킬 점토광물의 함량이 낮기 때문에 소성온도가 높아져도 Mullite 생성이 더디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점은 토기의 외면에 붙은 부착물과 가마 소성부 바닥 시설 주성분원소의 함량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토기를 소성할 때에 가마에 재임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토기의 윗면을 가마의 천장 방향으로 향하도록 똑바로 세운 방식인 정치(正置), 윗면을 가마 바닥에 닿게하여 거꾸로 놓는 방식의 도치(倒置), 토기를 옆으로 눕혀 토기 동체부가 바닥에 닿게 놓는 방식인 횡치(橫置)이다(Cho, 2021). 함안 양식 토기 중 특히 단경호의 경우 횡치방식의 재임방법으로 소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거리 토기요지 Ⅴ 출토 토기 외면의 부착물과 소성부 바닥 시설의 유사한 화학조성은 횡치 소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토기에 비하여 가마 축조 시설의 화학조성이 더 넓은 분포 범위를 보였다. 이는 토기 제작에는 보다 일관된 토양 준비 과정을 거쳤으나, 가마 축조에는 다양한 조성의 토양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발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거리 토기요지 Ⅴ의 소성부 및 연소부 가마 축조 시설은 토양을 덧발라 보강하는 것과 같이 수차례 보수한 흔적이 확인되었다(Gaya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21). 이를 화학조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리하면, 부분 보강이 이루어질 때 마다 동일한 조성이 아닌 다양한 토양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5. 결 론
함안 우거리 토기요지 Ⅴ 출토 토기의 제작특성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토기의 두께는 구연부로 선정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7 mm 이하로 얇은 특성을 보이며 토기 내에 비짐이 거의 없는 정선된 토양이 사용되었고 높은 소성도로 인하여 낮은 흡수율과 매끈하고 치밀한 조직 특성을 보인다.
2. 광물학적 분석 결과 대부분의 시료가 Cristobalite, Mullite와 같은 고온 생성 광물이 검출되었으며, 광물의 검출 강도가 높은 유형의 경우 1,300℃ 이상의 고온에서 소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특성은 이전에 연구된 창녕, 청도, 창원 등 지역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함안 생산 토기만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영남지방 도질토기의 특성으로 봐야할 것이다.
3. 소성 단계에 따라 토기의 명도와 채도가 낮아지는 특성이 확인되며, 특히 소성도가 높아질수록 속심의 황색도 비율이 낮아져 적색도가 높은 적갈색, 자색의 색상이거나 청색도가 높은 회청색으로 확인된다.
4. 화학조성 분석 결과 컵형토기, 고배, 기대 등의 기종과 옹, 완 기종의 조성차이가 있기 때문에 도공이 의도하는 소성도에 따라 토양의 배합을 다르게 하였을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다만 선정 시료의 수량 차이 및 실제 소성도 차이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추가 분석이 요구된다.
5. 토기와 가마 축조 시설의 화학조성을 비교한 결과 상대적으로 중성산화물인 R2O3 함량이 낮기 때문에 가마 축조 시설에 점도가 낮은 토양이 사용되는 등 다른 특성의 토양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희토류원소의 조성이 다양하게 확인되기 때문에 여러 차례에 걸쳐 가마를 보수할 때에도 다양한 조성의 토양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토기의 화학조성은 더 밀집한 조성 분포 범위를 보이기 때문에 일관된 준비 단계를 거쳐 토기를 성형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가야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여러 유적에 대한 발굴 조사로 인하여 말이산 고분군을 중심으로 한 수장층의 세력은 금관가야, 대가야에 견줄 수 있을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라가야는 법수면 일대의 토기 생산 유적과 창원 현동 유적의 제철 유구 및 배모양 토기 등의 출토 양상을 통하여 토기 및 철기의 대규모 생산 시설이 있었으며, 다양한 국가들과의 대외 교역을 통하여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를 시작으로 법수면 일대 생산 유적 출토 토기의 과학적 분석 데이터를 구축하고자 하며, 향후 아라가야에서 생산되어 유통된 토기의 범위를 설정하여 가야의 대외 교역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은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조사연구(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 2021년 발간한 함안 우거리 토기가마 Ⅰ에 수록된 「함안 우거리 토기 가마 내 출토 토기 및 벽체의 과학적 분석연구」 및 아라가야토기 생산유적의 가치 향상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제2부) 함안 천제산일원 요지(窯址)의 특성과 가치발표문(2023)에 수록된 「함안 천제산 일원 토기요지 출토 토기 및 가마 축조 시설의 자연과학적 분석」의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