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 오불회 괘불탱 화기에 기록된 채색 재료의 해석
Interpretation of Coloring Materials Recorded in Ceremonial Writing of the Hanging Painting of Chiljangsa Temple (Five Buddh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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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는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의 과학적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화기에 기록된 채색 재료에 대해 해석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진분은 연백, 주홍은 진사, 황단은 연단, 황금은 금, 석자황은 석황으로 확인되었다. 녹색의 당하엽과 삼록은 copper trihydroxychloride, 청색의 대청과 중청은 석청으로 확인되며 이들의 입도에 따라 색상의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연지와 청화는 각각 적색과 청색의 유기염료로서 청색은 쪽의 존재가 확인되나 연지는 고문헌과 한자의 명칭에 차이를 보여 통시적으로 사용된 연지인지는 불분명하다. 수토황은 괘불탱에서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황색 계열의 재료로 보이며 토양추출물이나 등황일 가능성이 높다.
Trans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interpret the coloring materials recorded in the ceremonial writing with the scientific investigation results of the Hanging Painting of the Chiljangsa Temple (Five Buddhas). The results confirm that the Jinboon, Joohong, Hwangdan, Hwanggeum and Seokjahwang are clearly connected to lead white, cinnabar, minium, gold, and orpiment, respectively. Danghayeop and samrok are related to Copper trihydroxychloride, while Daecheong and Joongcheong are azurite, and they seems to be classified by the particle size. Yeonji and Chunghwa are organic pigments in red and blue, respectively, with blue confirming the existence of the side, but Yeonji differs from the names of the ancient texts and Chinese characters; it is unclear whether it is a commonly used Yeonji because of differences in the names of the ancient texts. The presence of Sootohwang has not been confirmed in the gwaebultaeng, but it can be extracted from the soil as a yellow-colored material but the possibility of Deunghwang cannot be ruled out.
1. 서 론
괘불은 국가에 천재지변이나 기수제, 영산재 등 사찰 야외에서 여는 법회나 의식에 사용되는 대형의 불화이다(Yoon, 1990). 큰 것은 높이 15 m, 폭이 10 m를 넘어 펼쳐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괘불은 조선시대 불화를 대표하며 근대기의 작품을 포함하여 총 110여 점이 현전하고 있다. 야외 법회 등 특정 목적에만 사용하는 특수성으로 평소에는 목재로 제작한 보관장인 궤에 말아서 보관하기 때문에 접하기가 쉽지 않은 대상이기도 하다.
괘불의 다양한 색채는 다양한 안료와 염료를 중심으로 발현된다. 안료는 고대에서부터 채색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온 재료지만 조선시대 전까지의 문헌자료는 많지 않다. 조선시대 이후로는 왕실의 문헌기록, 의궤 등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데 산지, 입자 등의 물성 차이나 시대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게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전하는 많은 회화문화재는 대부분 조선시대의 것으로 당시에 문헌이나 시대, 적용대상이나 지역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동일한 재료에도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명칭 혼용의 문제는 사용된 재료의 해석을 복잡하게 하며 종종 잘못된 재료로 오인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문헌 자료의 해석과 과학적 분석결과의 비교연구 데이터를 축적해가며 이러한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것이 전통 재료의 원류를 찾는 연구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안동 봉정사 영산회 괘불탱의 경우 과학적 분석 결과를 비교하여 화기에 기록된 안료명을 해석한 바 있다(Song and Kim, 2014). 과학적 분석 결과를 활용한 연구는 재료 해석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은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된다. 칠장사 괘불탱은 도상의 특이점 외에도 화기에 여러 정보가 담겨져 있는데 특히 시주목록에 안료 등 채색과 관련된 재료의 명칭이 잘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의궤(儀軌) 및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의 국내 문헌,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천공개물(天工開物) 등의 국외 문헌에서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지만 과학적 분석 결과의 비교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본 연구는 화기의 시주목록에 다양한 색채관련 명칭이 기록되어 있는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을 대상으로 사용된 채색 재료명과 색상별 과학적 분석 결과를 비교하여 17세기 초 대형 불화에 사용된 채색 재료의 명칭에 대한 해석을 하고자 한다.
2. 칠장 오불회 괘불탱 도상 및 화기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은 중앙의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을 아래로는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배치해 다섯 여래를 한 화면에 나타낸 독특한 도상의 불화이다. 1628년에 법형(法浻)이 조성하였으며, 크기는 세로 659.5 cm, 가로 398.3 cm로 약 55 cm 내외의 비단 7매와 약 11 cm의 비단 1매를 이어 하나의 화폭을 이루고 있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오불회(五佛會)의 도상은 15세기에 제작된 일본 십륜사(十輪寺) 소장 오불회도를 비롯해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1628)과 부석사 오불회괘불탱(1745)에서만 나타나고 있어 조선시대 오불회 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작품이다(Shin, 2020).
화면은 다섯 여래를 위시하여 좌우에 권속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그 밑으로는 수미산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자리하고 있다. 화면 하부에는 여러 대중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어, 아래의 대중에서부터 수미산과 관음·지장보살을 지나 다섯 여래가 위치한 법계에 이르는 구도를 통해 법계에 이르고자 하는 열망을 한 폭의 그림으로 구현한 불화로 볼 수 있다.
다섯 여래의 얼굴은 둥근 편으로 눈썹은 반달 모양으로 녹색을 칠해 표현했다. 가늘게 표현된 눈은 아랫눈꺼풀보다 윗눈꺼풀을 진하게 그어 묘사했다. 코는 뭉툭한 콧등을 표현하고 좌우로는 콧방울을 이중으로 그렸다. 적색을 칠한 입술은 비교적 작게 그렸으며, 입술은 위아래의 경계를 구분을 짓지 않고 채색하였다. 얼굴을 비롯한 육신은 모두 금박을 배채한 후 금니를 사용해 칠했으며, 대의의 문양에서도 금니를 사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착의는 비로자나불과 약사불, 아미타불은 대의가 오른쪽 어깨를 살짝 덮고 있는 변형식 우견편단(右肩偏袒)이며, 노사나불은 대의가 양어깨를 모두 덮은 통견의를 입고 있다. 석가모니불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우견편단을 한 모습이며, 대의에서는 두 가지 패턴의 문양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비로자나불의 대의에서 4개의 와문(渦文)이 결합한 문양을 시문했으며, 약사불과 아미타불의 대의에서도 같은 문양의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노사나불의 대의는 동심원과 선으로만 채우고 있으며, 석가모니불의 대의에는 당초원문(唐草圓文)을 도안화한 문양을 사용해 표현했다.
비로자나불과 좌우에 배치된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은 삼신불(三身佛)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타방불 4위(位)와 제자 10위가 좌우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약사불의 협시인 일광⋅월광보살은 불단의 좌우에 서있으며, 보관에는 각각 삼족오와 토끼가 표현되어 도상의 특징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좌우에 일광⋅월광 보살이 배치되는 위치와는 달리 서로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모습이다. 약사불의 좌측에는 십이신장(十二神將)을 배치해 약사불을 외호하고 있다. 아미타불의 협시로는 관음⋅세지보살이 위치하며, 관음보살은 왼손에 정병을 들고 세지보살은 정병이 표현된 보관과 오른손에 인장을 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아미타불의 좌우에는 각각 3위, 5위의 보살이 위치해 이들이 아미타팔대보살(阿彌陀八大菩薩)임을 나타내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보살 1위가 배치되어 있으며, 약사불과 아미타불의 좌우에는 권속들과 함께 범천⋅제석천을 비롯한 사천왕 4위와 금강 2위가 대칭으로 함께 표현되어 있다. 다섯 여래의 위로는 천인 2위와 팔부중 6위가 좌우에 배치되어 있으며, 화면 상부에는 천개(天蓋)를 중심으로 좌우에 서기(瑞氣)와 함께 시방불(十方佛)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화면 하부의 중앙에 묘사된 수미산은 용이 휘감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며, 산의 정상부에는 3동의 건물을 그려 도리천궁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수미산의 좌측에는 암벽 위에 윤왕좌(輪王座)한 관음보살의 모습을 나타냈다, 좌우에는 정병과 대나무가 표현되었으며, 정병에는 버드나무 가지가 꽂혀있고 그 위로는 새가 앉아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아래쪽에는 파도치는 물결 위로 선재동자가 합장을 한 채 바라보고 있어, 고려와 조선 전기에 그려진 수월관음도의 도상을 차용해 그린 것으로 보인다.
지장보살은 불단 위에 왼발을 내려뜨린 채 앉아 석장을 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좌우에는 무독귀왕과 도명존자가 협시하고 있으며, 주위로는 나찰, 판관 등을 비롯한 지장보살의 권속들이 에워싸고 있다. 구름으로 경계를 두고 표현된 화면의 하단부에는 녹색의 격자 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러 대중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들은 천부 복식을 한 인물, 아귀 등을 비롯한 24명의 다양한 신분의 인물들이 표현되어 있으며, 대부분 합장하거나 공양물을 들고 상단을 향해 기원하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괘불탱의 상하부 회장과 변아에서는 문양이 직조된 비단의 모습이 남아 있다. 상하 변아에는 마름모 문양을 반복적으로 직조한 비단이 붙여져 있으며, 상하 회장에는 매화가지를 물고 있는 새와 매화가지가 녹색 비단 위에 직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바탕천에 문양을 직접 그려 표현하는 회장과는 달리 문양을 직조한 비단을 사용한 사례는 현재까지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에서만 확인된다.
화기는 하부 중앙에 위치하며 시주한 인물 및 시주 품목을 열거했는데 특히 채색재료와 관련된 명칭이 현전하는 괘불탱 중 가장 많이 기록되어 있어 조선시대 불화 채색 재료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Figure 1, Table 1).
3. 연구방법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에 사용된 채색 관련 원료의 조사를 위해 육안관찰 및 현미경(Digital Microscope, Scalar corp, DG-3x, JPN)으로 채색층 표면 안료 입자의 크기와 상태 등을 관찰하였다. 성분분석은 현장에서 휴대용엑스선형광분석기(Portable X-ray Fluorescence Analyzer, Olympus, DELTA, USA)를 이용하여 40 kV, Rh Target, Silicon Drift 검출기, Geochem 모드 60초와 Soil 모드 80초 측정으로 주성분을 해석하였다. 일부 탈락 시편은 X선회절분석기(X-ray Diffraction, Empyrean, PANalytical, NLD)로 광물조성을 분석하였고 이때 조건은 High resolution Pixel 3D-256ch 검출기와 Cu Target에 전압 40 kV, 전류 40 mA, 5°~80°로 설정하였다. 또한 녹색 및 청색 안료는 형태 관찰 및 입도 비교 등을 위해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JSM-IT300, Jeol, JPN)을 이용하여 고배율로 관찰하고 에너지분산형분광분석기(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 X-MAXN, Oxford, GBR)를 이용하여 성분을 확인하였다.
P-XRF나 XRD로 분석이 어려운 청색과 흑색의 경우는 자외선-가시광선 분광 광도계(UV-VIS spectrometer, Ocean Optics, US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광원은 DH-2000-BAL를 사용하였으며 백색 교정하여 200-850 nm 영역을 측정하였다. 채색 안료에 대한 반사 스펙트럼은 청색의 경우쪽(藍), 흑색의 경우 먹을 채색한 직물의 표준 반사 스펙트럼과 비교하여 채색 안료의 종류를 확인하였다.
4. 연구결과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에 사용된 백색, 적색, 황색, 녹색, 청색, 흑색을 화기의 명칭에 따라 구분하고 기록 외에 추정 가능한 흑색 및 채색 재료에 대한 분석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1. 백색
백색은 구름, 보살 등 인물의 피부, 변아, 관세음보살의 신광과 군의 등이 해당되며 대체로 색감이 유사하나 광물성 안료가 아닌 채색재의 사용으로 적색감이 나는 부분도 있다. 분석결과에서 모두 Pb가 주성분으로 검출되었으며, XRD 분석에서 Hydrocerussite가 동정되어 같은 성분의 합성 무기안료인 연백[Lead White, 2PbCO3⋅Pb(OH)2]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Table 2). 화기에 기록된 명칭 중 백색 채색과 관련된 안료명은 진분(眞粉)이 있는데 본초강목의 제법에 의하면 납을 산화, 가열하여 만든 고운 인공 안료로 기록되어 있다. 국내의 경우 송도, 평양, 전주 등에서 제조하였으며 제법은 중국과 유사하나 푸른빛을 띠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고 고가인 중국산을 주로 안료로 사용했다(Moon, 2010). 화기에 진분이 기록된 괘불탱은 도림사 괘불탱이 있으며 역시 백색 계열의 채색에 연백을 사용하였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nd Research Institute of Sungbo Cultural Heritage, 2017a). 진분은 17세기 전반기부터 전시기에 걸쳐 출현 빈도가 높은 안료(Shin, 2008)로서 의궤와 함께 괘불탱에 사용된 대표적인 백색 채색 안료이다(Shin, 2008).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 역시 현재 연백으로 통용되고 있는 진분을 시주 받아 괘불탱 제작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2. 적색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은 노사나불 등 오불의 대의와 중심에 위치한 비로자나불의 광배 화염문 등 적절하게 사용된 적색 채색으로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준다. 밝은 적색은 석가모니불의 입술이나 광배 등이 해당되는데 모두 수은(Hg)과 황(S)을 주성분으로 하며 XRD 분석결과에서도 Cinnabar가 동정되어 진사[Cinnabar, HgS]로 확인된다(Table 3). 진사는 HgS의 광물조성을 가지며 수은의 가장 중요한 광석으로서 오래전부터 천연 안료로 널리 사용되어온 안료이다. 예로부터 사용된 적색계열 안료는 주토, 석간주, 주홍, 주사 등이 있으며 이중에서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 화기에서 언급된 재료는 주홍이 있다. 주홍은 세종실록에 충청도, 전라도 지역 산출 기록이 있긴 하나(Jeong, 2018) 국내 산출이 적었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가의 안료로 취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주홍은 다시 반주홍, 당주홍, 왜주홍 등으로 구분되는데 당주홍은 17세기부터 확인되고 19세기부터 사용량이 증가했다(Song and Kim, 2014). 이외 당주홍(唐朱紅)과 색감이 유사한 번주홍(燔朱紅)(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7)과 일본에서 수입된 왜주홍이 있다. 주홍은 괘불탱의 화기에 기록된 빈도가 높은 편으로 내소사 영산회괘불탱(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nd Research Institute of Sungbo Cultural Heritage, 2017a), 안심사 영산회괘불탱 및 도림사괘불탱(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nd Research Institute of Sungbo Cultural Heritage, 2017b; 2019), 안동 봉정사영산회괘불도(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nd Research Institute of Sungbo Cultural Heritage, 2020) 등에서 확인되며 안동 봉정사영산회괘불도의 경우 분석결과를 해석하여 화기의 주홍을 진사/주로 보았다(Song and Kim, 2014).
한편 장군의 관모나 약사불의 계선 등에 밝은 색감의 적색이 확인되는데 분석결과 납을 주성분으로 하며 주황색의 입자가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연단[Minium, Pb3O4]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단은 화기의 명칭 중 황색을 띠는 주황색에 해당하며 전통적 용어인 황단과 혼용되는 명칭으로 볼 수 있다. 천공개물의 기록에 의하면 황단은 연 1근, 토유황 10냥, 소석 1냥을 볶아 만든 납산화물 안료로 기록되어 있다. 단청의 경우에는 장단(長丹), 광명단(光明丹), 적연(赤鉛), 연단(鉛丹), 토주(土朱) 등 다양한 명칭이 혼용된다. 황단은 사용양은 많지 않으나 안심사 영산회괘불탱(1652년), 화엄사 영산회괘불탱(1653년), 수덕사 노사나불괘불탱(1673년) 등 동시대 여러 괘불탱의 화기에 기록되어 있으며 안동 봉정사영산회괘불도의 경우 화기의 주홍이 연단으로 해석된 바 있다(Song and Kim, 2014).
적색계열 중 구름과 같이 분홍색을 띠는 부분은 적색과 관련된 특정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광물성 안료가 아닌 유기안료로 채색한 것으로 보인다(Table 3).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의 경우, 화기의 색 재료 중 연지(燕芝)가 적색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지는 잇꽃이나 랙 레이크(Lac Lake) 벌레의 분비물 등을 원료로 하는 붉은색 안료로 의궤의 기록 등에 정분과 혼합하여 분홍색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Kim, 2012). 오불회 괘불탱의 경우 ‘燕’에 ‘脂’가 아닌 ‘芝’를 사용하여 연지를 기록하였다는 점이 특이하다. 임원경제지에서는 연지(燕脂)는 원료의 종에 따라 4종류로 분류하는데 모두 ‘燕脂’로 기록이 되어있어 명칭에 차이가 확인된다. 당시 사용된 색재명이 실제 재료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문헌 기록과 지금까지 알려진 재료를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가 필요한 부분으로 판단된다.
4.3. 황색
황색은 오불의 피부, 타방불의 두광, 사천왕의 갑옷 등에 사용되었으며 광택이 있는 황금색 부분과 짙은 황색으로 된 부분으로 구분된다(Table 4).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의 특징 중 하나는 비로자나불 등 오불의 피부에 금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결과 Au가 검출된다. 이처럼 넓은 범위에 금을 사용한 것은 화기의 시주 목록에 금(金)이 7회나 기록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비로자나불의 광배나 보살의 피부 등의 옅은 황색으로 채색된 부위는 연백의 바탕 위에 등황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Table 4). 등황은 괘불탱의 황색 채색에서 많이 확인되는 재료지만 화기에서는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어 명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의 화기에서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재료로 수토황(水土黃)이 있다. 일본의 자료인 단청지남(丹靑指南)에 황토(黃土), 중국의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에 토황(土黃)이 기록되어 있어(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6) 관련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반면에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세종조에 사대부의 의복에 모두 토황색이 쓰였다는 기록과 함께 황색계 색명도 확인되므로(Lee, 2004) 유기재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652년 작인 안심사 영산회괘불탱의 화기에 수도황(水陶黃)이라는 명칭이 확인된다.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의 수토황과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향후 두 괘불탱의 황색 채색 재료에 대한 비교 연구로 보다 명확한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 보살의 두광이나 화기의 명문 등 얇은 부위의 채색에 어두운 색감의 황색이 확인되는데 분석결과 As와 S가 주성분으로 검출되며 XRD 분석에서 Orpiment가 동정되어 석황[Orpiment, As2S3]의 사용이 확인된다(Table 4). 석자황은 석황으로 알려져 있는 안료로서 시주 목록과 실제 사용된 내용이 분명히 확인된다.
4.4. 녹색
녹색은 천인의 두광, 노사나불 두광, 구름 등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색채로 확인된다(Table 5). 오불의 두광 등에 사용된 짙은 녹색은 Cu와 Cl이 주성분으로 검출되었으며 XRD 분석에서 Atacamite와 Botallackite가 동정되어 Copper trihydroxychloride[Cu2Cl(OH)3]로 판단된다. Copper trihydroxychloride는 구리와 염소가 주성분인 녹색 안료이며, 성분은 같고 결정 형태가 다른 4종의 이성질체(Atacamite, Paratacamite, Botallackite, Clinoatacamite)가 있다. 녹염동광 광물을 사용한 천연 안료와 구리 분말 등을 염화나트륨이나 염화암모늄과 같은 염소를 함유한 물질과 반응시켜 만든 합성 안료가 존재한다. 이는 조선시대 회화와 단청에서 석록과 함께 중요 녹색 안료로 사용되어져 왔다(Oh et al., 2020).
이외 다른 녹색 채색 부위의 분석 결과에서도 모두 Cu와 Cl이 함께 검출되어 Copper trihydroxychloride가 녹색 채색에 사용된 유일한 안료인 것으로 보인다. 천인이나 타방불의 두광 등 짙은 녹색을 띠는 부분은 대부분 Copper trihydroxychloride 단일색으로 입도의 형태나 크기도 유사하다. 하지만 구름이나 대중의 의복 등 연백과 혼합하여 채색한 부분의 Copper trihydroxychloride는 입도가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SEM 이미지에서 더욱 분명하게 확인되는데 동일 배율에서 입도의 크기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Table 6).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 화기에는 녹색과 관련된 재료로 당하엽(唐荷葉)과 삼록(三綠)을 찾을 수 있다. 임원경제지의 기록을 보면 당하엽은 하엽록 등으로 보는 하엽의 하나인데 중국에서 수입된 제품이며 성분 및 물성 구분은 분명하지 않다. 도림사 괘불탱(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nd Research Institute of Sungbo Cultural Heritage, 2017a)이나 봉정사 영산회괘불탱(Song and Kim, 2014)의 경우와 같이 화기에 하엽(荷葉)만 기록되어 있으며, 분석에서 Copper trihydroxychloride만 확인된다면 안료의 해석이 분명할 수 있다.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은 Copper trihydroxychloride의 존재만 확인되지만 화기명에 당하엽에 삼록이라는 녹색 안료가 복수로 기록되어 있어 구분이 필요하다.
한편 지장보살의 머리카락 부위에 대한 EDS mapping 이미지를 보면 국부적이긴 하나 Pb, Cu, Cl과 함께 Sn이 입자의 형태로 검출된다(Table 7). 임원경제지에 의하면 동라와 동반 등의 청동을 술 단지나 초 항아리에 넣어 제조한 녹 안료를 삼록(三綠)이라 하였는데 색이 흐리고 선명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청동의 부식에서 구리는 탈구리 현상에 의해 용출되고 주석은 표면층에 안정한 주석 산화물(SnO2)로 남게 되므로(Lee et al., 2013). 부식된 청동녹인 삼록에는 주석산화물이 다량으로 존재할 수 있다. 지장보살 머리카락 채색 안료가 화기에 기록된 삼록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한 비교가 필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4.5. 청색
청색은 천인의 의복, 석가모니불의 나발, 노사나불 신광, 바위 등에서 확인된다. 청색 부위에 대한 분석결과 Cu가 주성분으로 검출되며, 수백연광(Hydrocerussite)에 석청[Azurite, 2CuCO3Cu(OH)2]이 동정된 결과로 보아 청색 안료는 석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Table 8). 대체로 쪽(니람)을 사용한 바탕 위에 석청의 비율을 조절하여 명도에 차이를 주었으며 부위에 따라 백색인 연백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하늘색 색상을 냈다.
우선 석청 비율 차이에 의한 채색을 보면 천인 의복의 청색은 유기안료와 석청을 혼합하여 채색한 반면, 석가모니불의 나발은 유기염료 위에 석청을 사용하였다. 후자의 경우 더 맑고 밝은 청색을 띠는 특징이 있는데 괘불탱 전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짙은 청색을 띠는 바탕의 유기 염료 채색은 대부분 쪽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자외선-가시광선 분석결과 B2, B3, B9, B18과 같이 400 nm 초반과 700 nm 영역대에서 반사도가 상승하는 쪽의 표준 스펙트럼과 같은 결과를 보인다(Table 9). 이처럼 오불회 괘불탱은 쪽의 바탕에 석청을 적정한 비율로 중첩 채색하여 다양한 색감의 청색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화기에 기록된 청색관련 안료는 대청(大靑), 중청(重靑), 청화(靑花)가 있다. 이 중 대청은 본초강목 및 임원경제지에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 남동석 안료 중에서 입자가 크고 색이 짙은 것이다. 중청의 경우 문헌자료에 동일한 명칭은 확인되지 않지만 청색 안료인 심중청(深重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심중청은 경상도 울산군 등 국내 산출 안료인데 화기에서 대청 다음으로 기록된 것은 당시 두 안료를 구분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심중청과 대청의 한자어에서 크기의 구분인 대와 무게를 의미하는 중은 다른 척도의 용어이므로 석청이라는 동일한 청색의 안료를 입도, 색상 등으로 구분했을 가능성이 있다. SEM 이미지를 보면 보발의 석청이 대의의 석청에 비해 입도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Table 10). 석청은 입도 차이에 의해 명도와 채도의 변화가 큰 안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입도 차이와 채색 안료 선택에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청과 중청이 모두 석청을 지칭하며 이들의 입도 차이가 명칭 구분의 기준이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청화(靑花)도 명칭이 혼용되는 재료로 생청을 세분하고 수비하여 가라앉은 가장 위의 것을 지칭하기도 하며 쪽이라는 염료로도 알려져 있다. 후자의 경우가 괘불탱에서 주로 확인되는 재료인데 영문명은 Indigo이며 대청속 식물에서 얻는 식물성 염료로 괘불탱 등 불화에 가장 널리 사용된 채색 재료 중 하나이다.
5. 결 론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은 오불회라는 도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화기의 내용 뿐만 아니라 특히 시주목록에 다양한 채색 재료가 기록되어 있어 당시 불화의 재료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화기에는 기록된 황금, 주홍, 대청, 중청, 수토황, 석자황, 당하엽, 연지, 진분, 삼록, 청화, 황단을 과학적 분석결과와 비교하여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진분은 백색관련 안료를 지칭하며 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연백으로 볼 수 있다. 적색계열은 주홍, 연지, 황단이 있는데 주홍은 진사, 황단은 연단으로 볼 수 있다. 연지는 유기안료로 여겨지나 화기명에 다른 한자로 기록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황색계열중 황금은 금으로 확인되며 오불의 피부에 사용된 점이 특징이다. 석자황은 석황으로 확인되며 수토황은 황색과 관련성이 있으나 황토 추출 안료나 등황이 가능한 대상으로 파악된다. 녹색은 당하엽과 삼록이 있는데 분석에서는 Copper Trihydroxychloride만 확인되므로 채색 당시 입도의 차이와 연백의 혼합으로 색을 조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장보살의 머리에서 산화주석 입자가 확인되어 동록일 가능성이 있으나 유사 사례에 대한 비교가 필요하다. 청색은 대청, 중청, 청화가 있는데 이중 대청과 중청은 광물성 안료인 석청으로 입도의 차이와 사용량을 달리하여 색채에 다양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화는 이런 청색의 바탕에 어두운 색감을 내기 위해 사용된 재료로 쪽으로 확인된다. 이외 화기에 기록되지 않았으나 흑색 채색에 사용된 재료는 먹으로 확인된다.
이상의 조사 결과로 칠장사 오불회 괘불탱의 화기에 기록된 채색 재료를 해석하였다. 향후 유기안료에 대한 분석으로 불분명한 재료나 혼합 사용 등에 대한 추가 해석과 다른 한자의 사용이나 용어의 혼용 등에 대한 문헌 연구가 진행된다면 보다 명확한 재료의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