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임당고분 출토 철제 고리자루칼 칠의 유기물 분석
Organic Material Analysis of a Lacquered Wooden Sheath of Long Sword with Ring Pommel Excavated in Imdang Ancient T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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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경북 경산에 위치한 원삼국시대 고분인 임당1호분에서 출토된 칠초 철제 고리자루칼의 칠편에 대해 칠의 구성성분 과 풍화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열분해/GC/MS법으로 유기물을 분석하였다. 직접 열분해/GC/MS법에서 칠편과 원주산 건조옻이 대체적으로 유사한 크로마토그램을 보였다. THM(thermally assisted hydrolysis and methylation)-열분해 /GC/MS법의 경우 칠편에서 한국에 자생하는 옻나무 종의 특징적인 성분(1,2-dimethoxy-3-pentadecylbenzene 등)이 관찰되었다. 또한, dimethyl nonanedioate 등 건성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는 성분도 검출되었다. 칠편에서 산화된 catechol 성분이 다량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칠의 열화가 우루시올 성분의 산화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부터 임당1호분 고리자루칼 칠은 옻과 건성유를 사용하였고 오랜 시간의 경과로 산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Trans Abstract
In order to examine the constituents and weathered state of a lacquer specimen, analysis of the organic materials was conducted using py/GC/MS(pyrolysis-gas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The samples were obtained from the lacquered wooden sheath of a long ring-pommel sword excavated in the Imdang No.1 ancient tomb constructed around the Proto-Three Kingdoms period. In direct py/GC/MS, the sample and the dried Asian lacquer showed similar chromatograms, while the characteristic compounds of Asian lacquer such as 1,2-dimethoxy-3-pentadecylbenzene were observed in THM(thermally assisted hydrolysis and methylation)-py/GC/MS. In addition, compounds like dimethyl nonanedioate, which presumably originated from drying oil, were also detected. Furthermore, the detection of oxidized catechols in considerable amount indicated that the degradation of lacquer is estimated to result from the oxidation of urushiol. Therefore, it is suggested that the lacquered wooden sheath was prepared using Asian lacquer and drying oil, and that the lacquer layer was considerably oxidized over the long burial time.
1. 서 론
옻은 방수성, 방부성, 내열성, 절연성, 내구성, 접착력 등 이 우수해 한반도에서는 기원 전 · 후로 옻을 무기, 목관, 목 제품 등에 도료로 사용해 왔다. 그 결과 옻을 사용한 다양 한 유물들이 한반도에서 출토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출토 칠기유물로는 기원전 3세기로 추정되는 충남 아산 남성리 석관묘 유적 칠편이 있으며(Kim, 2007), BC1 ~ AD3에 형 성된 창원 다호리 유적에서는 칠초, 원형두, 방형두 등 다 양한 칠기 유물이 출토되었다(National Museum of Korea, 2012). AD 5세기 무렵에 조성된 신라시대 유적인 황오리 고분에서 일종의 칠도금인 금박을 올린 목관 편이 발견되 었다(Bureau of Cultural Property, 1969). 이 밖에도 옻칠과 함께 붉은 도료를 칠한 목관, 주칠 편, 외흑내주의 칠잔, 칠 이 된 목관재 및 두침, 족침 등 다양한 형태의 칠 관련 유물 들이 출토되었다(Kim, 2007).
유물에서 옻 분석은 주로 광학현미경, 전자현미경, IR과 같은 방법에 의해 이루어졌다(Kim, 2007). 광학현미경은 육안으로 칠기임이 확인된 시편에 대해 칠기법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칠층의 단면을 관찰하는 것으로서 그 동안 출토된 칠기 분석의 주류를 이루어 왔다. 전자현미경은 광 학현미경과 같이 칠의 표면과 칠층의 단면을 관찰하는 것 외에 칠기를 구성하는 재료의 원소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 하다. 이로부터 칠기를 제작하는데 사용된 재료가 철분, 토 분, 석간주, 진사 등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편, 옻은 본질적으로 유기물이므로 IR을 이용하여 옻을 확 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출토 유물과 같 이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노화되고 형태가 변한 칠기 시 료를 현미경, IR과 같은 방법으로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편, 열분해/GC/MS를 이용하여 옻을 분석하려는 다수 의 시도가 있어 왔고, 특히 일본에서 매우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Lu et al., 2013). 미국의 GCI(Getty Conservation Institute)에서는 옻칠 재현시료를 열화시킨 시료에서 얻은 분석 결과와 그 동안 발표되거나 개인적으로 획득한 자료 등을 종합하여 건성유(drying oils), 옻수액(anacards), 옻수액 산화물(anacards oxidation products), 단백질류(proteins), 탄화수소류(carbohydrates), 레진류(resins) 등 옻칠층을 구 성하는 물질의 마커를 정리하고 이로부터 옻칠시료에서 이 들 성분들의 구성비를 GC/MS 크로마토그램의 면적비로 추정함으로써 옻칠의 제작기법에 대해 좀더 정량적이고 깊 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였다(Heginbotham et al., 2008; Schilling et al., 2016). 한국에서도 칠기 시료 를 열분해/GC/MS로 분석한 결과가 있다.Kim(2007)은 신 창동과 임당동에서 출토된 칠기시편을 분석하여 phenol, 2-propenylbenzene, 1-tetradecene, pentadecane 등의 열분해 물이 검출됨을 보고하였다. Cho et al.(2010) 등은 원삼국시 대 대형옹(甕)에 사용된 접착재료를 분석하여 methylbenzene, 2-hydroxy-4-methylphenol, 3-tetradecene, pentadecane 등 옻에서 유래하는 성분을 검출하였다. 하지만, 직접 열분해 /GC/MS법으로만 분석함에 따라 옻의 주요성분인 우루시 올이나 그 산화물을 검출한 사례는 없었다.
경산 임당1호분은 사적 제516호로 지정되었으며 경상 북도 경산시 임당동에 위치하고 있다. 그 중 1A호분은 타 원형 봉분의 내부에 으뜸덧널과 딸린덧널을 ‘창’(昌)자형 으로 배열했다. 으뜸덧널 바닥에서 무덤의 주인공이 확인 됐다. 은제허리띠, 순금제의 가는 고리 귀걸이, 금동관모와 관장식, 고리자루칼 등 당시 최고 지배자임을 상징하는 금 속공예품을 착용하고 있었다. 딸린 덧널에는 큰항아리, 짧 은목항아리, 긴목항아리, 굽다리접시 등 다양한 토기류가 가득 채워진 상태로 출토됐고, 금동제 말안장과 철제 발걸 이 등도 나왔다.
본 연구에서는 경산 임당고분에서 출토된 고리자루칼 (환두대도) 칼집에 남아 있는 칠편(Figure 1)을 열분해/ GC/MS로 분석하였다. 열분해 방법은 시편만을 열분해하 는 직접열분해법과 시편에 유도체화 시약을 첨가하여 열분 해하는 THM-열분해법을 도입하였다. 이중 THM-분석결 과는 옻에서 기인하는 성분, 건성유에서 기인하는 성분 등 으로 구분하여 해석하였으며, 옻에서 기인하는 성분은 다 시 catechol, 산화된 catechol 등으로 구분한 후 건조 옻과 비교함으로써 열화에 따른 옻의 성분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2. 재료 및 방법
2.1. 시편, 재료 및 시약
시편은 경산 임당고분에서 출토된 환두대도 칼집에 남 아 있는 칠편을 사용하였다. 건조 옻은 강원도 원주에서 재 배하는 옻나무에서 생산한 생칠을 불순물을 제거한 후 유 리판 위에 얇게 발라 22℃, 50%RH 조건에서 30일 동안 건 조한 도막을 가루로 만든 것을 사용하였다. THM-열분해 /GC/MS 분석에서 유도체화에 사용한 시약은 tetramethylammonium hydroxide solution(25 wt.% in water, Sigma Aldrich)이다. 도막 관찰을 위해 칠을 임베딩하는데 사용한 시약은 EpoFix resin(Struers, Denmark)이다.
2.2. 도막 관찰 및 IR 분석
도막 관찰을 위해 시편을 에폭시에 고정한 후 연마하였 다. 시편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에 칠해진 면이 수직이 되 게 고정틀에 부착한 후 2액형 에폭시 수지인 EpoFix수지를 부어 고정하였다. 고정된 시편을 #400에서 시작하여 #4000 까지의 샌드페이퍼로 평평하게 연마하였다. 연마한 면을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에폭시 수지를 이용하여 접착한 후 절단기로 1 mm 정도 두께가 되도록 절단하였다. #400에서 시작하여 #4000까지의 샌드페이퍼를 이용하여 투과광으 로 관찰 가능한 두께가 되도록 시편을 연마하였다. 연마된 시편은 현미경(Nikon Eclipse Ni, Nikon Instruments Inc., JPN)으로 투과광 모드에서 관찰하였다.
시편의 IR분석은 ATR법(Attenuated total reflection)을 사용하였다. diamond crystal이 갖춰진 Nicolet iS5 모델 (Thermo Fisher Scientific, USA)을 사용하여 4000∼600 cm-1 범위에서 분해능 4 cm-1로 32회 스캔하여 측정하였다.
2.3. 열분해/GC/MS 분석
열분해장비(pyrolyzer)는 PY-3030D 모델(Frontier Lab, JPN)을, 가스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GC/MS)는 7890A GC/ 5975C MSD 모델(Agilent, U.S.A)을 사용하였다. 건조 옻 시료는 0.4~0.5 mg을, 칠 시편은 약 0.4 mg을 취하여 열 분해용 컵에 담았다. THM-py/GC/MS 분석에서는 tetramethylammonium hydroxide solution 10 μl를 열분해용 컵에 추가 하였다. 열분해용 컵에 담긴 시료를 열분해장치 속에 투입 하여 500℃에서 12초간 열분해한 후 분해산물을 GC/MS 를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분석하였으며, 분석 조건은 다음과 같다. 분석칼럼은 DB-1HT column(100% dimethylpolysiloxane, 30 m × 0.25 mm id, 0.10 μm film thickness)을 사 용하였고, 50℃에서 3분 유지 후 300℃까지 10℃/분의 속 도로 승온한 후 5분간 유지하여 총 33분 동안 분석하였다. 이동상 기체로 헬륨(0.5 ml/분)을 사용하였고, split ratio는 100:1이었다. 검출은 질량분석기(MSD)를 사용하였으며, 질량 분석기 조건은 다음과 같다. MS transfer line temp. (280℃), MS ion source temp.(230℃), MS quadrupole temp. (150℃), mass range(m/z=33∼550). 데이터의 획득과 해석은 ChemStation software(Agilent Technologies, USA)를 사용하였으며, 화 합물 규명은 NIST library와의 매칭을 통해 이루어졌다.
3. 결과 및 고찰
3.1. 칠 도막 관찰 및 IR 분석
칠 도막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칠도막은 불투 명한 갈색과 흑색층으로 나타났다(Figure 2a). 전체 칠층의 두께는 약 120 μm였으며, 하지층(Gr)의 두께가 약 50 μm, 칠층(L1, L2)의 두께가 약 70 μm였다. 하지층은 흑색으로 관찰되었고, 칠층은 2개로 상층은 흑색안료를 포함한 것으 로 추정되었다. Figure 2b에 ATR법으로 얻은 시편의 IR 스 펙트럼을 나타냈다. OH에 해당하는 3391.3 cm-1 흡수대, CH2에 해당하는 2932.2 cm-1, 2856.5 cm-1 흡수대, C-O로 추정되는 1001.8 cm-1 흡수대와 1397.5 cm-1, 1627.4 cm-1에 서 주요한 흡수대가 나타났다. 옻칠에 대한 IR분석을 실시 한 이전 연구결과(Kim, 2007; Lee and Han, 2017)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3.2. 직접 열분해/GC/MS 분석
Figure 3에 경산임당고분 칠 시편과 건조 옻의 열분해 /GC/MS 크로마토그램을 나타냈다.
시편과 건조 옻의 열분해/GC/MS 크로마토그램이 유사 한 구간(5~19분)이 있어 시편에 옻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질량스펙트럼 검색을 통해 시편과 건조 옻 에서 검출되는 성분들 중 전체 크로마토그램 면적 대비 0.05% 이상의 면적을 가지는 성분을 Table 1에 정리하였다. Toluene (2), heptane(3) 등 16개 이상의 많은 성분들이 공통으로 검 출되어 시료에 옻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 타났다. 하지만, catechol(24), 3-methyl-1,2-benzenediol(27), 3-hexylcatechol(40), 3-heptylcatechol(41), 3-pentadecylcatechol (42) 등 옻의 주성분인 우루시올과 관련되는 성분이 건조 옻에서는 검출되지만 시편에서는 나타나지 않아 이들 성분 들이 오랜 시간의 경과와 함께 산화, 분해 등의 반응을 거 쳐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크로마토그램에서 특정 m/z를 관찰하여 관심 성분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데, 옻 의 경우 catechol 유도체가 열분해하면서 나타나는 peak와 관련 있는 m/z 123, 108, alkene에 해당하는 m/z 55와 benzene ring에 해당하는 m/z 91이 사용될 수 있다(Park and Ahn, 2018). 시편에서 m/z 123, 108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m/z 55와 m/z 91은 약화되기는 하였으나 상당한 양이 검출 되었다(데이터 생략). 이로부터, 시편과 건조 옻의 크로마토 그램에서 유사한 구간은 alkene이나 benzene ring을 포함하 는 성분들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3.3. THM-열분해/GC/MS 분석
Figure 4에 THM-열분해/GC/MS로 얻은 건조 옻과 경산 임당고분 칠 시편의 열분해/GC/MS 크로마토그램을 나타 냈다.
시편의 THM-열분해/GC/MS 크로마토그램은 강도가 작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건조 옻의 크로마토그램과 유사하 여 시편에 옻이 포함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질량스펙트럼 검색을 통해 시편과 건조 옻에서 검출되는 성분들 중 전체 크로마토그램 면적 대비 0.05% 이상의 면적을 가지는 성분 을 Table 2에 나타냈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carboxylic acid나 alcohol이 THM 에 의해 methylation되어 감도가 향상됨으로써 직접 열분 해법에서 검출되지 않은 여러 성분들이 검출되었다. 우선, 건조 옻에서는 옻의 특징적인 성분인 1,2-dimethoxy-3- hexylbenzene(24), methyl 8-(2,3-dimethoxyphenyl)octanoate (27) 등이 검출되었다. 시편에서도 methyl-(2,3-dimethoxyphenyl) heptanoate(26), methyl 8-(2,3-dimethoxyphenyl)octanoate(27) 등 옻의 특징적인 성분이 검출되었다. 면적비가 0.05% 미 만이어서 표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methyl 6-(2,3-dimethoxyphenyl) hexanoate(0.03%), 1,2-dimethoxy-3-pentadecylbenzene (0.03%), 4-ethenyl-1,2-dimethoxybenzene(0.02%), methyl 9-(2,3-dimethoxyphenyl)nonanoate(0.01%), 1,2-dimethoxy-3- hexylbenzene(0.01%), 1,2-dimethoxy-3-hexenylbenzene(0.01%), 1,2-dimethoxy-3-pentylbenzene(0.01%) 등 옻에서 기인하는 여러 성분이 함께 검출되었다. 여기서 15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side chain을 가진 것(1,2-dimethoxy-3-pentadecylbenzene) 이 가장 긴 side chain을 가지는 catechol이고, methyl 8-(2,3- dimethoxyphenyl)octanoate가 acid catechol series(substituted catechol의 불포화 곁사슬을 따라 산화된 생성물)에서 우점 하는 성분이라는 것으로부터 시편은 한국 옻나무가 속하는 Toxicodendron vernicifluum 옻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 된다(Heginbotham and Schilling, 2011; Schilling et al., 2016). 원주산 건조 옻과 성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오랜 시 간 경과에 따른 옻의 열화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시편에서 hexanoic acid, methyl ester(2), 6-heptenoic acid, methyl ester(4), heptanoic acid, methyl ester(6), 4- octenoic acid, methyl ester(8), octanoic acid, methyl ester(9), heptanedioic acid, dimethyl ester(14), octanedioic acid, dimethyl ester(16), nonanedioic acid, dimethyl ester(20), hexadecanoic acid, methyl ester(25) 등 건조된 건성유의 주 요한 성분들이 검출되었다. 특히, nonanedioic acid, dimethyl ester(27)는 건성유의 전형적인 열화산물로 알려져 있어 시 편에 건성유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Wang et al., 2015; Park and Lee, 2017).
열화에 따른 성분의 변화를 비교하기 위하여 Schilling et al.(2016)이 제시한 칠 유기물의 포괄적 분석방법에 따라 건조 옻과 시편의 성분을 분류하여 Figure 5에 나타냈다. 여기서 Anacardiaceae는 옻에서 기인하는 catechol류, acid catechol류, phenol류, 탄화수소, alkyl benzene, alkyl phenyl ketone 등을 포함한다. Oils and fatty acids는 monocarboxylic fatty acids, dicarboxylic fatty acids, methyl ketone 등을 포 함한다. 이를 제외한 다른 열분해 산물들은 Other materials 로 분류하였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건조 옻은 주요 열분해산물이 옻 에서 기인하는 물질인 Anacardiaceae로 83%를 차지한다. 여기에 약 9%의 Oils and fatty acids에 해당하는 열분해산 물이 나타나며 그 외 어떤 물질에서 기인하는지 추정하기 어려운 열분해 산물이 그 뒤를 따른다. 여기서 Oils and fatty acids에 해당하는 성분들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nonanedioic acid와 같이 건성유의 특징적인 성분이 포함되 어 있지 않아 일부러 첨가한 건성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Lu and Miyakoshi(2015)에 따르면 Toxicodendron vernicifluum 옻은 채취시기와 생장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0.5 ∼2%의 Oil 성분을 가진다고 보고하고 있어 이들 열분해 산물은 옻에 원래 존재하는 성분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시편에서는 Oils and fatty acids의 비중이 49%로 크게 증가 하였으며, 그 구성 성분들이 앞의 Table 2에서 본 바와 같이 nonanedioic acid, heptanedioic acid, octanedioic acid, heptanoic acid 등 건성유에서 비롯되는 성분들이어서 칠기 를 제작할 때 상당량의 건성유를 의도적으로 첨가한 것으 로 보인다. 실제로, 옻과 건성유가 중국의 전국시대(the Warring States period) 칠기 유물에 사용되었다는 연구결 과(Wei et al., 2011)가 있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Figure 6에 건조 옻과 시편에 대해 옻으로부터 기인한 성분의 분포를 누적 막대그래프로 나타냈다. 여기서 가로 축의 기호들은 탄소수와 이중결합의 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C4 phenol은 phenol의 side chain이 이중결합이 없는 탄소 4개의 alkyl chain임을, C6 alkyl benzene은 이중결합 이 없는 탄소 6개 alkyl chain으로 치환된 benzene임을, C15-1 hydrocarbon은 이중결합이 1개 있는 탄소 15개의 alkyl chain임을, C8 acid catechol은 catechol의 side chain 이 탄소 8개이며 side chain에서 산화가 일어나 carboxylic acid를 가지고 있음을, C15-1 catechol은 catechol의 side chain이 이중결합 한 개를 가지는 탄소 15개의 alkyl chain 임을 뜻한다.
Figure 6a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원주산 건조 옻의 경우 phenol류, alkyl benzene류, 탄화수소류, acid catechol류, catechol류 등 다양한 종류의 열분해산물이 검출되고 있다. 탄화수소류가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고, 우루시올의 주요 성분인 1,2-dimethoxy-3-pentadec-8-enylbenzene(C15-1), 1,2-dimethoxy-3-pentadecylbenzene(C15) 등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시편에서는 catechol의 곁가지가 산 화된 acid catechol이 크게 증가하는데(Figure 6b), 우루시 올로 이루어진 옻의 고분자 네트워크가 산화되었기 때문으 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건조 옻에서는 C15-1 catechol이 C15 catechol에 비해 많은 분포를 보이나 시편 에서는 C15-1 catechol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 는 이중결합을 가지는 C15-1 catechol의 곁사슬에서 산화 가 쉽게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C8 acid catechol, C7 acid catechol, C6 acid catechol이 크게 증가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산화전의 C15-1 catechol의 side chain 이중결합이 benzene ring으로부터 8번째와 9번째 탄소 사 이, 7번째와 8번째 탄소 사이, 6번째와 7번째 탄소 사이 등 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4. 결 론
경산 임당고분에서 출토된 철제 고리자루칼의 칠은 목 재 위에 하지층을 두고 2회의 칠을 하여 제작된 것으로 나 타났다. 열분해/GC/MS 분석 결과 칠을 구성하는 유기물은 한국산 옻과 같은 Toxicodendron vernicifluum에 속하는 옻 으로 판단되며 옻과 함께 건성유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칠은 산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옻의 주요성분인 우루시올과 그 산화물이 관찰된 것은 옻의 내구성을 성분 으로 설명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열분해 산물을 그룹별로 분류하고 레퍼런스 옻과 비교하여 변화를 살핌으 로써 열분해/GC/MS 분석이 유물에서 칠의 확인에 그치지 않고 칠의 구성 재료를 파악하고 풍화상태를 진단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 사
본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조사연구(R&D)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으며, 이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