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제석사지 폐기유적 벽체 및 기와의 피열특성
Scientific Analysis of Firing Characteristics for Walls and Rooftiles Excavated from Jeseoksa Dump-site, Ik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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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는 제석사지 폐기유적에서 출토된 벽체 및 기와 편 21점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확인하고, 소성 온도를 추정함으로써 문헌 기록상으로 확인되는 화재로 인한 피열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기와는 수비된 재료를 사용하였고, 벽체는 층위에 따라 서로 다른 입도의 재료를 사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소성된 시료의 경우, 일반적인 기와나 벽체와 달리 단면에 블로팅(bloating) 현상과 함께 고르지 못한 표면을 가지며, 일부분이 검게 그을린 것을 보아 일정한 소성 환경에서 제어된 상태로 고른 소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소성 온도 추정 결과, 과소성되지 않은 기와는 900℃ 이하의 소성온도를 가졌으나 과소성된 시료는 1000℃ 이상의 열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며, 당시 기와의 제작 온도보다 고온으로 소성되었음 보여준다. 또한, 불량품기와는 제작 당시 소성이나 성형 과정에서 불량품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과소성된 기와의 경우에 온전한 기와 형태를 가지면서 과피열 양상을 보여 화재로 인한 피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였을 때, 익산 제석사지 폐기유적은 기록상 존재하는 화재로 인해 폐기된 건축 부재를 보관하던 장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Trans Abstract
In this study, the physicochemical properties of 21 wall fragments and rooftile pieces excavated from Jeseoksa Dump-site were analyzed, and the possibility of heat exposure, such as the fire reported in the literature, was investigated by estimating the firing temperature. From the results, it was estimated that the rooftiles were composed of refined materials, and the walls were composed of materials having different particle sizes depending on the layer. Unlike ordinary rooftiles and walls, they exhibited an uneven surface with traces of bloating phenomenon in the cross section. It was estimated from the blackening of some portions that firing was not performed in a controlled state in a constant firing environment. In addition, the estimated firing temperature showed that the non-overfired rooftiles had endured a firing temperature of 900°C or less, but the over-fired samples were subjected to a temperature of 1,000°C or higher and were fired at a temperature higher than the manufacturing temperature at that time. Additionally, the rooftiles probably became defective during firing or molding at the time of production, but the non-overfired rooftiles exhibited an intact shape and showed the possibility of heat exposure due to fire. Therefore, the analytical results of this study confirm that the defective architectural components damaged by the fire, as reported in the literature, were discarded in the Jeseoksa dump-site.
1. 서 론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247-1번지 일대에 위치한 제석사지(帝釋寺址, 사적 제405호)는 백제 무왕(武王)의 익산지역 경영과 관련된 왕실사찰 터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중국 육조시대의 문헌인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에 “백제 무광왕(武廣王, 무왕)이 지모밀지(枳慕蜜地, 익산의 옛 지명)로 천도하여 제석정사(帝釋精舍)를 지었는데, 정관(貞觀) 13년(639, 무왕 40년) 뇌우로 인하여 불당(佛堂)과 7층 목탑(七級浮圖) 및 낭방(廊房)이 모두 불탔다”라는 기록이 있어서, 제석사지의 화재 시점, 가람시설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문헌기록의 내용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실시한 제석사지의 발굴조사 내용이 상당부분 유사하여, 관세음응험기는 제석사의 성격과 구조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Buyeo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9).
제석사지 폐기유적은 제석사지에서 북동쪽으로 400 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폐기유구를 비롯하여 석곽묘 2기, 구상유구 1기, 수혈군 3기 등의 유구가 확인되어, 유적의 공간 활용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와전류, 소조상, 벽체, 소토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되어, 유적의 성격을 추정할 수 있다. 목탑지와 관련된 유물과 백제시대 기와가 확인되는 점, 일부 기와와 벽체에 남아 있는 불에 탄 흔적 등을 볼 때 폐기유적이 관세음응험기의 기록에서 전하는 화재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을 폐기한 곳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Buyeo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9).
우리나라에서 기와에 대한 자연과학적 분석은 1972년 국립중앙공업연구소에서 신라 기와 4점을 비롯한 기와 17점에 대하여 습식분석을 통한 정량분석과 X-선회절분석을 통한 광물조성 및 시대별 기와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비교한 것이 최초이다(Park, 1972). 이후, 기와의 물리화학적 특성 연구와 제작기법의 추정뿐만 아니라 태토와 와요지의 연구를 통한 산지 추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Jang et al., 2008), 전통기와의 물성과 현대기와의 물성을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되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12). 또한, 산지나 제작지, 제작의 선후 관계, 제작기법 및 기술적 속성을 밝히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와에 대한 보존과학적 연구는 주로 물리적 특성과 화학적 특성 등을 밝혀 제작기법을 추정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재로 인한 피열 관련 연구는 Kim et al.(2013)이 진행한 연해주 콕샤로프카-1 평지성 출토 토벽의 물리화학적 특성 및 소성 온도 분석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불 맞은 토벽체 4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일정한 피열온도 범위를 가지고 광물학적 특징이 유사한 점을 들어 화재에 의한 피열이 아닌 소성된 토벽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제석사지 폐기유적에서 출토된 벽체 및 기와 편들의 색도, 비중 및 흡수율 등 물리적 특성 분석과 미세조직 관찰 및 결정구조 분석, 열분석을 통한 소성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 결과를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기와와 벽체의 재료학적 특성 및 열에 의한 소성 특성을 고찰함으로써 문헌기록상으로 확인되는 화재 등의 피열 가능성과 그 특징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2. 분석대상 및 방법
2.1. 분석대상
분석대상은 익산 제석사지의 폐기유적에서 출토된 벽체 9점(JSW1∼9), 기와 7점(JSR1∼7), 불량품기와 5점(JSD1∼5) 등 총 21점이다(Figure 1). 육안관찰 결과, 벽체 시료 중 JSW1, JSW2, JSW3은 백색의 칠층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 벽체에서는 소성된 흔적이 확인된다. 기와는 고르게 소성된 기와, 일부만 과소성된 기와, 전체적으로 과소성된 기와로 나눌 수 있는데, 과소성 기와는 일반적인 기와의 특징과 다르게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면서 기포가 드러나는 기와로 설정하였다. 불량품기와로 구분된 시료의 경우, 기와의 제작 과정 시 생성된 불량품으로 보이며, 깨진 기와 파편이 뭉쳐져 소성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Table 1에 육안관찰을 통한 분류와 시료의 특징을 제시하였다.
2.2. 분석방법
모든 시료의 표면 색도는 증류수로 세척한 후 100±5℃의 열풍건조기에서 24시간 이상 건조한 후 측정하였으며, 내부 색도의 경우, 요철과 오염물이 있는 표면을 연마한 후 측정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색을 띠는 부분에 대해 측정하였으며, 색채색차계(CR-400, Minolta, JPN)를 이용하여 3회 측정 후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겉보기기공률 및 흡수율, 비중의 측정은 KS L 4008에 준하여 측정하였으며, 정밀전자저울(GR-200, A&D, JPN)과 비중측정용 키트(AD-1653, A&D, JPN)를 이용하였다. 태토만의 물리적 성질을 측정하기 위해 표면요철과 오염물이 있는 표면을 연마한 후 100±5℃에서 24시간 이상 완전 건조시킨 무게를 구하고 이것을 증류수 속에서 24시간 이상 침적시킨 후 무게와 수중 무게를 측정한 다음, 겉보기기공률과 흡수율을 구하였다. 벽체 및 기와에 존재하는 기공과 입자의 분포 및 크기, 색상, 광물상을 확인하고자 미세조직을 관찰하였다. 관찰을 위해 시료를 절단 후 에폭시 수지에 고착시켜 연마기(Rotopol-11, Struers, DNK)와 연마지를 사용하여 단면을 연마하였으며, 가공된 단면에 대하여 실체현미경(SMZ800N, Nikon, JPN) 및 광학현미경(LV100NPol, Nikon, JPN)으로 층위 구성을 확인하였다. 광학현미경 관찰 후 표면을 금 코팅하여 주사전자현미경(FlexSEM 1000, Horiba, JPN)의 후방산란전자상(Backscattered Electron Image)으로 층위별 구성입자와 상태를 관찰하였다. 벽체 및 기와 시료의 내부 결정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X선회절분석기(SmartLab, Rigaku, JPN)를 이용하였다. 시료는 오염된 표면을 증류수로 세척한 뒤 100±5℃에서 24시간 이상 완전 건조하였다. 시료 중 표면과 내부 속심이 뚜렷이 구분되는 시료의 경우에는 표면과 내부 속심에 대해 각각 분석하였다. 분석조건은 40 kV, 40 mA, 5°∼80°, 10°/min로 하였다. 시료의 열적 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열중량 및 시차주사열량분석(TG-DSC, SDT650, TA Instruments, USA)을 이용하였다. 분석대상 시료는 오염된 표면을 증류수로 세척한 뒤 일부를 채취하여 100±5℃에서 24시간 이상 완전 건조하였다. 분석조건은 온도범위 50∼1250℃, 승온속도 20℃/min로 하였다.
3. 분석결과
3.1. 색도
토기의 색상은 주로 소성 분위기와 온도, 원료 점토에 함유된 발색원소와 유기질의 함량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Kim et al., 2010). 소성 과정에서의 환경 차이가 다양한 반응을 유도하며, 태토를 구성하고 있는 화학 성분의 차이와 소성 온도에 따른 광물 결정상의 차이를 통하여 외관을 통한 도자기 분류의 핵심이 된다(Piero and Patrizia, 2004).
제석사지 폐기장 출토 유물의 소성도 및 소성 환경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색도분석을 실시하였으며, KS A 0067에 따라 a* (초록–빨강), b* (노랑–파랑), L* (명도)로 표시하는 CIE LAB 색공간을 이용해 도시하였다(Figure 2). 전체적으로 명도는 30∼75의 범위를 가지며, a*값은 -5∼25, b*값은 0∼30의 범위를 가지고 있다. 벽체와 기와, 불량품기와는 분류별로 군집을 이루지 않고 분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제작과정에서 서로 다른 소성 환경을 가졌기 때문에 각 분류 내에서도 유사한 범위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Figure 2).
색차(∆E*ab)는 KS A 0067 규정에 의거하여 L*, a*, b* 표색계에 의한 색차를 계산하였으며, Figure 3에 도시하였다. 색차는 표면에 백색칠층이 존재하는 JSW1, JSW2, JSW3을 제외한 시료에서는 외부와 내부의 피열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가마 소성이나 화재로 인한 피열로 인해 발생하는 색의 차이로 추정된다.
과소성된 시료의 경우, 표면과 내부의 색차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피열 과정에서 형성된 탄화물 입자가 시료 표면에 붙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초기 소성 단계에서 산화 환경으로 고온 소성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보다는 목재 탄화물이 침착되는 현상과 고온 화재 시 환원 환경에서 특정 표면의 단시간 고열 환경 노출로 인해 색차가 커진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반면 JSD1, JSD2, JSD5와 같이 과소성된 불량품기와에서 낮은 색차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오랜 시간 고온으로 소성되어 내부까지 열이 충분히 전달되었기 때문에 내부와 표면의 색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량품기와의 경우에는 조각난 기와가 붙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분석위치에 따라 측정값이 다양하였다.
3.2. 비중, 흡수율 및 겉보기기공률 측정결과
기와 및 불량품기와에 대한 비중, 흡수율 및 겉보기기공률의 측정값을 도시하였다(Figure 4). 겉보기 비중과 부피 비중은 모든 시료에서 약 1∼2.5의 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겉보기기공률과 흡수율은 각각의 시료마다 매우 다양한 값을 가진다. 비중은 유사하나 기공률과 흡수율이 다르다는 것은 원료나 제작 초기의 환경, 기술이 유사하였으나 피열 등의 미시적인 차이에 의해 기공률이나 흡수율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JSR3, JSR4, JSR7의 경우, 겉보기기공률과 흡수율 모두 5% 이내로 확인되었다. 이는 시료가 고온으로 소성되면서 조직이 치밀해지고 유리질화되어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JSR2의 경우에는 다른 과소성 기와들과는 달리 겉보기기공률 15.10%, 흡수율 9.53%의 높은 값을 가지는데, 이는 육안관찰에서도 확인이 가능하였으며, 부분적인 과소성으로 인해 기공이 확장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불량품기와의 경우, JSD3을 제외한 시료에서 약 5% 이상의 비교적 높은 겉보기기공률과 흡수율을 가진다.
3.3. 미세조직 관찰
미세조직 관찰을 통해 구성 광물의 형태 및 조직, 기포의 형태 등을 확인하였다(Figure 5). 벽체 시료는 층위가 2∼4층까지 구분되며, 입도가 유사한 입자로 구성된 것부터 유기물, 석립 등의 혼재가 관찰되는 시편 등 다양한 단면 양상이 나타난다.
JSW4, JSW5, JSW9의 표면층에서는 입자 사이가 녹아 유리질화가 진행되고 있는 형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Figure 6A and 6C), 내부 속심의 경우에는 소성흔이 없는 벽체와 같이 입자 사이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6B and 6D). 이는 표면층만 약한 피열을 경험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JSW3, JSW6, JSW8과 같이 과소성된 벽체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피열로 인한 유리질화된 단면을 관찰할 수 있으며, 열에 의해 기공이 팽창하는 블로팅(bloating) 현상도 확인할 수 있고, 내부에서 표면층으로 갈수록 큰 기공이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표면층이 상대적으로 고열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Figure 5B, Figure 5D, Figure 5F).
기와의 경우에는 비교적 고른 매질을 가져 정제된 원료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다양한 색상의 단면이 관찰되고, 조립질의 석영 입자가 부분적으로 존재한다. 또한 표면층과 내부층의 색이 달라 층위가 구분되지만, 층마다 입자의 크기가 구분되는 벽체와 달리 전체적으로 유사한 입도를 가지고 있다.
과소성되지 않은 JSR1, JSR5, JSR6의 경우, 미립질의 크기가 고른 입자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기공의 크기가 작거나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Figure 5G, Figure 5J, Figure 5K). 반면, 과소성된 JSR2, JSR3, JSR4, JSR7의 경우에는 유리질화된 단면이 관찰되며, 블로팅이 나타나고 표면층으로 갈수록 큰 기공이 관찰되어 피열된 벽체에서 나타난 특징과 유사하다(Figure 5H, Figure 5I, Figure 5L).
불량품기와의 단면은 거대한 석영 입자들과 함께 표면으로 갈수록 기공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육안으로 관찰되는 기공들이 많이 보이며, 과소성된 벽체 및 기와와 같이 유리질화된 단면과 블로팅이 나타나고, 표면층으로 갈수록 큰 기공이 관찰된다(Figure 5M, Figure 5N).
3.4. 결정구조 분석 결과
X-선회절분석법을 이용하여 광물을 확인하고, 번조온도를 추정하는 기법은 고대 토기에 대한 현미경 추정기법 이후 1980년대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Choi et al., 1996). X-선회절분석에 의한 결정구조 분석 결과, 모든 시료에서 석영(Quartz)의 회절피크가 나타났으며, 과소성되지 않은 시료에서는 주로 운모류(Mica) 및 장석류(Feldspar)의 회절피크가 확인되고, 과소성된 시료에서는 고온에서의 상전이에 의해 생성되는 헤르시나이트(Hercynite), 뮬라이트(Mullite)의 회절피크가 확인되었다(Figure 7∼9, Table 2). 뮬라이트와 헤르시나이트는 1000℃ 이상의 고온에서 형성되는 광물들로서 기와, 전돌의 소성온도를 유추할 수 있는 간접 증거가 된다(Moon and Lee, 1996).
소성흔이 없는 벽체 중 JSW4와 JSW5, JSW7, JSW9의 내부층은 운모류의 회절피크를 나타내며, JSW9의 경우에는 표면부에도 운모류의 회절피크가 확인된다. 운모류가 검출된 것으로 보아 900℃ 부근에서 소성이 완료된 것으로 해석되며, 운모류가 검출되지 않은 시료의 경우 900℃ 이상의 온도를 경험했던 것으로 판단된다(Kim, 2009). 과소성된 벽체(JSW3, JSW6, JSW8)에서는 뮬라이트와 헤르시나이트의 회절피크가 확인된다(Figure 7).
기와 중 JSR5는 운모류의 회절피크가 확인된다. JSR6의 경우, 헤르시나이트의 회절피크가 관찰되는데, 육안 및 현미경 관찰 시 고르게 소성된 경질기와임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기와 제작 과정에서의 고온 소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과소성된 기와(JSR2, JSR3, JSR4, JSR7)에서는 헤르시나이트의 회절피크와 뮬라이트의 회절피크가 강하게 확인된다(Figure 8).
불량품기와 시료는 JSD4를 제외하고 운모류 및 장석류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모든 시료에서 헤르시나이트와 뮬라이트가 확인되어 1000℃ 이상의 고온에서 소성되었음이 확인되었다(Figure 9).
3.5. 열분석 결과
다양한 광물들로 구성된 도자기는 온도와 압력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각 광물이 지닌 물리화학적 특성에 따라 단일 혹은 복합적으로 열적 거동을 보이며, 이를 통해 소성특성을 추정할 수 있다(Han and Lee, 2020). 제석사지 폐기유적 출토유물의 상전이, 흡열 및 발열 등의 물리적 특성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열중량 및 시차주사열량분석(TG-DSC)을 실시하였다(Figure 10). 일반적으로 태토에 대한 DSC 분석을 진행하면 물리적 흡착수 및 층간수의 탈수작용에 의한 100℃ 이하의 흡열피크와 유기물의 산화로 인한 200∼400℃에서의 완만한 발열피크가 관찰된다. 또한 573℃ 부근에서는 α석영에서 β석영으로의 상전이 피크가 관찰되며, 800∼900℃ 구간에서 여러 광물들의 상전이에 의한 발열피크가 관찰된다(Kim, 2009; Kim et al., 2010; Han, 2006).
제석사지 폐기유적 출토유물의 TG-DSC 결과(Table 2), 대부분의 시료가 1% 내외의 낮은 중량감소율을 보였다. 벽체와 기와, 불량품기와 집단 간의 중량감소율을 비교하였을 때, 그 차이는 미미하였으며, 층위가 구분되는 시료들의 내부층과 표면층의 중량감소율을 비교하였을 때, 대부분의 시료에서 내부의 중량감소율이 동일 시료의 표면에 비해 높게 측정되었다. 또한 과소성된 시료는 과소성 흔적이 없는 시료에 비해 낮은 중량감소율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온에서 피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시료에서 석영의 상전이 피크인 573℃의 흡열피크가 확인되며, 과소성된 시료에서의 석영 상전이 피크는 다른 시료들에 비해 완만한 곡선을 가진다. 이는 과소성으로 인해 이미 다량의 석영이 상전이 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과소성 흔적이 없는 시료는 900∼1000℃ 사이에서 뮬라이트로 상전이하는 발열 피크를 가지는데, 이는 900℃ 이상의 고온을 경험하지 못한 것임을 알 수 있다.
4. 고찰 및 결론
익산 제석사지 폐기유적에서 출토된 벽체 및 기와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물리화학적 특성을 확인하고, 소성 온도를 추정함으로써 문헌기록상으로 확인되는 화재 등의 피열 가능성과 그 특성을 분석하였다.
색도는 벽체와 기와, 불량품기와 등 시료 종류에 따라 유사성을 보이지 않으며, 시료마다 다른 색상을 나타내며, 넓은 범위로 분산되어 있고, 단면 관찰에서 보이는 색상 또한 시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아 원료 및 소성 환경, 분위기 등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소성된 시료는 표면과 내부 속심의 색차가 크게 나타나며, 이러한 결과는 일정한 온도에서 일정 시간 이상 소성되지 않고 표면부만 높은 열을 받아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일부 과소성 기와에서는 색차가 작게 나타나는데, 이는 오랜 시간 고온으로 소성되어 시료의 내부까지 과소성되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과소성된 유물은 흡수율이 낮게 나타나는데, 높은 온도에서 소성된 유물이 유리질화되면서 내부 공극이 감소되어 흡수율 또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특이하게 JSR2의 경우에는 다른 과소성 기와에 비해 높은 흡수율을 나타내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과소성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여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불량품기와는 대부분 과소성 기와보다 흡수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도자기의 소성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유리질화가 진행되어 비중이 증가하다가 과번조로 인하여 내부의 기공이 블로팅되어 기공률은 증가하고, 비중은 감소되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Han, 2006).
결정구조분석을 통해 벽체와 기와, 불량품기와의 소성 온도에 따른 광물의 상변이를 지시하는 광물들이 확인되었으며, 동일 시료 내에서도 표면과 내부 속심의 광물조성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과소성된 시료에서는 운모류나 장석류가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으며, 고온성 광물인 헤르시나이트와 뮬라이트의 회절피크가 확인되어 1000℃ 이상의 고온을 거쳤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JSD4는 헤르시나이트, 뮬라이트와 함께 미사장석이 나타나고 있어 다른 불량품기와 시료에 비하여 고온을 오랫동안 겪지 못하였거나 부분적으로 고온에 노출되어 일부 위치에서 미사장석이 확인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특성은 열분석 결과와도 일치하는데, 대부분의 시료가 1% 내외의 낮은 중량감소율을 보였으며, 과소성된 시료에서는 약 0.5% 이하의 중량감소율을 보였다. 또한 기와류에서는 400∼800℃의 중온 영역에서 중량 감소가 크게 나타나지 않아 그 이상의 온도 범위를 겪은 것으로 확인된다. 과소성된 시료에서는 시차주사열량곡선에서도 과소성 흔적이 없는 시료에 비해 흡열 및 발열 피크가 나타나지 않거나 완만하며, 약한 석영의 상전이 피크를 가진다. 또한 900∼1000℃에서 나타나는 뮬라이트로 상전이하는 발열 피크가 나타나지 않아 1000℃ 이상의 고온을 경험한 것을 알 수 있다.
벽체 중 JSW4와 JSW5, JSW9는 육안관찰 시에는 소성된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나 단면 관찰 시 표면의 경우에는 입자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유리질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또한 고온지시광물이 나타나지 않고, 시료 표면에서는 확인되지 않던 운모류의 회절피크가 내부 속심에서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제작 시 저온 소성되었으며, 내부까지 열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벽체 및 기와의 피열 원인은 제작 당시 가마 소성에 의한 피열, 화재로 인한 피열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피열 원인이 가마 소성으로 인한 것이라면, 전반적으로 고른 피열 양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과소성된 시료의 경우, 일반적인 기와나 벽체와 달리 블로팅 현상과 함께 고르지 못한 표면을 가지며, 일부분이 검게 그을린 등 고른 소성도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과소성되지 않은 기와는 900℃ 이하의 소성온도를 가졌으나 과소성된 기와가 보여주는 1000℃ 이상의 소성온도는 당시 기와의 제작 온도보다 고온으로 소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불량품 기와는 제작 당시 소성이나 성형 불량으로 인해 불량품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과소성된 기와의 경우에 불량품기와와 달리 온전한 기와 형태를 가지면서 과소성 양상을 보이고 있어 화재로 인한 피열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익산 제석사지 폐기유적에서 출토된 벽체와 기와 유물이 각기 다른 색상과 흡수율 및 피열 양상을 나타내는 점과 가마에서 소성된 기물과는 다른 소성 특성을 가지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관세음응험기에 나오는 화재로 인해 피열된 폐기물과 함께 일반 폐기물이 매장되었던 곳으로 판단된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의 책임운영기관 연구과제 백제 고도 익산지구 운영체계연구(NRICH-1905-A20F-1)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으며, 2019년도 제석사지 폐기유적 발굴조사보고서에 수록된 저자의 「익산 제석사지 폐기유적 출토 벽체 및 기와의 소성 온도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추가 분석하여 심층 해석한 내용임을 밝힌다